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 A 요양시설의 한 요양보호사가 노인이 탄 휠체어를 기둥에 묶고 있다. 독자 제공
■ 유명 요양원 ‘노인학대’ 혐의
동의 없이 기둥에 휠체어 묶고 방 문 묶어 10시간 동안 감금도 격리·강박 처방 허용지침 어겨
시설 측 “어르신 안전 위한 조치” 지난해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이 25만 명에 이르는 가운데 최근 경기 지역 한 유명 요양원에서 80·90대 노인들이 강제로 결박당하고 감금당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요양원은 다른 곳과 달리 1·2인실을 운영하고 노인 특성에 맞춰 내부를 설계한 ‘노인 친화형’ 요양원으로 소개된 곳으로, 내부인이 학대 의혹을 폭로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A 요양원 소속 요양보호사와 원장을 지난 10월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6월 말에서 7월 초까지 노인 2명을 야간에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방문을 묶어 10시간 이상 감금한 혐의를 받는다. 보호자 동의 없이 벨트로 휠체어에 묶어 둔 혐의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격리·강박의 1회 처방 최대 허용시간은 성인기준 각각 12시간·4시간 이하로, 격리 시 최소 1시간, 강박 시 최소 30분마다 ‘바이털사인(활력 징후)’을 관찰하고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요양원은 강박·감금 과정에서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요양원 내 CCTV에는 낮 시간 동안 요양보호사들이 휠체어에 타고 있는 노인을 요양원 내 기둥에 묶어두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내부 제보를 통해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알려졌다. 기관은 요양원의 행태를 학대라고 판단했고, 평택시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드러났다.
현재 A 요양원은 정상운영 중이며 신규 환자도 계속 받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르면 폭행이나 방임·학대가 벌어진 장기요양기관에 대해서는 지정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지만, 경찰 조사 중에는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는다. 요양시설 관계자는 “밤에 어르신들이 이 방 저 방 돌아다녀서 어쩔 수 없이 방문을 잠근 것”이라며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서였지 학대로 생각하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원장은 CCTV 영상을 확인한 뒤에야 학대 사실을 알게 됐다고 경찰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노인요양시설의 수용 인원은 24만6477명에 달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사례(7025건) 중 의료인,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등 기관 종사자에 의한 학대는 18.9%(1564건)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