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새에게 자기 알을 맡기는 뻐꾹새
다른 새에게 자기 알을 맡기는 뻐꾹새 지금도 내 연구실 앞 건물에 우뚝 선 피뢰침 꼭대기에서 뻐꾸기 수놈 한 마리가 목청을 한껏 높여 사랑노래를 부르고 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지. 녀석은 언제나 확 트인 높다란 곳에서 뻐꾹 뻐꾹 세차게 소리를 내지른다. 암놈을 꼬드기는 행위다. 절대로 구슬픈 울음이 아니다. 부럽다. 종명(終命)을 기다리고 있는 이 늙다리의 귀에는 저 소리가 정녕 신비롭기만 하다. 여느 동물이나 수놈은 잘 울어대지만 암놈은 음치(音癡)다. 뻐꾸기의 암놈도 다르지 않아서 ‘삣 빗 삐’ 들릴락 말락 낮은 소리를 낼 뿐이다. 한데, 저것들은 분명히 작년에 이 근방 숲에서 태어난 놈들이리라. 녀석들은 제비처럼 제가 태어나 자란 곳(서식지)을 기억하여 대만이나 필리핀 등지의 동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