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삼지구엽초 군락
평생 이 땅의 산과 들이 나의 정원이고, 이 소중한 우리 식물을 아름답게 키우고 보전하는 일은 나의 일터인 수목원에서만 하며, 사유하지 않겠노라는 생각을 줄곧 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의 변화가 조금 생겼습니다. 공적인 삶을 서서히 정리하고자 해서인지, 앞으로의 나날은 작은 마당을 가지고 좋아하던 식물들을 몇 가지는 곁에 두고 천천히 키워내며 함께 계절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나지막한 돌담엔 찔레와 으름덩굴을 올리고 싶고, 때죽나무의 향기와 낙화를 느끼고 보고 싶습니다.
가시오갈피와 삼지구엽초가 함께 심겨져 있다.
이즈음, 다시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던 한국자생식물원 마당에서 가시오갈피와 밑둥 둘레에 함께 심은 삼지구엽초를 보았습니다. 한번도 정원에 담겠다고 생각해 보지 않은 식물이었는데 마음이 바뀌더군요. 먼저 눈이 간 것은 가시오갈피의 고운 꽃이었습니다.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연한 연두빛과 상아색을 섞어 좋은 듯한 꽃 색은 마음이 선량해지는 빛깔이었습니다.
오갈피나무 집안은 학명으로 아칸토파낙스(Acantopanax). 나무인삼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탁구공 크기로 둥글게 모여 달린 꽃들과 이름에 걸맞게 다섯 장씩 모여 달린 잎들이 어우러져 매력이 넘치더라고요. 가을이 오면 열매는 까맣게 익고 잎새마저 다 떨어진 겨울에도 가늘고 빼곡한 가시들이 존재감을 자아내겠지요. 봄이 오면 땅 위에선 삐죽이 삼지구엽초 싹싹이 올라오고 이어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하는 개성 넘치는 연노란 꽃들이 눈길을 사로잡고 이내 삼지(三支)를 두 번 펼쳐내 구엽(九葉)을 펼쳐내며 여름을 맞이하겠지요.
가시오갈피의 연한꽃과 5개의 잎(왼쪽), 가시오갈피의 특징인 빽빽한 가시
이 풀과 나무의 식재 조합이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약효 때문에 워낙 명성을 날리고 있는 식물이어서 누구도 정원에 보는데 우선을 두지 않았는데 뜻밖에 싱그럽고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인 듯합니다. 사실 오갈피나무들은 본초강목에 한 줌의 오가피(오갈피나무의 껍질)를 얻는 것은 '마치 금은보화 한 마차를 얻는 것보다 낫다'고 할 만큼 값어치가 크다고 소개될 정도로 유명합니다. 특히 가시오갈피나무는 구소련의 약리학자가 전 세계의 이름 있는 강장제 수백 가지를 수집하여 선별한 식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삼지구엽초는 음양곽이라는 생약명으로 자양강장효과의 대명사처럼 유명한 식물입니다.
삼지구엽초 꽃과 잎
두 식물 모두 자생지에서는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더워지는 기후도 힘들고, 햇볕이 들지 않은 숲에서 점차 도태되며, 몸에 좋다고 훼손하여 캐어내는 사람들의 손길도 모두 위협입니다. 우리가 정말 식물을 사랑한다면 몰래 자연에서 훔쳐 온 식물이 아니라 증식되어 보급된 식물을 심어야 하며, 자연을 잘 보전하려면 사람들이 원하는 식물을 증식하는 연구도 이를 보급하는 정책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식물들은 잘 심어 가꾸면 금세 풍성해집니다. 새와 곤충도 찾아들지요. 빽빽한 포기들은 이웃과 나누어 심고, 솎아낸 잎이나 줄기는 나물로 차로 술로 담가져 정을 나누고, 그렇게 풀과 나무와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고 싶습니다. | 이유미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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