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여고생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50대 교회 신도가 지난 5월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피고인들 처벌 원치 않아…아이 보호할 곳 없어 교회 보내" 주장
교회에서 신도와 합창단장으로부터 학대를 당하다 숨진 여고생의 어머니가 법정에 출석해 가해자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 장우영)는 2일 아동학대살해와 중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신도 A(여·54) 씨, 합창단장 B(여·52) 씨, 또 다른 40대 여성 신도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전날 법정에는 A 씨 등의 학대로 숨진 피해 여고생 C(17)양의 어머니(52)가 증인으로 출석해 "(B 씨 등이) 제가 돌보지 못하는 부분에 가까이서 돌봐주신 부분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 단계부터 A 씨 등 3명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지금도 그런 입장인 게 맞느냐"고 A 씨 등의 변호인이 묻자 "네"라고 답했다.
해당 교회 신도인 그는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정신과 치료를 해야 할 딸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내 유기하고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C 양의 모친은 "딸이 발작해서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에 다녀온 뒤 입원할 병원을 알아보러 다녔으나 ‘미성년자라서 안 받는다’라거나 ‘바로 입원이 안 된다’고 해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신병원에서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성폭행도 당할 수 있다는 말도 교회 신도로부터 들었다"며 "딸은 둔 엄마로서 정신병원에 보내는 게 그런 상황이 오면 가슴이 아플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딸을 교회로 보내는 과정에서 이 교회 설립자의 딸이기도 한 B 씨의 지시나 직접적인 권유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B 씨에게 아이를 보호할 곳이 없다고 하니 (B씨가) 딸을 데리고 도움을 주겠다고 해 너무 감사했다"라고 진술했지만 법정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검찰은 C 양 모친이 앞서 B 씨에게 보낸 "두 딸을 하나님께 맡기는 마음으로 다시 보내게 돼서 감사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제시했으나 그는 "B 씨에게 (딸을) 보냈다는 게 아니라 하나님에게 맡긴다는 마음이 컸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B 씨가 맡아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낸 문자메시지가 아니냐"고 재차 질문하자 C 양의 모친은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 사건의 4차 공판은 오는 4일 오전 10시에 열리며, 당일에는 A 씨 등을 상대로 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A 씨 등 3명은 지난 2월부터 5월 15일까지 인천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 C 양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5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C 양에게 성경 필사를 강요하고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계단을 1시간 동안 오르내리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C 양은 계속된 학대로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음식물도 전혀 섭취할 수 없게 됐으나, A 씨 등은 C 양의 몸을 묶는 등 가혹 행위를 반복하면서 강한 결박을 위해 치매 환자용 억제 밴드를 구매하기도 했다. 결국 C 양은 지난 5월 15일 오후 8시쯤 교회에서 밥을 먹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뒤에 숨졌다. |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