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전형진
봄의 시작을 알리는 4월.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답게 이 즈음엔 수많은 ‘시작’이 존재합니다. 첫 출근, 신입생, 새학기, 새로운 교실. 그 시작의 설렘이 가득한 곳은 단연 학교입니다.
아이들은 누군가 제지하지 않으면 쉴 새 없이 놀이를 지속합니다.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해가 어둑해지고, 엄마의 저녁식사 시간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아이들은 놀이의 종류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뛰어 다닙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러한 ‘놀다’를 ‘재미있는 일을 하며 즐겁게 지내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놀이 역시 인간의 본능적 행위로 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러니 자꾸 놀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인 셈이죠.
프랑스의 놀이학자 로저 카유아(Roger Cailois)는 저서 <놀이와 인간>에서 ‘놀이’를 규칙의 유무에 따라 2가지, ‘파이디아(Paidia)’와 ‘루두스(Ludus)’로 분류합니다.
파이디아는 몸이 가는대로 춤추거나 노래하기, 그림 그리기와 같이 통제나 규칙에 따르지 않고 일시적인 기분을 표출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루두스는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규칙을 바꾸면서 어려움을 만들고, 이를 극복하는 원리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놀이입니다.
운동 경기나 체스 등 스포츠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보통 아이들은 파이디아 형태의 놀이를 즐기다가 연령의 발달과 함께 루두스 방식의 놀이에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는 사회성의 발달을 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놀이와 사회성의 상관관계는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됩니다. ‘인터네셔널 저널 오브 플레이(International Journal of Play)’에 소개된 쥐 실험 연구에 따르면, 어린 포유동물의 뇌는 장난기가 많은 행동, 즉 놀이를 하도록 고정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러한 놀이 기회를 방해 받을수록 사회성 저하와 같은 부정적 결과가 초래됩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레슬링처럼 뒹굴며 노는 ‘러프 앤드 텀블(Rough-and-tumble)’ 형태의 놀이가 전두엽의 뉴런 연결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정 조절과 계획 수립,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변화가 놀이의 과정에서 확인된 것입니다. 이처럼 놀이는 인간에게 단순히 즐거움과 쾌락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사회성 향상, 긍정적 자극과 같은 다양한 영향을 줍니다.
실제로 미국 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는 어린이가 시험 등 복잡한 과제를 수행해야 할 때 충분히 많은 놀이를 처방하도록 권고합니다.
그만큼 놀이가 아이의 인지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놀이란 사회를 배워가는
방법이자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놀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로저 카유아는 놀이의 조건을 다음의 4가지로 제시합니다.
1 아곤(Agon), 경쟁 - 놀이의 주체와 객체간의 경쟁을 뜻합니다. 사람들은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성취감을 얻고, 우월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2 알레아(Alea), 행운 -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운은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줄 수도 있고, 나쁜 일을 겪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예측불가능한 상황으로 인해 사람들은 놀이에 더 몰입하게 됩니다.
3 미미크리(Mimicry), 역할 혹은 모방 - 이는 인간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실제 세계에서 하지 못하는 일들을 놀이에서 실현하면서 큰 기쁨을 느낍니다.
4 일링크스(Ilinx), 현기증 혹은 충격 - 일링크스는 놀이의 가장 큰 재미요소입니다. 이는 놀이를 할 때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 처럼 어지럽고 신나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기분 좋은 패닉 상태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까꿍’ 놀이를 할 때 아이들이 자지러지게 웃는 것도 이러한 일링크스에 속합니다. 궁극적으로 아곤, 미미크리, 알레아는 일링크스를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입니다.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우리의 뇌는 ‘잘 노는 것’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뇌의 입장에서 놀이란, 동기를 부여하고 다른 사람이 감정을 이해하며 학습체계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인 것이죠.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인 J.하위징아도 인간을 ‘호모루덴스’, 즉 ‘유희하는 인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인간에게는 놀이를 통해 질서와 사회를 만들어가는 본질적 속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의 유행가-“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개구쟁이 뽀로로!”-에는 생각보다 고차원의 고찰이 담겨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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