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소개
1.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신세
저 하늘 저 산아래 아득한 천리
언제나 외로워라 타향에서 우는몸
꿈에본 내고향이 마냥 그리워
2.고향을 떠나온지 몇몇해던가
타관땅 돌고돌아 해메는 이몸
내 부모 내 형제를 그 언제나 만나리
꿈에본 내고향을 차마 못잊어
트로트의 열풍이 계속되는 2021년, 우리 전통 가요 및 옛 가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 광복, 한국전쟁, 보릿고개 등 고난의 시대를 거치며 국민의 위로가 되어준 가요를 추억하며 1980년대 이전의 가요명곡을 돌아보기로 한다.
- 원래는 1943년 문일화에 의해 발표된 곡으로, 한국 전쟁이 발발하여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절정에 치닫던 시기에 다시 사랑받은 곡이다. 도미도 레코드사의 한복남이 한정무에게 취입을 부탁하여 세상에 발표되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국민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평안남도 출신, 노래만이 나의 생명이라는 철저한 음악관, 한국가수협회 초창기 멤버. 꿈에 본 내 고향을 부른 한정무에 대해 알려진 바다.
이 내용도 여러 경로를 통해 마음먹고 찾아본 결과로 대중들에게 한정무라고 하면 이미자나 나훈아를 떠올릴 만큼 금세 연상되는 가수도 아니다.
하지만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나 나훈아의 ‘고향역’ 정도의 히트곡을 갖고 있는 불멸의 가요사를 차지하는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한정무라는 이름 석 자와 얼굴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진 못해도 구성지게 시작하는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이 앞 소절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국민가요의 주인공이 바로 한정무다.
당시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과 가요관계자들의 기록을 보면 한정무 만큼 사람 좋고 예의바른 사람도 드물었다고 한다.
한 세상 노래에 모든 걸 다 바치며 살기를 열망하고, 북쪽 하늘 고향을 바라보며 고향을 땅을 그리워하던 한정무는 안타깝게도 오래동안 대중의 곁에 머물러 주지 않았다.
다행히 ‘꿈에 본 내 고향’과 ‘에레나가 된 순희’를 히트시키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 인기가수의 생활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나진 않았다.
대중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고, 대중의 마음에 위로가 되는 노래를 부르고자 했던 열망을 품고 살았던 인생이라 그나마 일찍 세상을 뜬 예술인에 대한 안도감이 있으리라.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더니 비록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이름 석 자와 꿈에 본 내 고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80)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 저 하늘 저 산 아래 아득한 천리 / 언제나 외로워라 타향에서 우는 몸 / 꿈에 본 내 고향이 마냥 그리워’
6.25전쟁 중이었던 1951년, 북녘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 가수 한정무(?~1960)가 부른 <꿈에 본 내 고향> 1절 가사다. 아득히 꿈에서나 그리는 가슴 먹먹해지는 ‘고향’이다.
이 노래의 노랫말은 원래 극작가였던 박두환이 평소 교유가 있던 시인 백석이 만주에서의 고독과 고향 그리는 마음을 그린 시 <북방(北方)에서>를 문예지 《문장》에 발표한 것을 보고 영감을 얻어 지었다고 전한다.
‘이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바람은 미치고 보래구름만 혼자 넋없이 떠도는데 / 아, 나의 조상은 형제는 일가친척은 정다운 이웃은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 것은… 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
-백석 시 <북방에서> 중에서
<꿈에 본 내 고향>은 KBS 가요무대가 집계한 ‘지난 35년간의 최다 엽서 신청곡 순위’에서 <찔레꽃>, <비내리는 고모령>, <울고넘는 박달재>를 제치고 1위를 한 적이 있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무한대의 세월을 뛰어넘어 가슴에 서러운 한이 돼 차고 넘친다.
# ‘회귀본능’이라는 게 있다. 동물들이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 살다가도 산란 등을 위해 자신이 태어났던 원래의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본능적인 능력을 말한다. 자신의 옛 둥지를 찾아 되돌아온다 해 귀소본능이라고도 한다.
지금은 양식이 가능해진 연어가 민물에서 태어나 큰 바다로 나아가 수년간 살다가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고향의 민물에 돌아와 산란하고 일생을 마감하는 ‘모천(母川)회귀본능’이 대표적인 예다.
얼마 전, 보일러를 튼 인공부화기의 따뜻한 모래 속에서 부화한 2017년생 세 살짜리 푸른바다거북 8마리를 제주바다에서 방류한 적이 있다. 이들 등에는 위성추적기를 달아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런데, 그중 한 마리가 3개월간 무려 3800km를 헤엄쳐 자신이 태어난 고향인 베트남 동부해안에 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인공부화기에서 태어나 단 한번도 수족관 밖을 나가보지 못했는데도 엄마의 고향을 찾아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거북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따뜻한 동남아 해역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태어났을 때 맡았던 화학적 신호를 기억했다가 찾아간 것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놈이 커서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고향 제주로 되돌아와 알을 낳을지 어떨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자신이 태어난 언덕 쪽으로 둔다는 ‘수구지심(首丘之心)’도 귀소본능의 하나다.
지금 온 지구촌 사람들이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코로나 이별’로 가슴아픈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죽은 이는 혼이라도 꿈에 본 고향에 돌아갈 수는 있는 걸까. 연어도, 거북이도, 새들도 제 고향을 찾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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