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중인 남성이 중증 치매에 걸리자 혼인신고서를 위조한 뒤 6000만 원을 몰래 인출한 간호조무사 여성에게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이 여성은 재판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었고 동의를 받아 혼인신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컴퓨터등사용사기 등 혐의를 받는 여성 B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간호조무사인 B 씨는 2019년 10월 지인 소개로 한의사 A 씨를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 2020년 8월부터는 A 씨 한의원에 근무하며 일상생활도 함께했다.
A 씨는 그 무렵부터 진료를 마친 환자에게 다시 진료받으라고 하는 등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등 치매 증상을 보였다. A 씨는 기억력 저하 등이 급속히 진행되는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진단을 받았고, B 씨는 A 씨가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안 돼 자신의 지시대로 행동하는 상황을 악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B 씨는 A 씨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A 씨와 혼인신고서를 위조해 구청에 제출했다. 이후 B 씨는 A 씨의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계좌에서 6000만 원을 이체했고 이 중 4000만 원을 사용했다.
B 씨는 A 씨 가족에게 A 씨가 치매를 앓고 있는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병원에서 최초 의심 진단을 받을 당시 A 씨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고, A 씨 누나가 A 씨를 병원에 데려간 뒤에도 A 씨를 몰래 퇴원시켰다.
법정에서 B 씨는 "2020년 7월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었으며 의사능력이 있던 상태에서 동의받아 혼인신고서를 작성했다"며 "6000만 원도 A 씨가 위임해 송금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혼인신고서의 일부 한자를 A 씨가 기재했더라도 ‘부부는 동거 부양의 의무가 있으며 사망 시 잔여 배우자가 상속받는다’는 법률상 의미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B 씨가 시키는 대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법원은 "죄질이 좋지 못한 점,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