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無限風光在險峰

모든 일에 대한 槪念을 정확히 알고 살면 좋다. 개념은 세상만사 기본이고 핵심이며 생각과 사고와 사유 기준이다. 개념은 추상성과 상징성, 다의성과 위계성, 객관성과 일반성을 갖는다

반응형

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한 남자가 그릇을 부시고 있다. 먹고 난 뒤 빈 그릇을 물로 깨끗하게 씻어서 갈무리하는 행동은 '부시다', '가시다'로 쓸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어머니의 말 그릇은 꽤 컸다. 내 딸들은 이따금 할머니 말에 놀라곤 했다. “아범, 어멈이 빨래를 널고 있으니 거실 바닥 좀 훔쳐.” 블록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할머니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모아 외쳤다. “할머니, 훔치는 건 나쁜 거예요.” 정의로운(?) 유치원생들은 씩씩대기까지 했다. 시어머니는 꿀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으로 연년생 손녀를 양 무릎에 앉히고 말했다. “옳거니! 그런데 바닥에 떨어진 물이나 먼지를 깨끗하게 닦는 것도 훔치는 거란다. 또 친구가 울면 눈물을 닦아 줘야 하잖아? 그것도 눈물을 훔치는 거란다.”

시어머니는 일하는 며느리가 안쓰러웠는지, 아들에게 집안일을 자주 시켰다. 가끔은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여 혼자 웃곤 했다. “밥을 제일 많이 먹은 아범이 빈 그릇을 부셔라.” 아이들은 할머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말했다. “할머니, 그릇을 부수면 안 돼요. 깨진 유리에 발을 다쳐서 피가 날 수도 있어요.” 설거지에 익숙한 아이들이 ‘부시다’라는 말을 알 리가 없었다. 시어머니는 그 후로 ‘부시다’ 대신 ‘가시다’로 아들에게 설거지를 시켰다.

'부시다'와 '가시다'. 먹고 난 뒤 물로 깨끗하게 씻어서 갈무리하는 행동을 뜻한다. 설거지, 뒷설거지와 같은 말이다. 이 중 ‘가시다’는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는 뜻으로도 잘 쓰인다. 명사형 ‘가심’이 더 익숙하겠다. 입안이 텁텁할 때 개운하게 헹구는 입가심, 숭늉 등 물을 머금어 볼 안을 씻어 내는 볼가심, 노엽거나 분한 마음을 씻어내는 부앗가심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집가심’은 초상집에 한해 쓸 수 있다. 오래전 상여가 나간 뒤에 무당을 불러 집 안의 악한 기운을 깨끗이 가시도록 물리쳤던 일이 집가심이다. 뜻을 좀 더 넓혀 '집 청소'의 순우리말로 써도 참 좋겠다.

요즘 같은 장마철엔 '비설거지'를 잘해야 한다. 예보도 없이 갑자기 비가 내릴 때, 비를 맞으면 안 되는 물건을 치우고 덮는 일이 비설거지다. 마당에서 햇볕에 익어가는 간장·된장 항아리의 뚜껑을 덮고, 옥상 빨랫줄에 널어 둔 빨래를 걷고, 소쿠리에서 말라가는 고추와 작게 썬 무를 집 안으로 거둬들이는 일 등이다. 집 안을 환기하려고 열어 둔 창문을 닫는 일도 비설거지다.

시어머니는 하늘의 별이 되었지만 내 딸들의 말밭엔 할머니가 뿌려놓은 말들이 곱게 자라났다. 휴일 저녁, 밥을 먹고 나면 딸들은 말한다. "아빠, 우리가 그릇을 부실 테니 거실 바닥 좀 훔치세요. 훔치는 남자가 멋져요!" | 노경아 교열팀장 jsjysh@hankookilbo.com

 

훔치고 부시는 남자

'먹다'에 빠진 날

무더위와 강더위

  •  

훔치고 부시는 남자

 

훔치고 부시는 남자 | 한국일보

시어머니의 말 그릇은 꽤 컸다. 내 딸들은 이따금 할머니 말에 놀라곤 했다. “아범, 어멈이 빨래를 널고 있으니 거실 바닥 좀 훔쳐.” 블록

www.hankookilbo.com

수준 높은 ‘한국어 대사전’을 바라며

 

수준 높은 ‘한국어 대사전’을 바라며 | 한국일보

표준국어대사전은 온갖 외래어나 전문용어, 고유명사까지 다 들어가서 비판도 받는다. 한국에서도 거의 안 쓰지만 세계 어느 사전에서도 찾기 힘든

www.hankookilbo.com

어도락가(語道樂家)의 말구경

신견식번역가·저술가
 
반응형

'순우리말 --- 發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우리말 - 가납사니  (10) 2022.07.12
우리말을 찾아서(제61화 : 판셈)  (8) 2022.06.03
순우리말 - 다솜  (6) 2022.05.12
순우리말인 아가딸, 딸에 대하여  (2) 2022.05.09
반응형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