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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限風光在險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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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의 미국 방문과 중국과 대만의 외교 전쟁

 

권의석 원광대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차이잉원과 미국의 밀착, 성공할 수 있을까
 

2023년 3월 26일 중남미 국가 온두라스가 82년간 이어져 오던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공식적으로 단절하고 중국과 정식으로 수교했다. 온두라스의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가르시아 외무장관과 중국의 친강 외교부장은 국교 수립 이후 발표한 공동 성명문을 통해 "대만은 분리될 수 없는 중국 영토"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하며 중국 정부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인정했다.

온두라스가 80년 이상 이어져 오던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하면서, 온두라스의 가르시아 외무장관은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만에 대해 지고 있는 부채 6억 달러에 대해 재협상을 하거나 추가 재정 지원을 제공하라는 요구를 대만 측에 보냈음에도 이에 대한 답이 없었다며 단교의 책임을 대만에 물었다. 

 

여기에 온두라스가 수력발전댐 건설을 위해 중국과 협상에 들어간 지 몇 주 되지 않아 대만과의 단교를 결정한 점, 그리고 온두라스의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이 대선 중에 중국과의 수교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중국과의 수교를 지시하면서 "모든 국민을 위한 최대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트위터에 밝힌 점을 고려할 때,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게 된 이유가 경제적 동기에 있음이 더욱 분명해 보인다. 

 

이에 대해 대만 측은 온두라스가 요구한 재정 지원 규모가 20억 달러를 넘는 무리한 수준이었다면서 "달러 외교"를 하는 중국과 이에 응한 온두라스 모두 강력하게 비난했다. 

 

특히 이번 온두라스의 대만 단교는 2023년 3월 29일로 예정되었던 대만 차이잉원 총통의 9박 10일 중남미 수교국 순방을 앞두고 일어났기에, 대만에 대한 중국의 외교 공세가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차이잉원 총통이 수교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기 위해 미국을 경유하면서 귀국길에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담하자, 중국 측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등, 이번 차이잉원 총통의 순방을 둘러싼 양안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 5일(현지 시각) 차이잉원(왼쪽) 대만 총통이 중미 수교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 방문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하며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났다. ⓒAFP=연합뉴스
 

중국 압박 속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대만

1941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이 정식으로 수립된 이후, 중국과 대만은 각자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적 정부임을 주장하며 수교국이 상대국과 수교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외교 전쟁을 펼쳐왔다.

냉전 초기에는 대만 역시 "자유 진영"의 다수 국가와 공식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1970년대 "데탕트" 외교를 통해 동서간 화해의 분위기가 형성되고 1971년 대만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중국에 잃으면서 시작된 단교 위기는 1972년 중일 수교, 1979년 미중 수교, 1992년 한중 수교 등을 거치면서 계속 악화했다.

 

특히 2016년 반중국‧독립을 주장했던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현 총통이 취임하면서, 대만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려는 중국의 공세 역시 더욱 거세졌다. 2016년 22개였던 수교국 숫자는 차이 총통 취임 기간 계속 줄어들어, 온두라스를 포함한 총 9개국이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하면서 현재는 벨리즈, 과테말라, 아이티, 파라과이, 세인트크리스토퍼 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마셜 제도, 나우루, 팔라우, 투발루, 에스와티니, 바티칸 시국 등 총 13개 국가만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고속 성장을 거듭한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무역 확대, 관광객 증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 차관 지원 등 다양한 회유책을 대만 수교국에 제시했다. 특히 대만과의 수교국 가운데 관광업에 의존하는 소국이 많았기에, 2017년 관광업이 전체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팔라우에 대해 중국인 관광객 방문을 제한한 사례와 같은 위협책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당근과 채찍을 통해 중국은 상당수의 국가가 대만과 단교하도록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다. 2007년 대만과 단교한 코스타리카, 2018년 단교한 도미니카 공화국 모두 경제적 이유를 들었고, 2019년 중국과 수교한 솔로몬제도 역시 "개발도상국을 도우려는 중국의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이와 같은 중국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현 수교국이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이어가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이 가운데 투발루처럼 냉전 시기 반공주의를 공유하던 역사적 배경도 있겠지만, 대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 역시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수교국의 존재가 중요한 만큼, 이들과 친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만은 수교국에 대한 경제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차이잉원 정부는 2018년 3억 달러 수준이던 대외 원조 예산을 2020년 5억 달러로 늘리며 적극적인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만의 경제원조는 중국의 차관 때문에 "빚의 덫"에 빠질 것을 우려하는 약소국들에 대안이 되고 있으며, 실제로 대만 수교국인 투발루의 경우 인공섬 건설을 돕겠다는 중국의 제안을 뿌리치고 대만의 100만 달러 상당의 무상 원조 제안을 수락하기도 했다. 

 

이러한 재정적 지원 이외에도, 반도체, 공학, 의학 분야 연구에서 앞서는 대만에 유학생을 파견함으로써 국가에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지식과 기술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대만과의 교류를 이어가는 이유가 되고 있다.

 

약해진 미국의 영향력을 파고드는 중국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는 국가들은 대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대만관계법"을 통해 대만에 대한 방위 지원을 약속하고 민간 교류를 이어가는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이를 통한 정치적, 안보적 이득을 기대하는 셈이다. 

 

현재 대만과 정식 수교를 맺은 13개국 가운데 11개국이 미국의 영향력이 강한 중남미와 태평양에 있다는 사실은 대만과 수교국 간 외교관계가 당사자의 국익뿐만 아니라 중국의 영향력 확산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안보적 이익까지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수년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국가가 중남미와 태평양 지역에 집중된 점은 중국과 대만 사이의 외교 전쟁이 2000년대 테러와의 전쟁과 세계 금융 위기로 영향력이 약해진 미국과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며 본격적인 강대국 외교를 추진하는 중국 간 대결의 일환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역시 태평양 지역 내 중국의 공세적인 외교에 대항하기 위해 2004년 대만과 단교한 바누아투에 대사관을 개설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올해 초, 2019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뒤 안보 조약까지 맺은 솔로몬제도에도 30년 만에 대사관을 개설하는 한편 마셜 제도, 팔라우 등 오세아니아 국가에 20년 간 총 70억 달러의 원조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만과 미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는 4월 30일 파라과이 대선에서 중국과의 수교를 공약으로 내세운 야당이 승리하게 되면 대만은 또 하나의 중남미 수교국을 잃게 될 수 있고, 미국은 새로운 중국 수교국을 남미에서 마주하게 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파라과이의 단교가 현실이 된다면, 이는 내년 대만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야당인 국민당에 대만의 외교 고립을 불러온 민진당 정권을 공격할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역시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대만의 수교국을 빼앗기 위한 중국의 공세 또한 내년 대만 대선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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