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점점 더워지는 지구와 한반도의 2018년은 최악의 폭염을 맞으며 '지구온난화' 위기를 실감하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구 온난화(地球溫暖化, global warming, climate change)는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바다와 지표 부근 공기의 기온 상승을 의미한다. 기후 온난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90% 이상의 온실 기체 농도의 증가와 화석 연료의 사용과 같은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전 세계의 온난화로 인해 지구 기온이 증가함과 함께 해수면 상승 및 강수량과 패턴의 변화, 아열대 사막 지방의 확장 등이 있다. 특히 인간 생활에서는 농업 수확량의 감소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농업생태계는 지구 온난화의 지배를 받으면서 농작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본론에서 기후변화의 원인을 살펴보고 과거 30년 동안 우리나라 기상변화와 농작물 재배현황 분석 및 기상변화에 따른 농작물의 생태변화에 대하여 설명하기로 한다.
Ⅱ. 기상변화에 따른 농작물의 생태변화
1.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기상변화
1) 기후변화의 원인
기후란 장기간의 평균적인 기상조건을 나타내는 용어이며 이러한 기후는 장기간에 걸쳐서 변화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최근의 기후변화라는 용어는 이렇게 변화하지 않아야 하는 기후가 변화된다는 점에서 보면 개념적으로 모순된다고 볼 수 있다.
지구가 탄생한지 47억년이 흐르는 동안 지구상의 기후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큰 변화를 격어 왔으며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는 대기층을 조성하는 물질의 변화이다.
특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는 지질시대의 4차례 빙하기의 주원인으로 밝혀졌으며 최근에는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이산화탄소 증가가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지구온난화는 비단 기후변화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기후변화에 따라서 나타나는 환경변화와 생태계 변화, 나아가서 사회 경제문제와 국제 정치에 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2) 우리나라 기상변화
(1) 이상고온
지구온난화는 우리나라의 기후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상고온을 비롯해 폭설·집중호우·가뭄·한파 등 다양한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구 온난화로 1880~2012년까지 전 지구의 평균기온은 0.85℃ 상승했다. 한국의 경우는 최근 30년간 전 세계 기온 상승에 비해 1.5배 높게 상승했고 최근 20년의 경우는 0.7배 수준이었다. 또 전국 주요 권역의 연 평균 기온은 최근 40여 년 사이에 1도 안팎으로 상승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 겨울철 날씨의 큰 특징이었던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없어지면서 대신 이상난동과 이상한파가 뒤섞여 일어나고 간혹 강추위가 찾아오거나 폭설이 내리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따뜻한 날이 많아져 한강에 얼음이 어는 날이 줄어들고 있다. 평균기온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지구온난화와 함께 서서히 높아진 것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나라는 21세기 후반에 강원도 산간을 제외한 남한 지역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 지역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는 대신 긴 여름과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더위가 점차 일찍 찾아들어 5월이면 여름으로 접어든다. 2015년 5월 평균기온은 18.6℃로 1973년 이래 가장 더웠다. 이에 사상 처음으로 5월 폭염특보가 발령됐다. 5월 폭염은 2016년에도 이어졌다. 그동안 폭염특보는 6~9월에만 발동되었다. 5월에 서울의 기온이 30도를 넘은 날이 1980년대에는 0.2일 정도였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평균 1.7일로 늘었으며 특히 2015년부터는 4~6일이나 지속되었다. 폭염특보는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로 나뉜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는 일 최고기온이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일 때 발효된다.
(2) 강수 패턴 변화
이상기후는 여름에도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여름철에 연 강수량의 50~60% 이상이 집중되는 장마 시기이다. 그러나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장마기간 동안 강수량이 평년 대비 73%로 적었다. 장마기간 전국 평균 강수량은 240㎜로 평년의 356㎜보다 적었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빈번한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발생했다. 2015년 전국 폭염 일수 및 열대야 일수는 각각 8.1일(평년 5.4일), 4.7일(평년 2.7일)로 평년보다 각각 2.7일, 2.0일 많았다. 가뭄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겨울부터 봄까지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피해도 점차 대형화되고 있다. 2015년에는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우리나라 최대 다목적댐인 춘천 소양강댐의 수위가 1978년 이후 최저로 내려가기도 했다.
생태계가 변하는 현상은 강과 바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5년 여름에는 비가 적게 내려 강수량이 크게 감소한데다 일조량 증가로 수온이 상승해 팔당호에 조류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한강 등에서도 녹조현상이 심화된 바 있다. 한강 하류의 녹조가 심각해져 물고기 수백 마리가 폐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수도권의 식수원인 한강이 오염 위험에 놓였고 어민들은 생계수단을 잃었다. 이번 녹조 현상은 물 관리 능력 부족에도 기인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불규칙적인 가뭄과 홍수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 할 것이다.
(3) 대형 기상재해 빈발
태풍의 위력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1987년의 태풍 셀마(최성기 시, 중심기압 911hPa / 최대풍속 50m/s), 2002년 루사(최성기 시, 중심기압 950hPa / 최대풍속 40m/s), 2003년의 매미(최성기 시, 중심기압 910hPa / 최대풍속 55m/s) 등은 엄청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입혔다. 특히 루사는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유례없는 막대한 인명과 재산상 피해를 가져다주었다. 최대 세력은 한반도에 상륙한 최강의 태풍으로 꼽히는 매미와 셀마 수준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 평년보다 높았던 해수 온도 등이 태풍의 위력을 저지하지 못해 오랜 기간 동안 중심기압 950hPa 대의 강한 세력을 유지했기 때문에 피해규모는 더 컸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3~4월 한반도를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의 불청객' 황사는 중국 북부의 고비사막, 타클라마칸사막 및 황하 상류지대의 흙먼지가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3,000~5,000m 상공으로 올라가 초속 30m 정도의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까지 날아오는 현상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황사가 오는 시기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황사가 발원하는 중국·몽골 사막지역에도 눈이 녹고 건조한 상태가 빨리 찾아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시도 때도 없이 이 불청객들이 찾아들고 있으며 농도 또한 더욱 강해지고 있다. 황사에 중국발 스모그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황사에 비해 더 무서운 존재이다. 황사는 사막의 흙먼지가 제트기류를 타고 퍼지는 반면, 미세먼지는 대도시 공업 밀집지역 등에서 화석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처럼 최근 우리나라는 계절에 상관없이 중국의 사막화와 스모그로 인해 황사에 미세먼지까지 뒤섞인 부유물에 시달리고 있다.
2. 농작물 재배현황
1) 식량작물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기후가 점차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국내 주요 농작물들의 북 한계선도 끝없이 북상 중에 있다. 2040년대부터 급격한 기후변화가 발생하면서 재배 농작물과 우리네 밥상도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가운데 아열대작물에 쏠리는 관심이 각별하다. 국가 차원에선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환경의 변화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농가 입장에선 새로운 소득 작물 발굴에 기대를 거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의 기온 상승이 곧 아열대농업의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겨울은 여전히 춥고, 이를 극복하며 생산한 열대과일은 비싸며, 채소류는 아직 우리의 입맛에 낯설다.
2) 채소류
점점 뜨거워지는 한반도에서 아열대농업은 이제 더 이상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 농가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과일에 비해 채소 종류는 통계 잡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경상남도를 중심으로 아열대 채소류 생산이 시도되고 있다. 함양에선 여주, 김해에선 인디언시금치, 거창에선 삼채, 사천에서는 오크라, 롱빈, 공심채 등 평소 들어보지 못한 채소들이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 농업인이 아닌데다 아열대채소 재배기술을 자문 받기도 쉽지 않다. 나아가 안정적인 판로 확보도 큰 숙제이다. 최근 밀양, 창녕, 창원 등지의 시설농가들이 아열대채소 재배에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매단가도 떨어지고 있다.
겨울철에는 농장에 가온시설을 갖추고 아열대채소 재배 역시 시도된다. 겨울철엔 그나마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생산자간 경쟁도 덜한 편이다. 또, 가온시설로 열대과수 재배가 가능해짐에 따라 관광이나 체험교육을 결합한 6차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위험요소 또한 적지 않다. 겨울 추위가 여전해 아열대작물이 노지에서 겨울을 나기가 어렵다. 추가 시설이 필요하고, 이는 생산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저가의 수입 채소류와 경쟁하는 것도 그만큼 벅찬 셈이다. 농가들이 특정 작물 생산에 치우칠 경우 가격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최근에 농촌진흥청이 대학과 함께 아열대채소를 활용한 한식 요리 레시피 개발에 나선 것은 환경의 변화를 음식문화의 변화로 잇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열대채소 시장은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안산, 대구, 김해를 중심으로 규모를 갖추고 있다.
3) 과실류
통계청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사과와 복숭아, 포도, 감, 인삼, 감귤 등 주요 과수 농작물의 주산지가 점차 북쪽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의 기온 상승으로 주요 농작물의 주산지가 남부지방에서 충북, 강원 지역으로 북상하고 있다. 기온 상승은 주요 농작물의 주생산지 변화로 이어졌다.
사과의 경우 경북 지방에서 주로 재배됐지만 경기도 포천, 강원도로까지 재배면적이 확대됐다. 강원도 정선군의 사과 재배 면적은 1970년에 3.7㏊(헥타르, 1㏊=1만㎡)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38.3배인 141.8㏊로 늘었다. 2090년에는 총 재배가능지가 모두 급감해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전망이다.
냉해에 약한 복숭아의 재배면적은 1990년 이후 경기도, 충남에서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충북, 강원도, 경북에서 재배가 늘고 있다.
단감 역시 1980년대 순천, 광양, 창원 등 남해안에서 재배됐으나 1990년대에는 경상도 동해안과 전라도 서해안을 중심으로 재배지가 확대됐다. 2000년대에는 경북의 동해안을 따라 영덕 및 내륙 지역까지 재배지가 북상할 예정이다.
인삼 역시 전통적으로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집중됐지만 1995년 이후 강원지역으로 확산됐다.
감귤은 2060년에는 강원도 해안가에서도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2000년대부터는 경기도 이천, 충남 천안 등에서도 일부 감귤을 재배하고 있다.
보성특산으로 유명한 녹차도 강원도 고성까지 재배선이 북상했다. 제주 특산물인 한라봉이 요즘은 충청북도 충주에서도 재배되고 한다.
3. 기상변화에 따른 농작물의 생태변화와 대응방안
1) 농업생태계의 변동
(1) 잡초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중요한 현상 가운데 하나는 외래식물의 침입이다. 침입식물은 그 식물의 먹이연쇄에 있는 병원균과 벌레가 없는 새로운 장소를 차지하면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식물은 새로운 이웃에 대한 진화적 적응력 부족으로 도태될 수 있다. 외래종의 침입은 종의 다양성이나 세계화를 위해 좋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 반대이다. 외래종은 토착종을 몰아내고 멸종까지 몰고 간다. 외래종의 침입속도는 현재도 매우 빠른 편인데, 기후변화는 이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농업생태계에 아열대 또는 열대잡초가 침입하거나, 토착잡초 가운데 월동이 가능한 것들이 생기고 또 숙근류의 상당수가 월동이 가능해지면, 잡초방제는 지금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이다. 새로 나타난 식생과 먹이연쇄관계가 없는 곤충과 동물이 사라지면 생태계는 교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온난화가 주도하는 기후변화는 어느 시간과 공간에 머물지 않고 계속 가속도로 진행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2) 해충과 병
날씨가 따뜻하면 곤충들은 더 빨리 자라고, 더욱 자주 그리고 여러 번 번식하고, 더 일찍 이동한다. 따라서 온난화가 되면 온대지방에서는 지금의 해충피해보다 훨씬 다양하고, 빈번하며, 규모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벼에서는 벼멸구, 애멸구 따위가 월동하게 된다면 비래해충과 토착해충의 양면성을 지니게 되어 한동안 극성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한편 비래해충이 매년 발생하는 토착해충이 된다면 그에 대응하는 천적의 말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 이화명나방은 열대지방에서처럼 발생주기가 사라지고 벼 재배기간에는 언제나 발생하는 해충이 될 수도 있다. 진딧물류는 월동태가 사라지고 연중 발생할 것이다. 모든 해충은 또한 작부체계의 변화를 따라 종과 생태가 달라질 것이다.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나비는 지난 한 세기에 걸쳐 서식지가 150㎞나 북상하였는데, 그 원인은 기온이 0.6°C 상승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혀진 바 있다. 해충도 그들의 번식과 서식을 막았던 기온의 ㆍ벽이 이동하는 대로 그 뒤를 따라간다. 외래 침입곤충의 새로운 서식지 점유속도는 보통 1년에 2㎞가 넘는데 100㎞를 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예비적용인지도 모른다.
병원균은 곤충이 옮기는 것이 많다. 끝동매미충이 옮기는 벼오갈병과 같은 바이러스병은 온난화로 더욱 북상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벼줄무늬잎마름병, 벼검은줄무늬잎마름병, 오갈병은 말할 것도 없고 열대성 바이러스병인 퉁구로, 그래시서턴트 같은 것들이 남부지방부터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미 벼줄무늬잎마름병은 남부지방에서 서해안을 따라 강화까지 북상한 사실이 2001년도에 확인되었다. 이러한 사실도 온난화가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2) 작물재배
(1) 벼의 생태변화와 대응방안
열대작물인 벼는 온도가 높아지면 재배가능 지역은 확대되겠지만, 현재 곡창지대의 소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온난화 기후에도 현재의 수량을 유지하거나 더욱 안전한 생산을 도모하려면 상당한 대용기술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직물기간이 25~57일 늘어남에 따라 조생종 재배지대는 중생종 재배지대로, 중생종 재배지대는 만생종 재배지대로 바뀔 것이고, 현재 한계지대 너머에 있는 고랭지에도 조생종 벼 재배를 시도할 것이다. 재배양식은 온도 면에서는 여유가 생겨 이앙재배에서 직파재배로 전환하는 것을 제한하던 요인 가운데 하나가 완화될 것이다.
온도 상승에 따른 쌀의 소출은 현재의 재배시기를 고수하면 등숙기간의 고온 때문에 20~30% 가수될 것이지만, 등숙에 알맞게 재배시기를 옮기면 약 18%의 증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벼의 재배시기는 그 지역에서 알맞은 출수기를 중심으로 결정한다. 출수기는 품종, 작부체계, 재배양식 등의 채택에서 맨 먼저 고려하는 대상형질이다. 온대 벼농사에서 출수기는 등숙기간을 결정하고, 등숙기간의 경과 온도는 쌀의 소출과 품질을 결정한다. 자포니카 벼에 알맞은 등숙기간(출수 후 40일)의 일평균기온은 21.5°C이지만, 대체로 우리나라에서 알맞은 등숙온도는 21~23°C로 보고 있다.
지역별로 알맞은 출수기의 지속기간은 평균 12일이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온도가 상승한다면 알맞은 출수기간은 현재보다 일찍 시작되어 늦게 끝날 것이다. 따라서 지구온난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벼농사에서는 안정생산과 품질향상을 위하여 농업기상, 재배법, 품종육성의 방향전환이 요구된다.
한편, 자포니카 품종가운데 25°C 이상의 고온에서도 입중이 떨어지지 않는 대안벼, 니혼바레, 기누히카리와 같은 품종이 한일공동연구를 통해 발견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은 등숙기간의 고온으로 인한 수량의 불안정에 대한 돌파구가 될지 모른다.
(2) 맥류의 생태변화와 대응방안
맥류는 재배기간의 혹한피해를 피하여 재배적자를 선정해 왔으나 현재는 동해안의 동해와 영덕을 시점으로 남해안의 사천, 보성을 거쳐 서해안의 영광, 군산까지 보리를 재배하고 있고, 내륙에서는 거의 재배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해안은 겨울에 내륙보다 덜 춥고 보리의 등숙기간에 온도가 내륙보다 낮아 입중이 무겁게 여물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혹한기 기온이 1.5°C~2.5°C 상승한 ‘춥지 않은 겨울’ 현상이 계속됨에 따라 가을보리 재배한계선의 재조정이 시도된다. 가을보리는 –4°C, 쌀보리 –3°C, 맥주보리 0°C 이상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이 온난화가 되면 맥류재배적지는 해안을 따라 북상할 전망이다.
(3) 채소의 생태변화와 대응방안
호냉성 채소는 온도가 높아지면 재배적지를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다. 재배에 알맞은 온도를 따라 봄채소는 지금보다 일찍 가꾸어야 하고, 가을채소는 늦게 가꾸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높은 온도를 요구하는 과채류는 현재보다 유리할 것이지만, 고온으로 인한 딸기의 화아분화 장해는 극복하여야할 것이다. 한편 양파, 파, 상추와 같은 채소는 고온이 화아분화를 유도하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시설채소재배에는 연료가 덜 소모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겨울철 일조부족으로 그 반대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겨울철 온도 상승은 일조부족을 초래하는 것이 우리나라 기후의 특징인 만큼 채소의 소모도장으로 채소 생산량이 줄어드는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온난화는 시설채소의 재배면적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4) 과수의 생태변화와 대응방안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지역의 연평균기온은 13.5°C이하이다. 이보다 온도가 높아지면 사과의 재배적지가 될 수 없다. 21세기 말에 지금보다 3.5°C가 상승한다면 우리나라의 사과 재배적지는 인제, 태백, 춘양과 같은 곳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이다. 사과가 자발휴면에 요구되는 온도는 7°C 이하로서 0.6~4.4°C가 알맞다고 알려졌는데, 휴면타파에 요구되는 저온기간은 1,400시간이다. 이 조건에 만족할 수 있는 곳은 연평균기온이 13°C 이하로서 겨울 온도가 내륙 또는 분지의 특징을 지닌 곳이라야 한다. 온난화가 되면 사과는 더욱 북쪽 아니면 현재의 고랭지로 이동하여야 할 것이다.
3.5°C상승의 온난화는 배, 복숭아, 포도, 단감은 재배지역이 확대되어 북상하겠지만, 고온으로 부적지가 되는 곳도 있을 것이다. 남부지방의 바람이 적은 곳에는 참다래 재배가 보편화되고, 제주도에는 아열대 과수재배가 가능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과수의 재배적지 선정을 위한 시험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현재 평지는 온도가 높아서 과수의 재배 부적지로 되어 있는 곳에 한라산처럼 우뚝 솟은 산이 있다면, 표고에 따른 체감온도를 처리온도로 하고, 과수의 종류와 품종을 식재하여 기상관측과 동시에 화아분화, 휴면, 휴면타파 등을 중심으로 재배 가능 여부를 가려내는 시험을 실시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포도에 대한 FACE처리시험에서 이산화탄소 농도증가는 포도 또는 포도주의 질적 저하 없이 포도의 수량이 증가되었다고 하였다. 포도뿐만 아니라 사과, 복숭아등 우리나라의 주요 과수에 대한 기후변화 적응시험은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Ⅲ. 결론
21세기말이 되기 전에 이산화탄소가 배로 늘어나면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은 2.0∼2.5℃ 올라갈 것이고, 강수량은 15%가 증가하여 연강수량은 1,112~2,070㎜로 늘어난다고 예측된다. 기온이 2℃ 상승한다면 중부평야지대는 13℃, 영남분지지대는 15℃, 남부해안지대는 16℃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서 작물기간은 현재보다 10-29일이 늘어나 춘천 212일부터 제주 275일까지 분포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전체 평균작물기간은 약 218일에서 32일이 더 많아져 250일이 될 것이다.
현재보다 2℃가 상승하면 벼의 알맞은 출수기는 현재보다 10일 이상 늦어져 현재의 자포니카 특성으로서는 이 시기에 맞추기가 쉽지 않으므로, 기본영양생장기간이 긴 만생종으로서 등숙 온도가 다소 높아도 좋은 특성이 요구된다. 맥류의 재배적지는 지금보다 북상된 해안지역이 될 것이다. 사과의 재배적지는 연평균기온 13.5℃ 이하가 되는 지역으로 이동될 것이다. 잡초와 병해충에 대한 문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은 초본작물의 경우 천천히 진행되는 지구온난화 조건에서는 육종으로 대응할 수 있겠지만, 온도는 상승되나 일장은 변동이 없다는 데 유의하여야 한다. 목본작물은 주산단지의 이동을 예상하여야 한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온실가스 농도의 한계저(限界橥)를 넘어 갑자기 닥친다면 전체 생태계의 교란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기후변화는 농경지이용의 기본을 변하게 하는 것이므로 토지이용계획에 초점을 맞춘 농업기상정보시스템 구축과 아울러 농업기상 장기예보시스템을 확립하여 그 활용을 보편화하여야 할 것이다. 가뭄에 대비하여 물을 아껴 쓰는 마음가짐을 강조하면서 저수지의 준설과 그늘이 없는 지역으로 물을 수송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며, 홍수에 대비하여 수문관리에 사전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작물의 특성은 첫째, 지속농업을 가능하게 하여야 하고, 둘째,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좋은 조건으로 받아들이며, 셋째,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 증대 등과 같은 농업생태계 안정에 역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바이오매스와 수량의 생산을 동시에 충족하여야 하고, 보조에너지 투입효율이 높아야 하며, 소비다수성(少肥多收性) 형질이 바람직하다. 환경에 대한 적응성은 광지역적응성보다 지역적응성이 요구되며,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효율이 높고, 저온과 고온에 견디며, 병해충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포장 저항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종실의 특성은 소립(小粒)이며 다립(多粒)인 이삭이 유리할 것이다.
이와 같이 빈번해지고 일상화되는 기상이변에 국가차원의 대응이 요구된다. 기상이변에 따른 농산물 수확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후중립적 농법의 개발과 이를 위한 연구개발 시설투자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참고문헌
기후변화의 이해, 강의 참고교재, 강원대학교기후변화과학원, 2012
지구온난화,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
이철환의 경제이야기, 뉴스핌, http://www.newspim.com/, 201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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