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원리(市場經濟原理)를 외치던 사람들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농어촌 부채탕감(負債蕩減)을 주장한다. 때로는 교육이 시장원리로부터 예외이기 때문에 교육예산(敎育豫算)을 GNP대비 6%까지 올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걸음 나아가 국민의 이름으로 부실화(不實化)된 기업을 구제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말로는 시장원리를 외치는 사람들도 정치논리(政治論理)와 사회논리에 휩쓸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바로세우기"가 아니고 "시장경제 바로세우기"라 하겠다. 왜냐하면 시장경제원리를 제대로 이해(理解)하지 못하는 개인이나 조직, 그리고 국가는 막대한 비용(費用)을 지불할 수밖에 없으며 발전은 고사하고 퇴보(退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금융.노사관계.교육 등 수요(需要)와 공급(供給)에 관련된 정책 문제들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시장경제'다. 시장경제와 그 장.단점은 무엇이며 시장을 움직이는 원리 및 시장경제를 거슬렀을 때의 부작용(副作用) 등을 공부한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는 경제 제도적으로 크게 시장경제와 계획경제(計劃經濟) 체제로 나뉘어 치열하게 경쟁했다. 시장경제를 택한 자본주의(資本主義) 국가는 부강(富强)해졌지만 계획경제를 택한 공산주의(共産主義) 국가는 가난해져 경제체제를 바꿔야 했다.
왜 그랬을까? 시장경제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追求)하기 위해 사람들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므로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획경제는 평등한 분배(分配)를 하기 위해 정부가 모든 생산과 소비 활동을 계획하고 통제한다. 그러니 열심히 일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의욕(意欲)을 잃게 돼 퇴보한 것이다. 시장을 거부하고 달성된 평등은 결국 국민을 가난하게 하는 하향평준화(下向平準化)로 이어졌다는 말이다.
시장이란 즉 시장은 시장경제의 뿌리로 개인의 이익(利益)을 극대화하려는 인간의 경쟁심에서 생겼다. 시장경제는 이러한 시장의 특징을 잘 활용하며 발전했다.
고대엔 시장이 없었다. 각자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 쓰는 자급자족(自給自足) 경제였다.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은 자신의 물건과 다른 사람의 물건을 바꿔 사용함으로써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건을 교환(交換)하려는 사람과 바꿀 물건이 많아지자 효율적으로 교환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이것이 바로 시장이다. 그런데 대량의 물건을 가지고 다니며 시장에서 물물교환(物物交換)을 하려니 번거로웠다. 그래서 서로 약속한 매개수단에 가치(價値)를 부여해 물건을 사고파는 수단으로 사용했는데 이것이 화폐다.
시장의 원리인 시장에는 중요한 두 가지 원리(原理)가 작동한다. 그 하나는 가격 결정의 원리인데 시장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때는 가격이 올라가고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때는 내려간다. 다른 하나는 경쟁(競爭)의 원리다.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들어 파는 사람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원리를 거스르면 이러한 원리는 옳고 그름을 떠나 시장이 존재하는 한 성립할 수밖에 없는 법칙(法則)이다. 따라서 시장경제 국가의 정부는 항상 시장 원리에 따라 정책을 펴야 한다. 정치적 목적(目的)이나 대중 인기에 영합해 시장 원리를 거스르면 시장은 반드시 응징(膺懲)한다. 부동산값 폭등과 가계 부채 문제, 금융 위기 등이 바로 그런 예다.
시장경제의 장.단점은 시장경제의 장점은 기업이나 소비자(消費者) 등 모든 경제주체가 시장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極大化)하려고 경쟁하다보면 결국 나라 전체적으로 더 많은 생산이 이루어지며 경제 성장이 촉진(促進)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기업이 모두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며 경쟁하다보니 불평등(不平等)과 상대적인 빈곤이 발생한다. 지나친 불평등과 빈곤은 사람들 간에 위화감(違和感)과 소외감(疏外感)을 일으켜 사회 불안을 부른다.
단점 해결은 그러니 정부가 나서 적절한 분배정책(分配政策)과 사회복지정책을 펴 문제점을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때 분배정책은 그 나라의 경제력에 걸맞게 이뤄져야 한다. 지나치면 활력(活力)을 떨어뜨려 경제를 회복이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시장경제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유의사(自由意思)에 따라 분업과 교환을 통해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법과 제도, 관행(慣行)과 관습, 그리고 구성원들의 의식과 의견 및 태도 등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흔히 시장경제는 시장경제체제 혹은 자본주의라는 용어와 동일한 의미로 이해되는데 이때 시장경제체제는 시장경제의 주요한 측면인 하드웨어 부분만을 가리킨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하드웨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장경제는 도덕이나 윤리, 그리고 생활철학 등과 관계없이 능률(能率)만을 추구하는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경제적 방법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사람들 사이에 분업(分業)과 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시장경제체제의 유지에 필요한 도덕적이고 문화적인 태도나 자질(資質)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필자는 시장경제를 시장경제체제와 같은 물리적인 부분 즉, 하드웨어 부분과 이를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가능하게 하는 정신적인 부분, 즉 소프트웨어 부분이 합쳐진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물리적인 부분은 사적 재산권(私的財産權)이나 계약자유의 원칙을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법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대표적인 것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적인 부분은 일종의 새로운 도덕률로 이해할 수 있다.
시장경제원리란 문제 해결을 위해 분투노력하는 인간들이 생존과 보다 나은 삶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발견해 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경제원리는 인간이라는 종(種)이 많은 수의 다른 인간들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채택(採擇)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경제원리 외에 수많은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다른 효과적(效果的)인 것이 있을까? 시장경제원리를 채택하지 않고 무수히 많은 인간들로 이루어진 사회가 생존과 보다 나은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하겠다. 수렵채집생활(狩獵採集生活)을 하던 시절에는 인간들의 삶이라고 해야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런 사회에서는 굳이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않더라도 서로서로 얼굴을 아는 소규모 그룹에 적합(適合)했던 나누어 먹기식 원리나 지배원리dominance principle로도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익명(匿名)의 무수히 많은 인간들로 이루어진 거대사회에서는 과거와 같은 나누어 먹기식 원리나 지배원리(支配原理)를 통해서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어떤 법과 제도 혹은 관행과 관습이 시장경제원리에 부합(符合)하느냐, 아니냐를 판별(判別)하기를 원한다면 그것들이 자유인들 사이에 분업과 전문화를 촉진하느냐 아니면 억제하느냐를 따져보면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원리원칙(原理原則)에 걸 맞는 법과 제도 혹은 관행과 관습은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설령 어떤 정책이 선의(善意)와 미사여구로 포장되었다고 하더라도 원칙들과 충돌(衝突)한다면 이는 반(反)시장경제원리로 보면 된다.
교환자유의 원리 시장경제원리의 구성요소는 개개인이 자발적(自發的)인 의사에 따라 행하는 교환을 어떤 명분으로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 이익, 국민여론, 혹은 물가안정 등 다양한 명분(名分)을 내세우면서 정치가나 관료 혹은 지식인들이 자발적인 교환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사적 재산권의 원리 사적 재산권(財産權)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자발적인 분업과 교환이 이루어질 수 없고 이에 따라 한 사회는 부의 감소와 성장의 정지라는 비용을 지불(支拂)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제도 가운데 사적 재산권 보호(保護)와 관련된 제도들은 단연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재산권의 보호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재산권의 보호는 이익이 첨예(尖銳)하게 충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유기업의 원리 시장경제원리는 기업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마음껏 사업할 수 있는 것을 방해하는 것들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장경제원리는 현존하는 기업들과 아직 구체화(具體化)되지 않았지만 잠재적인 기업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선 시장경제원리는 기업을 계약체로 인정하며 계약체 사이에 계약자유의 원칙이 평등(平等)하게 주어지도록 인정한다. 기업을 위해 계약에 참가하는 이해당사자들 가운데 어느 누구에게도 특권적(特權的)인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경쟁의 원리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除外)하면 시장경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경쟁은 선이다. 아무튼 시장경제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경쟁과정(競爭過程)을 거치지 않고 사전적으로 무엇인가 최적형태를 결정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경쟁과정 대신에 자신들이 무엇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열정이나 신념(信念)을 버려야 한다. 제대로 된 시장경제원리란 모든 것을 경쟁과정에 맡기는 것을 우선으로 하며 경쟁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방해하는 다양한 법제 등을 고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센티브의 원리 시장경제원리는 보편적인 인간의 행동이 어떤 원리에 의해 영향을 받는가를 정확히 반영(反映)해야 한다. 보통의 인간들은 자기에게 이익이 생기면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시장경제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인센티브 원리를 정확(正確)히 이해하고 한 사회가 보다 번영(繁榮)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어떤 선택인가를 고심해야 한다.
자기책임의 원리 시장경제원리는 개인적 책임(個人的責任)의 원리를 말한다. 개인적 책임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스스로 선택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짊어짐을 뜻한다. 책임이라는 중압감(重壓感)을 가질 때만이 사람들은 신중하게 선택하고 행동하게 될 것이다. 선택의 자유는 그에 따른 책임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이다. 그러나 어느 사회건 대개의 정치가(政治家)들이나 관료들 그리고 지식인들은 개인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변모(變貌)시키기 위해 다양한 명분을 내세우게 된다. 결과적으로 개인적 책임의 원리 대신에 사회적 책임의 원리를 강조(强調)하는 경향이 있다.
작은 정부의 원리 시장경제원리는 거대정부와는 공존(共存)할 수 없다. 정부규모가 커질수록 정부가 좌지우지(左之右之)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은 늘어난다. 이런 경우 시장경제원리보다는 정치논리를 앞세워서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자원을 배분해 달라는 사람들이나 집단들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정부가 커진다는 사실은 정부가 좌우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이 증가(增加)한다는 것 외에도 정부의 영향력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영향력 증대는 경제와 정치 사이의 구분을 모호(模糊)하게 만들고 결국 경제활동에 정치논리와 경제논리가 혼재(混在)되어 사용됨을 뜻한다.
법치의 원리 시장경제원리는 법의 지배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법(私法)의 원리를 어긴 공법(公法)들이 행정부의 주도(主導)하에 양산되고 있다. 간혹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나 대법원을 통해서 위헌의 대상이 되는 행정부 주도의 입법들은 빙산(氷山)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법의 지배"라는 원칙보다는 입법부(立法部)를 통과한 "입법의 지배" 원칙이 유행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입법의 지배와 시장경제원리는 양립할 수 없다. 사법의 원칙을 위반(違反)하는 입법은 결국 시장경제를 뒷받침하는 법제를 변질시키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눈부시게 증가하고 있는 각종 특별법이나 다양한 명분을 내세워 특정 집단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입법들 대다수는 입법의 지배를 나타내는 전형적인 사례이며 이들은 시장경제원리와 공존할 수 없다. 시장경제원리는 법의 지배를 뒷받침하는 법제(法制)와 공존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시장경제원리만큼 원래의 의미와 동떨어져 자신의 편의(便宜)에 따라 사용되는 것도 드물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이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무슨 악의(惡意)를 갖고 편의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전문가가 추측(推測)하건대 시장경제원리라는 용어에 대한 잘못된 지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한 나라의 성장(成長)과 번영은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한 나라의 구성원(構成員)들이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달라고 정부에 의존(依存)하면 할수록 그 사회는 지속적으로 번영의 길을 달려갈 수 없다. 한국인들은 이미 자신들이 갖고 있는 생각 때문에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불하게 될 것이다. 단기간의 고통이 따른다고 하더라도 시장경제원리에 걸 맞는 법이나 제도를 적극적(積極的)으로 수용하지 않는 한 한국인들이 지불해야 할 비용의 크기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시장경제 속에서 성공적(成功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지녀야 할 새로운 도덕률(道德律)을 곰곰이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려 경쟁력(競爭力) 있는 나라를 만드는 일은 중요한 과제다. 더불어 성장과 분배를 적절하게 조화(調和)시켜 시장경제의 문제점(問題點)을 풀어나가는 것은 정부와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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