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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限風光在險峰

모든 일에 대한 槪念을 정확히 알고 살면 좋다. 개념은 세상만사 기본이고 핵심이며 생각과 사고와 사유 기준이다. 개념은 추상성과 상징성, 다의성과 위계성, 객관성과 일반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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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연합뉴스



■ 트럼프 코리아
구갑우, 박유현 엮음│사회평론

트럼프 2기서도 ‘MAGA’ 지속
“한국은 머니머신” 저격에 주목
방위비 재협상에 관세 전쟁까지
트럼프 시대 힘든 현실 대비를

정치는 말로 쌓아 올린 탑이다. 정치인의 한마디 말이 논란이 되고 정책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한 나라의 미래가 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말을 통해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이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사진)다. 트럼프의 말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유세 현장과 X(옛 트위터), 2021년 의사당 폭동 사태로 계정이 정지당한 뒤에는 직접 만든 SNS ‘트루스소셜’에 이르기까지 트럼프는 끊임없이 말을 통해 금자탑을 쌓아 올린 인물이다. 지난 6일 그는 2017∼2021년 1기 집권 당시보다 한층 더 매서운 발언으로 다시 한 번 이 자리에 올랐다. 주목할 점은 다소 감정적이고 우발적으로 보이는 그는 이전보다 정돈됐고 매우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당선 소식과 함께 시의적절하게 출간된 이 책은 지난 1년간 쏟아낸 말과 글, 그것도 한국을 향했던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세계 3차대전’이라는 공포 = “저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전쟁 없이 통치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전쟁을 벌이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지난 2022년 11월 15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에서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출마 선언은 ‘전쟁광’으로 묘사됐던 그의 이미지와 정반대의 메시지를 담았다. 마치 당장에라도 핵미사일 버튼을 누를 것만 같이 묘사됐던 그는 사실 전쟁이 없던 시기에 재임한 대통령이었다. 이는 이후 조 바이든 정부에 들어서 벌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통해서 한층 더 두드러졌다. 트럼프는 유세 현장에서 평화를 목놓아 외쳤다. 그리고 그가 자극한 정서는 바로 ‘공포’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세계 3차대전’이 발발할 수 있다고 그는 1년에 걸친 유세 기간 중 곳곳에서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의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해서 그는 지난 정부와 자신을 비교하는 전략을 자주 사용했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에게 조 바이든은 “사악한 조” 혹은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유능한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내세웠다. 전쟁을 멈추고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는 것이 ‘정의’가 아닌 ‘유능’에서 비롯된다는 게 골자다. 실제로 “정의보다 무능이 나쁘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그의 행동과 지난 재임 당시의 외교 전략을 설명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는 “강인하고 교활한, 그리고 대개는 사악”한 그러나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과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같은 독재자와 모두 “잘 지냈다”고 말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똑똑한 지도자” “진정한 권력자”라고 부른 이유다.

◇다시 ‘미국 우선주의’, 한국은 ‘머니 머신’으로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 주의’를 상징하는 말이자 1기를 넘어 2기에도 이어질 트럼프 정부의 방향성이다. 트럼프의 입에서 나온 ‘미국 우선주의’의 정의는 무엇일까. “낮은 세금과 규제, 최강의 군사력을 실현하고, 미국을 착취해온 나라들로부터 관세와 세금을 거둬 미국을 다시 부유하고 부채 없는 나라로 만드는 것.” 그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에서 언급한 ‘상호무역법’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밑그림이다. 법안은 중국이나 타국에서 미국에 100∼200%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비율의 관세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트럼프에게 상호주의란 이런 의미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그에게 ‘머니 머신’이다. 책에 따르면 동맹의 방위비를 미국이 아닌 자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건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부터 갖고 있던 신념이다. 1987년 뉴욕타임스에 자비를 들여 개인광고를 내면서까지 “미국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국가들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자신이 지금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이 “연간 100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만큼 2기 트럼프 정권에서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은 불가피할 것이다. 방위비와 함께 높은 관세는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관세를 바탕으로 자국 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그가 내세우는 치적이다. 그가 지난 10월 밝힌 팀 쿡 애플 CEO와의 대화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다. 트럼프는 ‘삼성전자’와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팀 쿡의 말에 “1년의 시간을 줄 테니 이 나라 안에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애플은 중국에 뿌리를 뒀던 제조 공장을 텍사스로 옮겼고 20∼50%에 달했던 관세를 피해 삼성전자를 앞지를 수 있었다.

약 1년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말을 모은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책 서두에서 말한다.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본 것처럼 트럼프의 말은 상당 부분 현실이 됐다고. 다시 트럼프의 시대가 시작됐다. 이제 그의 입과 손끝에서 어떤 현실이 만들어질지 또 한 번 주목해야 할 시간이다. 304쪽, 1만8000원.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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