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인물사전 - 하후돈(夏侯惇)

삼국지 인물사전 - 하후돈(夏侯惇)

[삼국지 인물사전 - 하후돈(夏侯惇)] 

하후돈(夏侯惇, ? ~ 220년)은 중국 후한 말 ~ 삼국시대 위나라의 무장(武將)으로 자는 원양(元讓)이다. 조조(曹操)의 거병에 참여하여 수많은 전투를 치렀으며 전투 도중 한쪽 눈에 화살이 박히자 그 화살을 뽑아 눈알을 삼켰다는 일화(逸話)로 유명하다. 초한지((楚漢志))에 등장하는 유방(劉邦)의 부하 하후영(夏侯嬰)의 후손이다.

생애
패국(沛國) 초현(譙縣)에서 태어났으며 전한 명장 하후영의 후예로, 조조(曹操)의 신하 하후연의 동고조(同高祖) 팔촌 형이며 조조에게는 이종사촌 동생이 된다. 그러나 일설(一說)에는 조조의 아버지 조숭(曹嵩)의 친조카, 즉 조조의 친가 사촌 형제라는 설도 있다. 조숭의 집안은 본래 하후씨로 환관인 조등의 양자가 되었다.

등용
14살 때(173년), 자신의 스승을 모욕(侮辱)한 사람을 맨손으로 때려죽이는 등 성품이 격렬(激烈)한 사람으로 단번에 유명해졌다. 190년(31세 때),조조가 행분무장군이 되어 동탁(董卓)을 토벌하기 위해 진류에서 의병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팔촌 동생인 하후연(夏侯淵)과 함께 동참하여 조조를 따랐고 194년(흥평 원년)에 조조가 서주로 원정을 떠난 틈에 여포(呂布)가 연주를 빼앗았을 때도 순욱(荀彧), 정욱(程昱)과 함께 견성에 있던 조조의 가족(家族)을 지키며 연주의 거점을 사수했다.

청주병
조조가 청주 황건적(黃巾賊) 토벌 당시 생포된 황건적을 훈련시켜 최초의 직업 군인이라 할 수 있는 청주병(靑州兵)이라는 유명한 외인부대를 만들고 이를 하후돈에게 지휘하게 했는데, 하후돈은 아우인 하후연(夏侯淵)과 사촌동생 조인(曹仁)보다 군 통솔에 미흡하여 청주병 관리에 빈틈이 있었다. 이 때문에 청주병들이 민간인을 약탈, 우금(于禁)이 이를 엄히 처벌하여 청주병들은 하후돈에게 거짓말을 하고 우금과 하후돈(夏侯惇)은 서로 싸워 결국 다 이긴 싸움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 후 하후돈은 청주병을 통솔(統率)하는 계율이 어지럽다 하여 조조에게 크게 꾸중을 맞았다고 한다.

맹하후
198년(건안 3년)에 조조가 서주에서 돌아오자 하후돈도 여포(呂布) 토벌에 나섰는데, 왼쪽 눈을 잃고 만다. 연의에서는 여포의 부하 장수 조성(曹性)에 의해 왼쪽 눈에 화살이 꽂힌 하후돈(夏侯惇)은 화살과 함께 눈알을 빼낸 뒤 ‘이 눈은 부모한테서 물려받은 소중한 것이니 버릴 수 없다’고 말하며 눈을 집어삼키고, 적장 조성을 향해 돌진해 그를 죽였다고 한다.

정사에서는 조조를 따라 종군했다가 갑자기 왼쪽 눈을 잃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하후돈은 여포의 계략에 걸려 제대로 싸우지조차 못하고 포로로 잡혔으며 그나마도 한호가 몰래 탈출시켜줘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때 조조 진영에는 하후돈(夏侯惇)과 하후연 두 장군이 있었는데, 군사들은 이 때부터 하후돈을 ‘맹하후(盲夏侯)’로 불렀다. 그런데 본인은 이것을 싫어해서 거울을 볼 때마다 화를 내며 땅에 거울을 내던졌다고 한다. 이 일로 후손들에게 애꾸 장수 하후돈으로 유명해진 건 물론이다.

조조의 하북 평정 때에는 후방 부대를 맡고, 업(鄴) 함락 후에는 복파장군(伏波將軍)으로 승진하였다. 이때 법령에 구속되지 않고 자기 판단으로 행정을 관장하는 것을 허락받는다. 그 후에도 군의 2인자로서 조조에게 깊은 신임을 받아, 조조와 같은 마차에 타고 침실까지 출입해도 된다고 허락받는다. 훗날, 한중전(鷄肋)에서도 조조의 침실에 출입하여 허저(許褚)의 호위를 칭찬하였다.

관도 전투에서는 순욱과 함께 후방을 지켰다. 하북을 평정한 조조가 남쪽으로 눈길을 돌려 형주를 노렸을 때 우금을 부장으로 삼고 그를 돕기 위한 이전(李典)과 함께 유비(劉備)를 공격했다. 연의에서는 박망파(博望坡)에서 제갈량(諸葛亮)에게 화공을 당해 완패한 걸로 나오고 정사에서는 자기 진채에 불을 질러 달아난 유비(劉備)를 복병 경고도 무시하고 쫓았다가 매복(埋伏)에 걸려 고전하다 이전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난다.

하후돈(夏侯惇)은 자신의 능력보다는 두터운 충성심으로 조조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조조와 군부 사이를 조율(調律)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사망
220년(건안 25년), 정월에 조조가 죽은 뒤 후계자 조비(曹丕)가 위왕이 되자 하후돈은 최고위 장군인 대장군(大將軍)이 되었지만 몇 개월 후 병사했다.

죽음
하후돈(夏侯惇)은 군중에 있을 때도 스승을 모시고 학문(學問)을 배웠다. 그 성정이 청렴(淸廉), 검소하여 남은 재물이 있으면 즉시 나누어서 베풀고 부족하면 관청에서 도움을 받고 별도로 산업을 경영하여 치부(致富)하지 않았다.

조만전과 세어에 따르면 왕(조조)이 죽자 하후돈은 예전에 했던 말을 상기하고 한스러워 하다 발병하여 죽었다. 조비가 왕위에 즉위하자 하후돈을 대장군에 임명했는데 그 몇 달 뒤에 죽었다.

위서에 따르면 이때 조비는 흰 상복을 입고 업성의 동쪽 성문까지 행차하여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러나 예법에 의하면 같은 성씨를 가진 경우에는 종묘의 문 밖에서 곡을 해야 하는데, 성문까지 나가서 곡을 한 것은 예법에 어긋난 것이다. 시호를 내려 충후(忠侯)라 했다. 아들인 하후충이 후사를 이었다.

사후
황제가 하후돈의 공을 기려 그 자손들을 모두 후에 봉하려고 하후돈의 식읍 천 호를 나눠 하후돈의 일곱 아들과 두 손자에게 하사하고 모두 관내후의 작위를 내렸다. 하후돈의 동생 하후렴과 아들 하후무는 원래 이와 별도로 열후에 봉해졌었다.

명제기에 따르면 233년 여름 5월 12일, 조칙을 내려 지금은 고인이 된 대장군 하후돈, 대사마 조인, 거기장군 정욱을 조조의 종묘 정원에서 제사를 지내도록 하였다.

진양추(晉陽秋)에 따르면 266년, 고안향후 하후좌가 죽어 하후돈(夏侯惇)의 후사가 끊기자 조서를 내려 말했다. "하후돈은 위의 으뜸 공신으로 위로부터 선위를 받은 짐(사마염)이 어찌 공신을 잊겠는가! 마땅히 하후돈의 가까운 친척을 택해 책봉(冊封)하도록 하라."

삼국지연의에서는 맹장으로 각색(脚色)되어 조조군에서도 손꼽히는 용장(勇將)의 이미지로 나타나서 늘 조조가 싸울 때는 최선봉에 나선다. 또한 하후연의 친형으로 나오는데 정사에서는 그냥 하후연과 종형제, 즉 사촌 지간이었다. 한 마디로 "마왕 조조의 외눈박이 행동대장 부하 캐릭터"가 주어진 것이다.

조조가 거병(擧兵)하기 전에는 조조의 친척들 중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로서 조조가 시국에 대해 한탄하면 맞장구를 치는 식으로 첫 등장(登場)했다. 그러다 조조가 거병하자 하후연과 함께 제일 먼저 달려와서 합류(合流)한다. 참고로 그 바로 다음에 도착한 이들도 같은 일족인 조인과 조홍이었다.

초반엔 조조가 동탁 토벌전 당시의 형양 전투에서 서영을 베어 죽이며 원술(袁術)의 부장 교유를 찔러 죽인다. 이후 서주에서 여포군의 맹장 고순과도 겨루다가 40합 만에 우세(優勢)를 점했는데 안 되겠다 싶었던 고순은 부장 조성에게 유인(誘引)했고 조성이 기습적으로 쏜 화살에 맞아 한쪽 눈을 잃는데 이때 "이 눈은 아버지의 정(精)과 어머니의 피로 이루어진 것인데 어찌 함부로 다룰 수 있겠느냐."라는 말과 함께 화살 꽂힌 눈을 화살째 뽑아서 씹어 삼키고는 바로 조성을 베어 죽인다. 그리고 조조군과 여포군이 겨룰 때 비록 다른 장수들과 힘을 합쳤다고는 하지만 여포와 일기토다구리를 벌여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模襲)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설의 아가리 파이터 예형이 조조의 부하들을 놀릴 때 하후돈(夏侯惇)을 완체 장군이라고 칭했다. 그 완체(完體)란 말 자체가 사지가 멀쩡하다는 의미로 말한 것이라 오히려 애꾸인 하후돈을 놀리기 위해서 비꼰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다른 판본(板本)에선 눈 하나가 없어서 움직이기 힘들 테니 "의사 조수나 하면 제격"이라고 까는 장면(場面)도 있다.

자신이 아끼던 진기가 관우에게 베이자 복수(復讎)하러 관우를 공격하러 와서 천하의 관우와 수십 합을 겨루며 대등하게 맞짱을 뜨는 모습도 보여준다. 결국 달려온 장료(張遼)가 말려서 승부는 나지 않았다.

박망파 전투에서 하후돈은 이전의 충고를 듣지 않고 조운을 추격하다가 제갈량(諸葛亮)의 화계에 당한다. 병사들을 죽게 한 책임을 지기 위해 스스로를 포박하고 조조에게 죄를 청했으나 조조에게는 일족이자 능력에서도 경험(經驗)으로도 첫째가는 장수였기에 그를 용서(容恕)했다. 그리고 제갈량에 대해 처음으로 경계하게 된다.

한중 공방전(攻防戰)에서는 양수의 계륵 뜻풀이를 듣고 그걸 옳다고 여겨 철수 준비를 했다. 이 일로 양수는 군령위반 죄목으로 처형당했고 하후돈(夏侯惇)도 같은 죄로 사형 명령이 내려졌지만 주변 사람들의 만류(挽留)로 살았다. 물론 조조는 진짜 하후돈을 죽일 생각은 없었고 단지 경고 차원에서 그랬던 것.

조조의 명으로 복황후(伏皇后)를 죽이는데 앞장섰고 이후 조비의 부름을 받아 입궐(入闕)하려다 하늘에 떠 있는 복황후와 복완 일행의 유령을 보고 기절(氣絶)해 그 뒤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연의의 창작이고 실제로는 그냥 노환(老患)으로 죽었다.

부정적 평가
연의와는 달리 정사에서의 하후돈(夏侯惇)은 이렇다 할 군공(軍功)이 없다. 오죽하면 개인의 인격이나 정치력(政治力)은 나쁘지 않지만 군사적 능력은 무능하기 짝이 없는 낙하산 똥별로 평가하는 견해가 나오는 상황이다.

하후돈(夏侯惇)은 분명히 동료들보다 떨어지는 군사적 업적(業績)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중요한 직책을 맡았고 야전에서 맹위(猛威)를 떨친 쟁쟁한 장군들보다도 훨씬 고위층인 대장군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이지만 군공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다. 하후돈이 아예 능력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장군 같은 거창(巨創)한 지위를 얻기에는 군사적 능력이 심히 함량 미달인 인물인데 단지 조조와 혈족(血族)이라는 이유만으로 조조의 군부 장악 정책의 일환(一環)으로 대장군 자리에 박아 넣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부정적 평가의 뿌리이다.

연의가 죄다 지휘관은 선봉장(先鋒將)처럼 묘사해놓아서 모든 장수들이 인간 병기화 된 측면이 있지만, 이를 고려하고 보아도 하후돈(夏侯惇)은 정말 군공이 적다. 고작해야 압도적(壓倒的)인 전력으로 반란군 진압을 했던 적이 몇 차례 있고 우연히 장로 진영을 함락(陷落)시킨 정도야 유의미한 군공의 전부이다. 여기에 후방에서 보급(補給)을 맡겨나 혹은 목민관으로 솔선수범(率先垂範)하는 모습을 보여준 정도인데 이런 업무를 군공으로 볼 수는 없다. 서황, 장료, 장합, 우금, 하후연, 조인 같은 뛰어난 사령관들이 즐비한 조조 진영에서 이 정도 군공으로 대장군(大將軍)이라는 것은 민망할 정도이다.

긍정적 평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하후돈(夏侯惇)이 군재가 뛰어났다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조(曹操)가 유독 하후돈을 특별히 더 귀하게 대접한데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당시 조조(曹操)의 입장에서는 친족 우대는 반드시 나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믿을 만한 친족들이 곳곳에서 활약해 줄 경우 조조를 중심으로 하는 군벌 세력(軍閥勢力)의 조직력이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세력 내에 조조의 막부와 헌제의 조정이 공존(共存)하면서도 서로를 견제하는 모순적인 정치 상황에서 조조가 권세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신뢰(信賴)할 수 있는 친인척 인사들이 군부에 집중적으로 배치(配置)되어 있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어차피 조조 자신이 당대 최고의 군략가(軍略家)로서 중요한 원정에는 거의 항상 친정했고 조씨 일족의 조인을 비롯해 일선에서 활약할 뛰어난 장군들도 많이 있었기에 하후돈의 군사적 능력 부족은 당장 큰 결격 사항(缺格事項)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친족을 통한 군부 장악 원칙은 아들 조비에게 이어져서 조비 즉위 이후 대사마 조인을 중심으로 하였고 조인 사후에는 조휴, 조진이 대사마와 대장군이 되어 군부 중추(軍部中樞)에 자리 잡는다.

조조가 더 나아가 조씨가 원했던 대장군감의 첫째 조건은 군사적인 재능(才能)이 아니라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충성(忠誠)하면서 아랫사람들을 적당히 아우를 수 있는 용인술(用人術)과 인망을 겸비한 인물이었으며 하후돈(夏侯惇)은 이 부분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조조 입장에서는 그래야만 헌제에 충성하는 자들이 군부에 파고들거나 군부의 장성이 헌제에게 직접 포섭(包攝)되는 것을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후돈의 몇 안 되는 군공의 대부분은 반란 진압(反亂鎭壓)이며 특히 허창에 가까운 지역에서의 반란 진압을 주로 맡았다. 이를 보건데 하후돈(夏侯惇)의 역할은 군정을 총괄하는 대장군으로서 부하들의 인망과 충성을 얻으면서, 충성의 방향이 오직 조조에게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役割)을 맡지 않았나 생각되고, 반란진압에도 최적화된 장군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하후돈의 공은 조조의 패업(霸業)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임협집단의 의리를 기초로 구성된 초중반의 유비(劉備) 진영과, 강남의 유력가문으로 손견-손책-손권의 대를 이어 내려온 오나라 진영(陣營)과 달리 조조 진영은 인척집단+초기공신+항장+신진세력이 뒤섞여 있으며 이들이 제각기 내로라하는 뛰어난 재능과 실력(實力)을 뽐내던 집단이었다. 이런 특색 있는 집단을 내적으로 단속(團束)하여 서로 공을 다투거나 알력 싸움으로 전력을 낭비(浪費)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는 점에서 공신(功臣)이라 부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할 만한 부분이다.

게다가 하후돈(夏侯惇)이 큰 전쟁에서 자주 맡았던 직책 중 하나였던 후방 군량보급은 매우 중요한 요직 중 하나이다. 행보관(行步官)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행보관 하는 일을 우습게 보고고대 군대 운용의 핵심(核心)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군의 보급은 현대에도 중요한 일인데 이렇다 할 교통수단(交通手段)이 없는 고대에서 군량보급(軍糧補給)은 엄청나게 중요한 일이다. 특히 조조군 같이 원정이 잦았던 군대에서 군량보급을 전담(專擔)한다는 것은 총사령관 다음으로 군 조직 내부에서 비중이 크다. 단적인 예로 원소군의 2인자였던 순우경이 관도대전에서 맡았던 임무는 군량고를 지키는 일이었다. 순우경은 연의에서의 찌질한 이미지와는 달리 젊을 적에는 팔교위 중 하나로 원소(袁紹)와 조조와 어깨를 견주었던 명사급 인물이자 원소군에서 계속해서 주요 직책(職責)을 맡았던 상당한 인물이었다. 다른 사례를 보자면 한중공방전 당시 유비군의 군량보급을 담당했던것이 바로 제갈량(諸葛亮)이었으며 그 제갈량은 승상이 되어 북벌할 때 자신과 같은 탁고대신이었던 이엄에게 보급을 맡겼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조가 친정할 때 본진에서 군수물자(軍需物資)를 지원한 사람은 바로 조조의 오른팔 순욱이었다.

하후돈(夏侯惇)이 거대한 조조진영에서 사실상의 군사적 2인자에 가까웠단 걸 생각하면 군사적 능력보다도 정치적, 행정적 능력으로 세력을 어떻게 운용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현대 군에서도 국방장관(國防長官)은 군사적 능력보다 군의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등 행정적 능력(行政的能力)이 강조된다. 심지어 조조군은 맹장들과 책사(策士)들이 넘쳐났다. 이런 환경에서 조조가 후방의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썩지 않게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규합(糾合)하고 행정적인 측면을 책임지며 조조와 형제와 같이 친밀해서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인재라면 중용(重用)되는 게 이상한 게 아니다. 조조 초기 거병 당시 장막의 반기로 인해 멸망 직전까지 갔던 점을 기억해보면 하후돈 같이 믿고 중용할 수 있는 2인자의 존재감은 매우 크다. 거기다 하후돈(夏侯惇)이 군사적 능력이 떨어진다곤 한들 출정할 때마다 연전연패(連戰連敗)하거나 마속처럼 치명적인 대패를 당한 것도 아니다. 다른 경쟁자들이 탈인간급이 많았을 뿐이지 1인분 정도는 충분(充分)히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게다가 초중기의 조조군에서 하후돈(夏侯惇)의 훌륭한 인품은 야전사령관으로서도 매우 긍정적(肯定的)인 요인이다. 식자층에서는 헌제를 옹립하며 정통성을 확보했던 조조이지만 일반 평민과 병졸에게는 무관한 이야기였다. 초기부터 상당히 가혹한 통치체제를 구축(構築)한 데다가 원정까지 잦았던 조조군의 사기가 높았을 리가 만무하다. 실제로 조조 자신이 단양병의 반란으로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특히 청주병(靑州兵) 같이 투항한 이후 영구적(永久的)으로 병역에 묶여버린 병사들을 더 가혹하게 다루다가는 프래깅 위험이 컸다. 하후돈(夏侯惇)같이 인품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사졸들이 휘하에 들고 싶다고 자청하는 지휘관(指揮官)의 존재는 조조군의 성격상 반드시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하후돈(夏侯惇)은 지금으로 말하면 참모총장 또는 군수사령관 같은 역할이다. 이들은 직접 나가서 싸우지는 않으나 후방에서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총감독하며 보급에 신경 쓰고 전방에 나간 장군(將軍)들이 잘 싸울 수 있게 해 준다. 비록 한쪽 눈의 실명으로 전방에 나갈 수 없게 되어 이런 역할이 주어지기는 했지만 그 때문에 조조군은 후방에서 전방지원(前方支援)을 잘해줄 수 있게 되었다. 후방을 비우고 전방에 늘 제갈량이 있어야 했던 촉한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라. 더욱이 조조의 최측근 중의 최측근이라는 엄청난 권위(權威)까지 있어 온갖 출신배경을 가졌던 장수들도 그 앞에서는 꼼짝할 수 없었다. 그리고 성격도 온화(溫和)하여 조조가 점령한 영토 백성들을 진무(鎭撫)하고 지지를 얻게 하는 데에도 능했다. 비록 전투의 공적은 적다하여도 그가 조조군 내부적으로 미친 영향력은 폄하(貶下) 받을 수 없다.

당장 하후돈(夏侯惇)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하후, 조씨 일가의 장군 중신(重臣)들이 있는데 굳이 하후돈을 최고 직위에 임명했다는 점에서 단순 친족우대(親族優待)가 아님은 당연한 일이다.

종합적 평가
대장군하면 떠올릴 법한 군사적 업적은 없지만 모범적(模範的)인 군 행정관이자 위로는 상관인 조조에게 의심할 여지없는 충신이자 최측근, 아래로는 부하들을 잘 대해주는 상사(上司)였다. 즉 조조 입장에서는 군부를 잘 통솔(統率)하는 믿을만한 오른팔이었다. 순욱이 사대부들을 관리하면서 조조를 절대 배신(背信)하지 않을 오른팔이었던 것처럼 군부에서는 하후돈이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실제로 장막의 반란 당시 순욱이 총책임자로서 반란에 넘어가지 않은 세력들을 규합하고 통솔(統率)할 때 하후돈(夏侯惇)은 그의 지휘에 따라 군대를 관리하였다.

이렇듯 조조가 그에게 대장군(大將軍)이라는 2인자 지위를 준 건 단순 친족에 대한 편의 제공(便宜提供)이 아니라 그 동안의 군 내부의 정치적 통솔 능력과 충성을 볼 때 합당한 대우(待遇)였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