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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限風光在險峰

모든 일에 대한 槪念을 정확히 알고 살면 좋다. 개념은 세상만사 기본이고 핵심이며 생각과 사고와 사유 기준이다. 개념은 추상성과 상징성, 다의성과 위계성, 객관성과 일반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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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양성평등의 상관관계는?

 

 

우리 사회에서 흡연에 대한 인식은 무척 빠르게 바뀌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음식점에서의 흡연은 당연지사요,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에서도 마음껏 담배를 피웠으니 말이다. 술집, 식당, 카페 등에서의 실내 흡연이 전면 금지된 건 불과 7년 전인 2015년의 일이다.

 

그런데 정말 그 시절엔 누구에게나 담배가 아무렇지 않게 피울 수 있는 단순한 기호품이었을까. 최근 이야기장수 출판사를 통해 책 『흡연 여성 잔혹사』 개정증보판을 낸 서명숙 작가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는 과거 27년간 담배 없이는 한시도 못 살 만큼 무지막지한 ‘골초’ 여성으로 살며 별별 엽기적이고 울화통 터지는 일들을 보고 듣고 겪었다. 그 모든 일들의 방점은 담배 그 자체가 아닌, 담배를 물고 있는 자가 여성이라는 데 찍혀 있었다.

 

그는 스무 살이 되던 해, 그의 대학 선배이자 1970년대 운동권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영초 언니’ 천영초씨로부터 담배를 배웠다. 당시에는 담배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특히나 젊은 여성이 대놓고 담배를 피우기는 어려웠다. 젊은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건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행위”이자 “박해를 자초하는 어리석은 짓”이었다.

아직 유신독재의 서슬이 퍼렇던 1979년 봄, 시국 사건으로 경찰에 끌려간 그의 가방에서 담배와 성냥이 나오자 담당 형사는 “담배나 피워 대는 갈보 같은 년들” 운운하며 대뜸 따귀를 올려붙였다. 똑같이 끌려갔다 온 남학생들은 형사들이 정보를 하나라도 더 캐려고 담배만은 원하는 대로 주더라는 무용담 아닌 무용담을 늘어놓곤 했는데, 그마저도 여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였던 것이다. 저자는 뺨을 맞으면서 “이 땅에서 남녀는 얼마나 다른 존재인가를, 여자가 이 땅에서 담배를 피우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가를” 사무치게 깨달았다고 회고한다.

1980~1990년대가 되자, 페미니스트 진영에 ‘정치적 흡연 열풍’이 불었다. 당시 여성 페미니스트들은 양성평등 관점에서 담배에 주목했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며 전투적인 여성임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담배를 피웠다. 저자는 “흡연권과 여성해방을 동일시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은 언뜻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 그러나 흡연권과 여성 지위 향상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고, 역사에서 입증되기도 했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유럽경제공동체(EEC)에서 12개 회원국을 조사한 결과 여성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은 나라일수록 여성 흡연율이 높고, 낮은 나라일수록 여성 흡연율도 낮았다. 권위주의적 정권일수록, 가부장적인 사회일수록 여성 흡연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연구도 있다. 『담배는 숭고하다』를 쓴 리처드 클라인 코넬대학교 불문학과 명예교수는 “한 사회에서 여성이 어느 정도 흡연권을 누리고 있는가는 보편적 평등의 지표이자 시민사회 내에서 여성이 전임회원인가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저자는 “요즘에는 담배 피우는 여자들을 보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흡연구역에 옹기종기 모여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 중에는 외려 여자들이 더 많이 눈에 띄기도 한다”면서도, 많은 여성들이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에서는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지만 정작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에게는 흡연 사실을 철저히 숨긴다는 사실을 짚는다. 어린 여성 연예인의 흡연은 그 자체로 논란거리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아직도 여성에게는 담배를 둘러싼 정신적인 억압과 사회적인 금기가 존재한다. 그것이 그들에게 오히려 담배를 피우도록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오랜 세월 스스로 부끄럽게 여겨 내심 절판을 다행으로 생각했던 이 책을 새로 다듬어 내놓은 이유다.

 

 

현재 그는 건강상의 문제로 우여곡절 끝에 담배를 끊은 상태다. 담배의 유해성이나 무서운 중독성은, 그간 수없이 금연을 시도했던 그가 가장 잘 안다. 다만 그는 여성들이 담배를 끊을 때조차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가 아닌 스스로를 위해 끊었으면 좋겠다며, “여자가 자유롭게 담배를 피우는 것과 담배를 끊는 것 모두 담배로부터의 해방”이라고 선언한다. |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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