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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限風光在險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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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년 만에 스스로 사임한 '은퇴 교황'의 선종...베네딕토 16세 [뉴스속인물]

 

글 : 박상우 기자

'명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22년의 마지막 날 96세 나이로 선종했다. 전 교황의 선종 소식에 세계 각지에서 애도의 목소리를 내며 슬픔을 표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이전 교황들과 달리 종신직이던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두 번째 교황으로 가톨릭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재임 기간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만큼, 생전 그의 발자취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베네딕토16세ⓒ뉴시스
 

베네딕토 16세는 1927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요세프 라칭거로 1951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1977년 뮌헨 대교구 교구장 추기경이 된 뒤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다.

 

당시 그의 나이 78세. 이는 클레멘스 12세 이후 275년 만의 최고령 교황으로 즉위 당시에도 큰 주목을 받았다.

 

교황명은 서방교회 수도원 창시자이며 유럽의 수호성인인 '베네딕토' 성인의 이름을 따 베네딕토 16세로 정했다.

 

베네딕토 16세의 교황 즉위 미사에는 온 세상 모든 백성을 상징하는 12명이 교황에게 순명을 서약했는데, 당시 순명 서약을 한 추기경단 대표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다.

 

재임 기간 원칙적이고 간결한 신학적 판단을 바탕으로 전통적 교리를 강조했다. 시대적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주의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꿋꿋하게 전통적 교리를 강조했다. 동성애, 이혼 등을 전통적 유리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환경 보호, 신자유주의 비판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진보적 입장을 취했다.

 

가톨릭 부패 척결에도 앞장섰다.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이 터지자, 400여명의 성직자를 파면하는 등 강력한 조처를 취했다.

 

그러나 그가 독일 뮌헨 대교구장을 지낸 1977~1982년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추문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2월 "재임 기간 여러 곳에서 발생한 학대와 오류에 대해 고통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 직접 한국 방문을 하지는 않았지만, 재임 기간 교황청을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또 2006년 2월에는 정진석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는 즉위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 쇠약을 이유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1415년 교황 그레고리 12세가 자진 퇴위한 이후 598년 만이다.

 

 

가톨릭 역사상 2번째 교황의 자진 사임으로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교황직을 내려놓은 그는 스스로 '명예 교황'이라는 칭호를 부여하며 교황 시절 이름을 그대로 쓰고, 교황의 전통적인 흰색 수단을 계속 착용했다. 또 후임 교황에게 무조건 순명(順命)하겠다고 언약했다.

 

이후 그는 조국이 아닌 바티칸에 머물며 다양한 신앙적 저술 활동을 이어왔다.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퇴위 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임한 과정 등을 다룬 이야기는 '두 교황'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베네딕토 16세 명예교황이 28일(현지시간) 바티칸시티에서 만나고 있다.ⓒ뉴시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선종 소식이 들려오자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도 나서 그를 추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세기 최고의 가톨릭 신학자였던 거인을 잃은 슬픔에 잠긴 천주교인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는 믿음과 원칙에 따라 성당에 일평생 헌신한 저명한 신학자로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이 밖에도 찰스 3세 영국 국왕,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도 고인을 추모했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시신은 오는 2일부터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안치돼 이후 사흘간 일반에 공개된다.

 

장례 미사는 5일 오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집전으로 열릴 예정이다. 이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관은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로 운구돼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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