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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限風光在險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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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MD도 믿을 수 없으니 공격용 무기가 필요하다고?

▲ 일본 해상자위대 군기인 욱일기 ⓒ연합뉴스
 
 
글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정욱식 칼럼] 일본의 방위문서 개정이 적절하지 않은 이유
 
미국은 미사일방어체제(MD)를 추진하면서 두 가지 논리를 제시했었다. 하나는 적대국의 핵무기와 미사일의 효용성을 반감시켜 비확산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적대국이 핵무기와 그 투발수단인 미사일을 만들어봐야 MD로 요격당할 수 있으니 자제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또 하나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방어용' 무기인 MD를 증강할수록 '공격용' 무기를 늘리거나 사용할 동기가 약해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유사시 MD가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면 보복을 가할 이유가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걸쳐 유행했던 이러한 주장은 어느덧 자취를 감췄다. 현실 세계는 이러한 주장과 정반대로 움직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MD를 강화할수록 그 명시적·잠재적 적대국들인 북한, 중국, 러시아 등은 더 많은 핵무기와 더 다양한 미사일로 응답해왔다. 또 MD를 강력히 추구해온 미국과 동맹국들의 공격용 무기 개발·증강도 역대급으로 향하고 있다. 

 

이게 뜻밖의 상황일까? 아니다.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미국이야말로 그 누구보다도 MD의 부작용을 잘 알고 있었다. 미국이 1972년 소련과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을 체결하면서 내세웠던 핵심적인 논리가 '방어용 무기에 제한을 둬야 공격용 무기 경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새삼스럽게 이 얘기를 꺼내든 이유는 한미일이 갈수록 미국 군산복합체의 논리에 포섭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최근 "반격 능력"을 공식화하면서 평화헌법을 사실상 폐기한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이 공격용 무기 도입을 결정한 데에는 북한과 중국의 미사일 전력 다종화로 MD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다는 판단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미일이 MD를 자제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세 나라는 MD 결속을 강화하면서 사실상의 3각 동맹으로 향하고 있다. 또 공격용 무기 증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보노라면, 떠오르는 중국 고사가 있다. '창과 방패'를 의미하는 모순(矛盾)이 바로 그것이다. 

 

유래는 이렇다. 초나라의 한 장사꾼이 저잣거리에 창과 방패를 갖다 놓고는 "여기 이 방패는 어찌나 견고한지 제아무리 날카로운 창이라도 막아낼 수 있습죠"라고 말하고, "여기 이 창은 어찌나 날카로운지 꿰뚫지 못하는 방패가 없습죠"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구경꾼이 "그럼,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 거요"라고 묻자, 장사꾼은 아무 대답도 못하고 줄행랑을 쳤다. 

 

군산복합체를 이 장사꾼에 비유해보면 어떨까? 군산복합체들은 한편으로는 MD를 '신의 방패'라고 치켜세우고 팔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방패만으로는 부족하니 공격용 무기도 사라고 졸라댄다. 고사에서는 장사꾼이 줄행랑을 쳤지만, 현실 세계에선 활개를 친다. 왜? 정책결정자들이 구경꾼보다도 현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일본의 공격용 무기 재무장 결정으로 동아시아 군비경쟁은 새로운 차원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세계 최강인 미국은 국방비는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세계 6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한국도 '3축 체계'를 중심으로 군비증강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들 세 나라의 군사협력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해지고 있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도 각자, 혹은 힘을 합쳐 군사적 맞대응에 나설 것이다. 

 

그런데 더 늦게 전에 이들 나라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한편으로는 역대 최강의 군사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자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갈수록 안보가 불안해지고 있다고 말하는지를 말이다. 혹시 나의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가 상대방의 반작용을 불러와 나의 안보도 더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말이다. 천문학적인 군비지출을 감당하기로 한 결심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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