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새로, 출시 두 달 만에 1400만병 판매
하이트진로, ‘제로 슈거’로 ‘진로’ 리뉴얼로 맞불
2015년 과일소주 경쟁 이후 8년 만에 신제품 전쟁
계묘년 새해를 기점으로 소주 경쟁이 다시 한 번 불 붙을 전망이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9월 출시한 제로 슈거 소주 ‘처음처럼 새로’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소주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도 후발주자로 ‘과당 빼기’ 참여를 선언하면서 점유율을 놓고 격돌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내년 1월 9일부터 소주 제품 진로를 제로 슈거 콘셉트로 리뉴얼해 출시한다고 27일 밝혔다. 제로 슈거 콘셉트의 리뉴얼 제품은 당류를 사용하지 않고 하이트진로 고유의 양조기술을 통해 진로 본연의 맛을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알코올 도수를 16도로 낮춰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넘김을 한층 강화했다. 칼로리도 320㎉로 낮아졌다. 패키지 변화는 거의 없으나 라벨의 좌측 하단에 제로 슈거 마크가 들어갔고 칼로리 표기도 적용했다.
진로는 2019년 4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14억병이 판매됐다. 올해도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 증가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가 소주 시장에도 자리 잡으면서 하이트진로는 신제품 대신 시장에 안착한 기존 제품을 리뉴얼하는 전략을 택했다.
업계서는 소주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제로 슈거 소주 시장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점유율 경쟁도 불이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가정용과 유흥 시장에서 새로의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내년엔 이를 매출 1000억원 브랜드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하이트진로는 참이슬과 진로가 각각 처음처럼, 새로와 맞붙는 2대 2 대결 구도에서 점유율을 확고히 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3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소주 시장에선 참이슬과 진로가 70%대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은 진로이즈백에 유리한 상황이다. 2019년에 출시한 진로이즈백은 이미 가정과 유흥 채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입점율 및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리뉴얼 제품으로의 전환은 쉬운 상태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에 비해 처음처럼 새로는 입점율 확대 및 브랜드 인지도 제고 및 리뉴얼 후 강화될 진로이즈백의 마케팅 활동에 대한 대비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덧붙였다.
◇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새로 ‘인기’…“새시장 형성에 대한 기대도”
제로 슈거 열풍은 롯데칠성음료의 새로가 먼저 일으켰다. 새로는 산뜻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으로 소주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증류식 소주를 첨가했다.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알코올 도수를 16도로 낮춰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넘김을 한층 강화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엔 다르다고 자신하고 있다. 새로는 출시 두 달 만에 약 1400만 병이 판매됐고 지난달 기준 누적 2700만병이 판매됐다. 수도권을 시작으로 식당, 술집 등 입점률도 빠르게 높여가고 있다.
이번 처음처럼 새로의 활약이 눈부시게 느껴지는 이유는 롯데칠성음료가 소주 부문에서의 고전이 길었기 때문이다. 한때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국내 소주 시장에서 선두 경쟁을 벌여왔으나 격차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오랫동안 소주 시장에서 소외를 받아왔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이번 소주는 다르다. 새로 출시 전 당사의 추정 소주 MS는 전국 기준 15%정도 된다. 당사의 영업이 집중된 서울, 수도권의 경우 그보다 훨씬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희석식 소주 시장에 대한 경쟁력 역시 확보된 상황”이라고 자신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벌써부터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양사는 소주하면 떠오르는 녹색 병의 이미지를 과감히 깨고 진로는 푸른색 병에, 새로는 투명한 병에 소주를 담았다. 또 진로가 두꺼비를 내세웠다면, 새로는 구미호를 브랜드 엠베서더로 앞세웠다.
주류업계서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현재까지 참이슬, 처음처럼 등 각 주류업체들의 대표 소주 체제로 굳혀지고 있지만 새로운 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신규 업체 진입이 빨라지고, 신제품 R&D등을 통한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나올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거에는 소주가 판매될 때 브랜드가 쎈 쪽으로 경쟁력이 이뤄졌는데 저칼로리 소주 시장이 형성되면 신규 업체들도 하나의 기회요소가 될 수 있다. 내년부터 주류에 열량을 표기하는 주류 제품 열량 자율표시제가 확대되는데 영양 성분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제로 슈거 제품은 일부 소비자층에게만 인기를 끌고 소주 시장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지는 않을 것이라 시각도 있다. 일단 소주의 열량의 대부분은 감미료에 의한다기 보다는 알콜에 기인하기에 과당 대신 대체 감미료를 썼다해도 칼로리상 큰 의미가 없어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점유율을 지방 소주사들이 따라 잡으려면 수도권 공략을 해야 하는데 도매사 등 영업망이 한 번에 뚫릴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제로슈가 제품이 인기를 끌더라도 소주 시장에 말 그대로 ‘주류’가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주 업계 과일소주 경쟁 이후 8년 만에 치열한 신제품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으로 기대가 크다. 지난 2015년 2월 롯데칠성음료가 과일소주 ‘순하리’를 출시하면서 이후 경쟁사들도 유사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면 시장을 키운바 있다.
또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음료에서 시작된 제로 슈거 열풍이 주류(특히 소주) 시장으로 확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제로슈가 제품뿐 아니라 저도 제품 등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색다른 컨셉의 신제품을 통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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