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터넷이 발달로 수많은 정보가 제공(提供)된다. 또한 인터넷으로 세상과 소통(疏通)하면서 정보의 융성(隆盛)함이 이미 활자를 능가했다. 그런데 최근에 쏟아지는 정보 대개는 진실성(眞實性)이 떨어진다. 반면에 가짜 뉴스나 정보가 범람(氾濫)하여 사회적 착란현상(錯亂現象)를 야기(惹起)시킨다. 참으로 개탄(慨嘆)할 일이다.
예로부터 읽을 가치가 있는 문장(文章)이 문장작성(文章作成)을 위한 초석(礎石)이라는 상식적인 개념(槪念)이 널리 알려졌다. 또한 역대로 문화교류(文化交流)를 활발한 나라일수록 문장수준(文章水尊)이 제고 장대(提高壯大)해졌다는 전례도 많다. 때문에 문장의 융성(隆盛)함이 남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부단히 좋은 글을 읽어야 한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인터넷 발달로 서책의 분량(分量)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출중(出衆)한 글재주를 가진 수재(秀才)들 역시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과거 문장의 자취를 두루 헤아리고 살피는 데에는 동양의 고전 중에서도 고금(古今)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 폭넓게 읽혀진 책의 하나인 “명심보감(明心寶鑑)”를 으뜸으로 삼는다. 명심보감이 담고 있는, 수천 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자연과 인생에 대한 격조(格調)높은 생활철학은 동양정신(東洋精神)의 향기로운 진수(眞髓)를 간직하고 있다. 마음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 앞에서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아픈 반성과 자기성찰(自己省察)을 할 때 비로소 가치 부재(價値不在)의 혼돈에서 벗어나 참된 삶의 길을 바라볼 수 있다.
우리 선인(先人)들이 인생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덕목(德目)은 자기수양이다. 이 세상에 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정도(正道)를 걷는 올바른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수양(自己修養)을 쌓아야 한다고 여겼다. 자기수양이란 결국 도덕적으로 완성된 덕을 쌓는 일이다. 특히 동양사상(東洋思想) 중에서도 유교사상(儒敎思想)은 도와 인과 의를 인생의 근본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 인의(仁義)로 완성된 도덕적 인물이 되자면 엄격한 자기수양이 뒤따라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명심보감(明心寶鑑)이라는 책이 과연 어떤 책인지를 여기서 간단히 소개(紹介)한다. 오랜 세월을 두고 우리의 정신세계에 지대(至大)한 영향을 미친 동양(東洋)의 고전 중에서도 명심보감은 특별히 애독(愛讀)되어 온 수양서(修養書)이다. 특히 수세기를 걸쳐 내려온 교훈집(敎訓集)이요, 처세훈집(處世訓集)이다. 이것은 명심보감이 담고 있는 자기수양(自己修養) 내용이 그만큼 교육적이라는 반증(反證)이다.
작년 봄에 나는 명심보감(明心寶鑑) 원문을 읽어보는 기회가 생겼다. 이 책 중에서 복잡(複雜)하고 번거로운 글들은 읽지 않고 핵심(核心)이 되는 글만을 뽑아내 숙독(熟讀)했다. 그리고 다시 여러 책에서 참고(參考)될만한 내용을 찾아 읽기도 하고, 대충 넘어가기도 했고, 또 핵심문장(核心文章)은 골몰히 가다듬어 읽었다. 마침내 한 질(質)의 책 안에 자기수양 핵심을 담은 “명심보감(明心寶鑑)을 작년 가을에 이르러서야 겨우 다 읽을 수 있었다.
이토록 힘든 일을 어찌 좋아서만 하겠는가? 지금 천금(千金)을 주고도 귀한 책들을 구하기가 힘들다. 그런 까닭으로 나는 고전을 뒤지고 남겨둘 만한 글을 찾아내어 수집(蒐輯)한다. 명심보감은 바로 이러한 자기수양의 지침서(指針書)로서 장구한 세월동안, 그 가치를 훼손(毁損)시키지 않고 오늘까지 내려온 것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은 말 그대로 인생의 수신서(修身書)이다. 또한 우리 마음을 밝게 비추어주는 보배로운 거울과 같은 책이다.
옛 책에서 글을 선택(選擇)하여 취하거나 버리고, 또 더하거나 덜어내는 일에는 반드시 잘못과 결함(缺陷)이 있다. 또 대충 읽다 보니 정확하고 세밀(細密)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진실로 학식과 안목을 갖춘 학자(學者)가 나의 경박한 처사를 봤다면 한바탕 꾸짖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의 잘못과 결함(缺陷)에 대해 반성(反省)할 틈이 없었고 비웃음에 반박(反駁)할 여유도 없었다. 그저 핑계라고 치부(置簿)했으면 좋겠다.
지금 내 심정은 공자(孔子)가 말한 '나를 알아주는 자와 나를 비난(非難)하는 자'란 뜻과 같다. 그렇다면 내가 나를 용서(容恕)해줄 수 있는지를 스스로 자문(自問)해본다. 현재로서는 이 말밖에 할 수 없음에 무척 자괴(自愧)하고 책궁(責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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