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납사니: ①쓸데없는 말을 지껄이기 좋아하는 수다스러운 사람. ②말다툼을 잘하는 사람.
우리말 바로알기=[가납사니]
‘가납사니’는 ‘가납’과 ‘사니’로 분석된다. ‘가납’의 어원은 분명하지 않다. ‘사니’는 ‘마사니(타작마당에서, 마름을 대신하여 곡식을 되는 사람)’에서 보듯 ‘하찮은 사람’을 나타낼 때 쓰인다. 이 ‘사니’의 역사는 아주 깊다.
- 16세기 자료인〈순천김씨묘출토간찰〉에 나오는 남자 종의 이름인 ‘귿사니’, ‘문사니’, ‘민사니’의 ‘사니’로까지 올라간다. ‘사니’는 ‘산’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어형으로 추정된다.
1.쓸데없는 말을 지껄이기 좋아하는 수다스러운 사람. 2.말다툼을 잘하는 사람. (예문: 매사에 그렇게 시비조니 그와 같은 가납사니는 처음 본다. | 출처: 국립국어원
가납사니 - 말다툼을 잘하는 사람
슬데없는 말을 많이 지껄이는 사람을 '수다쟁이'라고 한다. 이 '수다쟁이'와 의미가 같은 단어가 '가납사니'이다. 물론 '수다쟁이'에는 '낮춤'의 의미가 있고, '가납사니'에는 그것이 없다는 차이가 있다.
아울러 '가납사니'에는 '말다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도 '수다쟁이'와 차이점이 있다. 되는 소리 안 되는 소리 쓸데없이 지껄이다 보면 오해가 생기고 그로 인해 말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래서 '가납사니'에 '말다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가납사니'는 '가납'과 '사니'가 결합된 어형인데, 가납의 어원은 분명하지 않다.
다만 '사니'는 '마사니(타작마당에서 마름을 대신하여 곡식을 되는 사람), 욕사니(남에게 욕을 많이 얻어먹는 사람)'등을 보면 '하찮은 사람'을 지시함을 알 수 있다.
예문 - 그녀가 보고 싶다. 가납사니 같은 인감 담당 최 여사. 늘 최주사님 왜 그렇게 사세요, 하며 같은 최씨라고 안쓰러워하던 그녀가 불현듯 보고 싶다. <고병돌, 각시붕어>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의 아주 어색하거나 거북한 느낌을 ‘간지럽다’고 표현할 수 있다. 억센 경상도 억양을 지닌 사람이 상냥한 서울 말씨를 어색하게 흉내 내서 말할 때, “귀가 간지러워 못 듣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가끔 보면, 생뚱맞은 아재 개그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든다든지 하는, 주변 사람의 몸이나 마음을 잘 간지럽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낯간지러운 행동을 자주 하는 사람을 가리켜 ‘간지라기’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게 하는 사람을 간지라기라고 하는 것처럼, 언행에 따라 사람을 나타내는 말 가운데 ‘가납사니’라는 순 우리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다 보면, 사람들이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자꾸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기 좋아하는 수다스러운 사람을 가납사니라고 한다. “가납사니 같은 사람들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소문이다.”처럼 쓸 수 있는 말이다.
수다스러운 사람 외에, 툭하면 말다툼을 일으키는 사람을 가리켜서도 가납사니라고 말한다. 아마도 가납사니는 주변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닐까싶다. 사물을 판단할 만한 지각을 순 우리말로 ‘가리사니’라고 한다.
숱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 나날을 보내다 보면, 더러 가리사니가 부족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행여나 이들 가리사니 없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세상과 공감하다
"모도리와 슬기주머니가 짜장 많은 삼성디스플레이".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구요? 신조어처럼 낯설게 느껴지지만 모두 순 우리말로 만들어진 문장입니다. 이처럼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우리말이 수두룩한데요. 알면 알수록 매력이 철철 넘치는 우리말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글: 엄민용
국어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이신 주시경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고 하셨습니다. 백 번 천 번 옳은 말씀입니다. 말과 글이 병들면 그 말과 글을 쓰는 이들의 정신도 피폐해지기 마련이고, 그런 정신으로 위대한 문화를 이룰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의 곱고 예쁜 말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지 않나요. 그 대신 딱딱한 어투의 한자말이나 유래도 알 수 없는 외래어가 넘쳐납니다. ‘동무’라는 고유어는 거의 사라지고, 그 자리를 한자말 ‘친구’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언니’와 ‘아우’ 역시 ‘형님’과 ‘동생’이라는 한자말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또 ‘모도리(빈틈없이 아주 야무진 사람)’를 ‘샤프한 사람’으로 부르거나 ‘슬기주머니(남다른 재능을 지닌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를 ‘엘리트’라고만 이야기합니다.
물론 세월이 흐르고, 그 속에서 지구촌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된 환경에서 옛것만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20여 년 전에는 누구나 ‘신입생’이라고 하던 말이 이제는 ‘새내기’로 바뀌었습니다. 10여 년 전 너나없이 쓰던 ‘인터체인지’가 지금은 ‘나들목’으로 바뀌기도 했고요. 말은 그런 겁니다. 쓰면 익숙해지고, 쓸수록 정겨워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외래어와 한자말을 순우리말로 쓰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우리말의 7할이 한자말인데, 이를 모두 순우리말로 바꿔 쓸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자어나 외래어와 경쟁해서 살아남을 말이 있으면,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순우리말을 쓰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캠핑’이나 ‘야영’보다는 ‘들살이’가, 일본말 찌꺼기인 ‘삐끼’보다는 ‘여리꾼’을 쓰는 게 나을 듯합니다. 야영(野營)을 뜻하는 순우리말이 ‘들살이’고, “상점 앞에 서서 손님을 끌어들여 물건을 사게 하고 주인에게 삯을 받는 사람”을 예부터 ‘여리꾼’이라 불렀거든요. ‘들살이’와 ‘여리꾼’, 말의 느낌부터 괜찮지 않습니까?
또 지금은 별로 쓰이지 않지만 살려 쓰면 좋은 순우리말을 억지로라도 찾아내 널리 퍼트릴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언어든 그 가짓수가 많아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숨어 있는 순우리말을 찾아 쓰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문자로 꼽히는 한글에 기운을 북돋우는 일입니다. 그뿐 아니라 순우리말은 우리의 표현력을 키워줍니다. 그런 순우리말을 익히다 보면, 그동안 잘못 쓰고 있던 말이 참 많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성격이 까다롭고 잘 쏘는 성격’을 뜻하는 말로 여러분은 어떤 말을 쓰시겠습니까?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낱말은 ‘까칠하다’일 겁니다. 하지만 ‘까칠하다’는 “야위거나 메말라 살갗이나 털이 윤기가 없고 조금 거칠다”를 뜻하는 말입니다. 성격을 나타내기에는 좀 어색한 낱말인 거죠. 실제로 여러분도 “밤을 새웠더니 얼굴이 까칠하다” 따위처럼 피부 상태를 표현할 때 쓰실 겁니다.
이렇듯 ‘까칠하다’를 쓸 수 없다면, ‘괴팍하다’를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허 대리 여자친구는 괴팍한 게 매력이야’라고 하면 표현이 너무 어색합니다. 이럴 때는 ‘뾰롱뾰롱하다’가 제격입니다. ‘허 대리 여자친구는 뾰롱뾰롱한 게 매력이야’라고요. 여기서 ‘뾰롱뾰롱’은 “남을 대하는 것이 몹시 까다롭고 톡톡 쏘기를 잘하는 모양”을 뜻합니다. 어때요? ‘뾰롱뾰롱’, 말맛이 참 귀엽죠? ‘달보드레하다’도 참 깜찍하면서 정겨운 순우리말입니다. ‘달보드레하다’가 무슨 뜻이냐고요? 바로 “약간 달큼한 맛”을 뜻합니다. 설탕처럼 강한 단맛이 아니라 기분 좋게 단맛이죠.
이 밖에도 우리가 직장에서 살려 쓸 만한 순우리말은 참 많습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왠지 정이 가는 말들이지요. ‘푼더분하다’도 그중 하나로, “생김새가 두툼하고 탐스럽다” “여유가 있고 넉넉하다” “사람의 성품 따위가 옹졸하지 아니하고 활달하다” 등의 뜻으로 두루두루 쓸 수 있습니다. 말하는 입도 기분 좋고 듣는 귀도 즐거운 말이지요.
‘앞짧은소리’와 ‘코대답’도 직장에서 우리의 표현력을 좀 더 높여줄 말입니다. “허 대리는 코대답으로 앞짧은소리를 하는 게 흠이야” 따위로 쓸 수 있는 ‘코대답’은 “건성으로 하는 대답”을 뜻하고, ‘앞짧은소리’는 “앞일을 짧게내다보고 하는 소리”라는 뜻으로, 앞일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하고 하는 말을 일컫는답니다.
그리고 하나 더. 흔히 “허 대리는 왜 그렇게 티미(트미)하게 일을 처리하지”라고 할 때의 ‘티미(트미)하다’의 바른 순우리말은 ‘투미하다’입니다.
이 밖에도 우리가 살려 쓰면 좋은 말이 참 많은데요. 하나하나 알아가다 보면 여러분이 ‘짜장’ 하고 놀랄 말이 많을 겁니다.
참, ‘짜장’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중국집의 짜장요? 아닙니다. 그 짜장은 중국말 작장(炸醬)을 자장(Zhajiang)으로 부르던 것이 변한 말이고, 순우리말 ‘짜장’은 “과연, 정말로”를 뜻한답니다. 부장님이 “오늘 저녁에 회식합시다”라고 하면 “짜장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말인 거죠. 어때요, 우리말 참 재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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