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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限風光在險峰

모든 일에 대한 槪念을 정확히 알고 살면 좋다. 개념은 세상만사 기본이고 핵심이며 생각과 사고와 사유 기준이다. 개념은 추상성과 상징성, 다의성과 위계성, 객관성과 일반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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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천리설(適千里說)

 

 

글쓴이 : 김정희(金正喜)

이제 천리길을 가려고 하는 자는 반드시 먼저 지름길이 어디인가를 따져본 다음에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今夫適千里者 必先辨其徑路之所在 然後有以爲擧足之地]

 

지금 대체로 천리 길을 가는 자는 반드시 먼저 그 경로(徑路)의 소재를 분변한 다음에야 발을 들어 걸어갈 뒷받침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막 문을 나섰을 때에 당해서는 진실로 갈팡질팡 어디로 갈 줄을 모르므로, 반드시 길을 아는 사람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마침 바르고 큰 길을 알려주고 또 굽은 길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세세히 가르쳐주는 사람을 만났을 경우, 그 사람이 정성스럽게 일러주기를, “그 굽은 길로 가면 반드시 가시밭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바른 길로 가면 반드시 목적지를 가게 될 것이다.”고 하리니, 그 사람의 말이야말로 성심을 다했다고 이를 수 있겠다.

 

그러나 의심이 많은 자는 머뭇거리며 과감히 믿지를 못하여 다시 딴 사람에게 물어보고 또 다시 딴 사람에게 묻곤 한다. 그러면 성심(誠心선량하고 성실한 마음)을 지닌 곁사람(傍人 방인,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묻기를 기다리지도 않고서 그 길의 곡절(曲折)을 빠짐없이 열거하여 나에게 일러주되, 오직 자신이 잘못 알았을까 염려해서 사람마다 모두 같은 말을 하도록 하기까지에 이르는데, 이 정도면 또한 충분히 믿고 뒤질세라 서둘러 길을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 사람은 더욱 의심을 내어 생각하기를, “나는 감히 남들이 모두 옳게 여긴 것을 따를 수 없고, 남들이 모두 그르게 여긴 것도 나는 또한 참으로 그른 줄을 모르겠으니, 나는 모름지기 직접 경험을 해보리라.”하고서, 자기 마음대로 가다가 마침내는 함정에 빠져들어 구해낼 수 없게 되고 만다.

 

그러나 가사 종말에 가서야 자신의 미혹된 것을 깨닫고 되돌아온다 하더라도 이때는 또한 이미 시간을 허비하고 심력(心力)을 소모해버린 터라 자못 시간 여유가 없는 걱정이 있게 되는 것이니, 어떻게 하면 남들이 명백하게 일러준 말에 따라 힘써 행하여 공()을 쉽게 거둘 수 있을까? -김정희(金正喜,1789~1856), '적천리설(適千里說)', 완당전집(阮堂全集) 1/ ()-

 

본 연구는 조선 후기의 대학자인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인간관과 교육의 과정을 고찰한 것이다. 특히 인재설과 적천리설에 나타난 인간관과 학문관을 중심으로 교육관을 살펴보았다. 추사는 인재설에서 인간의 자질은 평등하다고 지적하면서도 개인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인간마다 다른 자질은 환경과 교육에 의해 바뀔 수 있으므로 교육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학문은 궁극적으로 주체적인 힘에 의해 자주적으로 진행해야 진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추사는 적천리설에서 학문의 과정을 천리 길을 가는 사람에 비유하여 설파하고 있다.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길을 아는 사람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스승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동시에 의구심이 생기는 일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물어서 스스로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공부의 태도를 지적하였다. 이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널리 배우는 동시에 의심나는 것은 물어서 자기 확신을 가졌을 때, 학문과 삶이 완성된다는 사고를 보여준다. 여기에서 추사의 교육 태도와 인간 교육의 가능성, 방법론적 측면을 확인할 수 있다.

 

간송미술관의 태두 가헌(嘉軒) 최완수(崔完秀) 선생의 첫 노작이었던 추사집40년 가까운 세월을 넘어 새로운 판으로 출간되었다. 1976년 초판을 선보인 이 책은 우리 미술사학의 명저로서 당대 추사 연구의 질적 전환을 가져온 역저였다. 추사의 고갱이를 꼼꼼히번역한추사집은 추사의 진면목을 5(서론/ 화론/ 금석학/ 경학 불교학/ 서한문)로 나누어 한데 모은 것이다. 이번 신판은 추사의 형형한 사유와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도판과 방대한 연보 등을 추가했으며, 무엇보다 수년에 걸친 교정과 보충으로 정본 추사집으로 새로이 탄생하였다. 아울러 한국 미술사학의 대들보인, 이른바 간송학파가 손을 모아 18세기 진경시대의 사상과 문화의 전모를 훑은진경문화가 함께 출간되었다.

 

추사는 전무후무한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시대사조의 전환기를 산 새로운 지식의 기수이며, 노쇠한 조선왕조의 구문화 체제로부터 신문화의 전개를 가능케 한 선각자였다.” _초판 머리말에서

 

대작 추사집은 서예가로서뿐 아니라 사상가, 금석고증학의 전문가로서 진경시대 문화의 진경을 보여준 추사 김정희가 남긴 다양한 분야의 글과 작품을 가려 실은 책이다. 서화(書畵), 경학, 불교학, 금석고증학에 이르는 여러 분야에 남긴 김정희의 커다란 족적은 물론이고 정치적 파고를 헤쳐 가며 살아간 한 선비의 내밀한 심경까지 고스란히 담은 정선(精選) 문집이다.

 

가헌 최완수 선생은 조선왕조 오백 년 정체설(停滯說)을 주창한 일제 식민사관의 부당성을 일찍부터 간파하고, 일찍이 조선시대 전반에 걸친 예술 사상 정치 경제사 등 문화사 제반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 문화의 능동성과 특장을 연구하였다. 그 결과 조선시대 문화사 중 그 절정기를 이루는 진경시대를 미술사로 조명하여 그 영광의 현장을 가시적으로 드러내 보이고자 진력하였다. 1966년 간송미술관에 부임한 젊은 미술사학자 최완수는 추사체를 창안하고 진경문화의 정점을 보여준 이 시대의 대표적 지식인 추사 김정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1976년 첫 책추사집을 펴내기에 이른다.

 

추사집은 김익환이 편찬한 완당선생전집을 저본으로 삼아, 주로 서 금석학(金石學)에 관계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가려내 번역하고, 경학(經學)과 불교(佛敎) 관련 글 일부와, 유배 기간에 형제와 조카, 제자들에게 쓴 서간문을 여러 편 옮겼다. 특히 제1편 서론(書論)에서는 고금의 금석탁본, 법첩(法帖)의 명필과 서체를 종횡으로 논파한 글을 모았는데, 이를 통해 추사체의 비의(秘義)를 짐작케 한다. 2편 화론(畵論)에서는 일치의 새로운 이념미를 추구한 추사의 문인화 미학이 드러난다.

 

최완수 선생은 지난 2009년에 역시 근 40년에 걸친 겸재 연구를 일단락 짓고 그 동안의 연구 성과를 종합하여 겸재 정선3권을 출판하였다. 이어 추사 연구도 마무리지는 작업에 들어갔다. 각종 경전과 사서(史書)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각종 문집 자료 등을 재검색하기 시작했다. 관련 자료가 워낙 방대한 터라 추사의 일생을 일목요연하게 밝히기 위해 상세한 연보 작성에 우선 착수하였다. 연보의 큰 틀을 짠 후 시대 상황과 가족관계, 교우 관계, 정치 상황, 청나라 문사들과의 교유 사실, 고증학관(考證學觀), 추사체의 성립 과정 등을 염두에 두고 그와 관련된 사실들을 가능한 한 상세히 보태나가는 지난한 작업을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이 작업과 동시에 38년 전 출간한추사집을 새로이 복간하여 추사 연구의 바탕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 동안 수정을 거듭해왔던 추사집의 번역문과 원문을 꼼꼼히 대조하는 작업에 돌입하여 아쉬운 부분들을 과감하게 바로잡아 나갔다. 주석()의 도움 없이 이해가 어려운 내용은 더욱 보충했다. 그리고 한문 소양이 없거나 서예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세대를 위해 몇 가지 비빌 언덕을 만들어 넣었다. 우선 16교에 걸친 교정을 통해 되도록 오늘의 독자를 감안한 문장과 어휘로 다듬었으며, 추사집에 수록한 원문의 원본이 남아 있는 것은 가능한 한 원본 사진을 찾아 도판으로 함께 싣고, 본문이나 주에서 언급되는 비문(碑文)이나 법첩 등의 사진도 삽도로 함께 실었다. 초판에 없던 김추사의 금석학을 수록하여 평설을 늘였으며, 추사 가계도와 연보를 대폭 늘였다. 이러다보니 393쪽이었던 초판이 768쪽의 개정증보판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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