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색 승려복을 입은 노승(老僧)이 조명이 번쩍이는 무대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그의 주변에 모인 젊은 승려들은 흥에 취한 듯 춤을 추며 환호한다. 승려들의 비행(非行)을 담은 이 사진은 태국의 한 네티즌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든 ‘가짜 사진’이다.
국민의 약 95%가 불교 신자인 태국에서 AI를 이용해 만든 가짜 승려 사진이 온라인에서 유행하고 있다. 승려들이 헤비메탈 밴드를 결성해 대중 앞에서 광란의 공연을 선보이는 모습, 레이싱 경기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승려,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담배를 태우는 승려 등 불교의 일탈을 그려낸 가짜 사진들이 태국인들의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이에 태국 불교계가 발끈하며 가짜 사진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19일(현지 시각) 태국 매체 카오소드 등에 따르면, 태국국립불교사무소는 최근 이러한 AI 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이들을 조사해 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승려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가짜 사진으로 제작, 유포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등 불교의 평판을 해쳤다는 이유였다. 사진은 장난 삼아 만든 것처럼 우스꽝스럽지만 이에 대한 불교계와 정부 대응은 심각한 분위기다. 태국 총리실 관계자까지 나서 이러한 가짜 사진을 유포하지 말라고 발표했다. 현지 매체들은 “가짜 사진을 최초로 유포한 이들은 징역 5년형까지 가능한 ‘컴퓨터에 의한 허위 정보 생성·유포 등 사이버 범죄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태국에서 불교를 주제로 한 가짜 사진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교 사원에서 승려복을 입고 예불(禮佛)하는 모습을 담은 가짜 사진과 함께 ‘푸틴 대통령이 이번에 불교로 개종했다’는 거짓 정보가 퍼져 나갔다. 푸틴이 불교로 개종했다는 가짜 뉴스와 사진은 태국을 넘어 전 세계 소셜미디어로 퍼졌다. 이후 후속작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할리우드 배우들이 승려복을 입고 예불하는 허위 사진이 유행했다
이처럼 불교를 희화화(戲畫化)한 가짜 사진이 갈수록 퍼지자 태국 정부와 불교계가 “국가 대표 브랜드인 불교의 이미지 훼손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발끈하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 불교 신도들은 “고루한 조치”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태국은 국민 대다수가 불교 신자이지만, 사원을 찾아 예불하는 등 열성적인 신도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이 때문에 태국 승려 수도 20년 전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태국의 한 매체는 칼럼을 통해 “4만3000개가 넘는 불교 사원이 신도들 외면에 버려질 위기에 있다”며 “불교계는 AI로 만든 사진에 흥분하기보다는 진짜 숙고해야 할 문제에 시간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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