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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限風光在險峰

모든 일에 대한 槪念을 정확히 알고 살면 좋다. 개념은 세상만사 기본이고 핵심이며 생각과 사고와 사유 기준이다. 개념은 추상성과 상징성, 다의성과 위계성, 객관성과 일반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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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펭귄의 암울한 미래

글 : 헬렌 스케일스 사진 : 슈테판 크리스트만

 

지구온난화로 황제펭귄의 생존에 아주 중요한 빙붕이 계속 녹아내리면 녀석들은 결국 멸종하고 말 것이다.

맨 먼저 멀리서 검은 점이 한 개 나타난다. 뒤이어 점점 더 많은 점이 나타나더니 새하얀 빙원을 가로지르는 구불구불한 선들이 생긴다.

“그러다 갑자기 첫 번째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사진작가 슈테판 크리스트만은 말한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그는 문득 깨닫게 된다. ‘펭귄들이 돌아오고 있구나.’

3월 말 남극 대륙 퀸모드랜드에 있는 애트카만. 크리스트만은 이곳에서 황제펭귄이 바다에서 먹이 활동을 끝내고 돌아오기를 두 달 이상 기다려왔다.

크리스트만은 애트카만에 군집을 이루고 사는 약 1만 마리의 펭귄과 함께 두 번째로 겨울을 날 계획이다. 5년 전에도 이곳에서 겨울을 보낸 그는 황제펭귄의 번식 주기를 기록하는 일을 완성하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 이는 야생동물 사진작가들이 거의 시도하지 않은 작업이다. 기온이 적어도 영하 45℃까지 내려가고 매서운 눈보라 때문에 1m 앞도 보이지 않는 남극 대륙에서 겨울을 나는 것은 겁이 많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가장 추운 7월과 8월에는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런 상황에 익숙해집니다.” 크리스트만은 무덤덤하게 말한다. 

그와 달리 황제펭귄은 안정적으로 새끼를 기를 수 있게 해주는 해빙이 줄어드는 상황에 쉽게 익숙해지지 못할 것이다. 남극 대륙의 54개 군집에서 짝짓기를 하는 약 25만 6500쌍의 성체 황제펭귄들은 수영을 잘하지만 봄이 찾아와 얼음이 녹기 전에 해빙 위에서 새끼를 길러야 한다. 남극 대륙의 해빙은 해마다 규모가 크게 변하지만 5년 전에는 갑자기 줄어들었다. 지난해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남극 대륙의 해빙은 2017년에 사상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지금은 해빙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관측한 평균량보다는 여전히 적다. 또한 기후 모형의 예측에 따르면 우리가 기후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이번 세기 말쯤에는 해빙의 양은 심각하게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황제펭귄은 멸종할 것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우즈홀 해양학연구소의 해양조류 생물학자 스테파니 제누비에는 말한다. 제누비에가 이끄는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가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2100년쯤에는 황제펭귄 군집의 80%가 사라져 녀석들이 생존할 가망성이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그때쯤이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3~5℃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온 상승폭이 1.5℃ 이하로 유지될 수 있다면 황제펭귄 군집의 20% 정도만 붕괴될 것이고 살기에 더 적합한 해빙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로스해나 웨들해에서는 녀석들의 개체수가 조금 늘어날 것이라고 제누비에는 말한다.

애트카만 군집에 속한 수컷 펭귄들이 발 위에 알을 올려놓은 채 한데 모여 두 달 동안 이어지는 극야를 견디고 있다.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은 암컷들은 먹이를 먹기 위해 바다로 돌아갔다. 수컷들은 아주 빽빽하게 몸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흩어지고 나면 사우나를 금방 하고 나온 것처럼 온몸에서 김이 날 수도 있다.
해빙이 형성되고 애트카만에 서식하는 펭귄들이 환경에 적응하면 크리스트만은 새롭게 생식 주기를 시작하는 펭귄들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기 시작한다. 황제펭귄들은 우아한 구애 동작으로 한 해를 함께할 상대를 고른다. 짧고 어색한 짝짓기가 이어진다.

짝짓기를 끝낸 펭귄 부부들은 함께 붙어 다니면서 서로의 움직임을 똑같이 따라 한다. 쌍쌍의 친밀한 유대감은 그해에 그들 사이에서 태어날 단 한 마리의 새끼 펭귄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펭귄들은 5월 말이 되면 알을 낳기 시작한다. 암컷 한 마리당 알은 한 개씩만 낳는다. 알을 낳는 것은 체력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기 때문에 기력을 소진한 암컷은 조심스럽게 알을 수컷에게 건네고 떠날 준비를 한다.

수컷이 홀로 남아 알을 돌보는 동안 남극 대륙에 겨울이 찾아온다. 시속 160km의 강풍이 불고 기온이 급강하하면 펭귄들은 한데 모여 서로의 체온을 나눈다. 수컷들은 몸에 비축된 체지방뿐 아니라 이런 협력 덕분에 자신들과 소중한 알을 지킬 수 있다. 먹을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암컷이 돌아오기 전까지 수컷의 몸무게는 거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이다. 추위가 절정에 달하는 기간이 되면 펭귄들은 최대한 많은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조용해진다. 크리스트만의 귀에는 펭귄이 발로 얼음을 긁으면서 내는 기괴한 소리만 들릴 뿐이다.

6개월 정도 지속되는 겨울 동안 남극 대륙의 이 지역에서 머무는 사람은 크리스트만을 포함해 12명이 전부다. 그 사람들은 애트카만의 해빙 위에 건설된 조그만 독일 연구기지에 옹기종기 모여 산다. 

극야가 끝나는 7월 말이 되면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황제펭귄 군집 위로 태양이 떠오른다. 암컷이 먹이를 품고 제때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새끼 펭귄들은 수컷이 식도를 통해 게워내는 ‘펭귄 밀크’로 첫 식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힘든 겨울을 보낸 수컷 모두가 펭귄 밀크를 게워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트만은 얼어 죽은 새끼를 자신의 발에 올려놓는 수컷 한 마리를 봤다. “그 수컷은 새끼를 발 위에 올려놓더니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무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정말 마음이 아프더군요.” 크리스트만은 말한다.

암컷은 굶주린 상대가 그들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돌아온다. 이때 어미는 새끼를 처음으로 보게 되고 먹이 주는 일을 넘겨받는다. 그때부터 몇 달 동안 펭귄 부부는 한 조가 돼 번갈아가면서 자라나는 새끼에게 줄 먹이를 물어온다. 9월 즈음이 되면 펭귄 부부는 훨씬 더 많은 먹이를 요구하는 새끼를 위해 함께 사냥에 나서야 하며 이때 남겨진 새끼들은 한데 모여 시간을 보내게 된다.

새끼 펭귄들은 한데 모여 있는 방법을 배우기는 하지만 녀석들이 언제나 질서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 몇 마리가 무리를 지어 뭉쳐 있는 곳에 갑자기 다른 녀석이 달려들어 무리를 흩트려놓기도 한다.

가끔은 홀로 남은 펭귄 부모들이 모여 있는 새끼 펭귄들을 돌보기도 한다. 크리스트만은 새끼 두 마리를 돌보는 성체 펭귄 한 마리를 목격했다. 다른 한 마리는 다른 펭귄의 새끼일 텐데도 녀석은 새끼 두 마리 모두를 돌보며 먹이를 먹였다. 우연이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성체 황제펭귄은 알주머니를 들어 올려 자신의 갓난 새끼를 다른 펭귄들에게 보여주는 행동을 할 때가 많다. 녀석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크리스트만은 펭귄들끼리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해 서로의 새끼를 보호하고 돌보려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해가 끝나갈 무렵이면 새끼 펭귄은 거의 부모만큼 키가 자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녀석이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해빙이 녹기 전에 새끼 펭귄은 회색 털이 빠지고 방수가 되는 깃털이 자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녀석들은 익사할 것이다. 이런 일이 2016년 핼리만 군집에서 일어났다. 이곳에서는 새끼 펭귄들이 아직 보육기에 있었던 10월 이전에 폭풍이 불어 해빙이 부서져버렸다. 그 뒤로 성체 펭귄들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해빙이 형성되지 않아 결국 번식은 거의 실패로 끝났고 태어난 새끼는 단 한 마리도 성체가 되지 못했다. 그전까지는 남극 대륙에서 두 번째로 큰 펭귄 군집이었던 핼리만은 이제 거의 버려진 곳이 됐다. 핼리만에 분 폭풍은 60년 사이에 발생한 가장 강력한 엘니뇨와 관계가 있는데 이런 극심한 기후 양상은 점점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암컷 한 마리가 바다로 떠나기 전에 자신의 알을 짝짓기 상대의 발 위에 올리는 것을 돕고 있다. 알을 옮기는 세심한 과정은 재빨리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알은 얼어버릴지도 모른다. 암컷은 약 두 달 동안 수컷을 떠나 있을 테지만 부부의 강한 유대감은 계속 유지되며 8월이면 녀석들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다시 애트카만으로 돌아가보자. 예상보다 빠른 12월 말에 해빙이 녹기 시작하면서 크리스트만은 털갈이를 하고 있는 성체 펭귄과 새끼 펭귄들이 수북하게 쌓인 눈을 경사로로 삼아 더 높이 솟은 빙붕 위에 있는 안전한 곳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한 달 뒤에 크리스트만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완전히 자란 새끼 펭귄들이 빙붕에서 5m 내지 10m 아래에 있는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을 지켜본다.

크리스트만은 얼어붙은 땅에서 1년을 버텼지만 그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남극 대륙으로 떠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황제펭귄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그곳에는 날지도 못하고 우스꽝스럽게 걸으며 늘 기분이 언짢은 것처럼 보이는 새가 있습니다. 그 새들은 우리에게 남극 대륙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녀석들은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 새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인간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현실이 정말로 슬픕니다.”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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