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재은 기자
짜고 치는 고스톱.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상황과 대사 등을 짜 맞춘듯한 상황에서 쓰는 말. 이번 판을 기획한 건 금융당국이었다.
최근 보험사들이 잇따라 자동차보험료 인하율을 공개했다. 손해보험사들은 지난 21일 관련 보도자료를 릴레이로 배포했다.
2시 3분 KB손해보험, 2시 51분 현대해상, 3시 53분 메리츠화재 순으로 50~60분 텀을 두고 쏟아지는 기사 속에서 소비자들은 보험업계가 가격 담합을 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실상은 담합이 아닌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른 결과였다. 금융당국은 인하율과 보도자료 배포 순서와 시간까지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금융시장에 대한 당국의 개입 논란이 이는 가운데 벌어진 또 다른 관치 해프닝이었던 셈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민감한 인사철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사 수장에 대한 입장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인사 권한을 가진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 모아 "내부통제 기준을 잘 마련하고 이행한 이가 대표이사로 선임돼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감독 권한을 타이트하게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이 원장은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을 위해 불복 소송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 원장의 발언에 대해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얘기였다"며 편들었다.
인사 뿐만 아니라 금리 인상 여부에도 힘을 쓰고 있다. 금융당국은 단기 자금 시장과 회사채 시장 불안 속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예·적금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올라가는 기준금리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은 이를 예·적금 금리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금융업이 규제 산업이라지만 과도한 억압은 시장을 어지럽게 한다. 금융사의 자율성이 떨어지면 대내외적 경쟁력도 커질 수 없다. 보도자료 배포까지 관여하는 당국의 디테일한 지시는 안 그래도 움츠러든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관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스톱'을 외치고, 자유 시장경제에 걸맞는 새로운 판을 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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