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빌딩 집무실에서 노인정책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소 짓고 있다. 이 회장은 “노인연령 75세 상향과 함께 정년연장으로 사회적 부담을 완화하고 지속적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호남 기자
■ 현안 인터뷰 - 이중근 대한노인회장
2050년 노인 인구 2000만 시대 청·장년 1명이 노인 1명 부양꼴
어르신 1000만인데 회원 280만 임기 내 600만명까지 확대 목표
노인, 가족과 ‘집에서 임종’ 원해 국가 차원 在家 간병인 지원해야
노인들 지하철서 호통치지 말고 청년은 노인 실수 귀엽게 봐주길 “노인연령을 75세로 10년 상향하는 것과 함께 국가공무원 정년을 연장하고, 민간기업의 정년도 연장해야 합니다. 그러면 연금을 받는 시기도 함께 연동해 10년 연장할 수 있어 연금재정 고갈 같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21일 제19대 대한노인회장으로 취임한 이중근(83)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빌딩 집무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국내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에 달하는데 2050년이면 2000만 명이 된다고 한다”며 “전 국민이 5000만 명인데 노인 2000만 명에 어린이·청소년 1000만 명을 빼면 생산가능인구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셈”이라고 노인연령 상향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노인연령 기준을 현재 65세에서 75세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내 명함에 ‘어른다운 노인’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며 “노인이 노인답고 어른다워서 사회의 규범,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답지 못하면 우리 스스로 점수를 깎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대한노인회도 ‘노인답기’를 앞으로 더 열심히 강조하겠다”고 덧붙였다.
17대에 이어 19대 대한노인회장을 맡은 이 회장은 현재 280만 명인 가입 회원을 600만 명까지 확대하는 운동을 강력하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단체라는 것이 전체 구성원의 50% 이상은 가입해야 대표성이 있다. 회원 수를 더 확대해야 대한노인회가 활성화할 수 있고 제대로 된 역할과 국가에 대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임기 동안 회원 수를 600만 명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19대 대한노인회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17대에 이어 두 차례나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 번(17대) 했으니까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주변에서 다들 이번에 꼭 나오라고 권유해서 고민 끝에 거의 막바지에 결심했다. 대한노인회장은 국가 장래와 후손들을 위해 중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라는 생각으로 입후보하게 됐다. 2050년이면 노인 인구 2000만 명을 생산가능 연령대 인구 2000만 명이 부양해야 한다. 산에서 작은 눈덩이가 굴러 내려오면 점점 커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노인 문제를 그대로 두면 점점 커져 감당 못할 상황이 될 우려가 있다. 지금 적당한 거리에서 눈덩이가 뭉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대처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의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나라도 이것을 계속 일깨우고 목소리를 내야 국가가 대책을 세우고 대비하지 않겠나.”
―4년 임기 동안 꼭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먼저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노인연령을 75세로 높이는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인복지 혜택을 10년 늦추는 대신 정년연장으로 생산활동에 동참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6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첫해 40%를 받고 연 2%포인트씩 줄여 75세 때는 20%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은퇴 전 500만 원 받던 사람이 75세 때 100만 원을 받게 된다. 월 지하철 요금 등을 고려하면 기초생활이 가능한 상태에서 생산 잔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그렇게 76세부터 정식 노인으로 인정받게 되면 사회적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생산인구 수 증가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노인 숫자를 줄인다는 얘기는 우리 사회의 짐을 좀 덜어본다는 의미가 있다. 해당 연령대 노인들도 정년연장을 통해 생산성 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여전히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노인연령이 올라가면 연금 수급 시기가 늦춰지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노인연령 10년 상향과 함께 국가 공무원 정년을 연장하고, 민간기업의 정년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면 연금을 받는 시기도 함께 연동해 10년 연장할 수 있어 연금 고갈 같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연금 고갈을 고민하면서도 대안을 세우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다. (노인연령 상향 및 정년연장으로) 연금 수급연령을 10년 연장하면 자동으로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인구부 신설을 건의했는데 여성가족부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등이 있음에도 꼭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에는 전 세계 국가들이 모두 자녀를 덜 낳고 인구수를 줄이는 정책을 펴왔다. 우리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중국은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이런 식이었다. 저절로 무성하게 자라는 풀밭의 풀처럼 인구를 관리했는데 이제 필요인구를 관리할 수 있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저고위 등이 있지만 정책 집행 기능 등이 없어 실효성 있는 정책 수행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출생 지원과 청소년, 가족, 노인복지 기능을 전반적으로 담당하는 정부 부처를 신설해 현재 인구관리뿐 아니라 향후 국가가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인구 수준까지 계획하고 관리토록 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공경이라는 가치가 갈수록 약화하는데 되살릴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내 명함에 ‘어른다운 노인’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다. 노인 스스로 자신의 가치, 품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노인이 노인답고 어른다워서 사회의 규범,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 만약 지하철 경로석에 임산부나 몸이 아픈 학생이 앉아 있는데 노인이 와서 자리 비키라고 큰소리치는 행위는 자기 품위를 깎는 것이다. 자리를 양보하고 참고 묵묵히 서서 가는 것이 스스로를 높이는 결과가 될 것이다. 또 현재 노인 숫자가 너무 많은데 노인연령 상향으로 숫자를 줄이는 것도 노인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의 하나일 수 있다. 젊은층에도 당부하고 싶다. 노인들이 실수해도 귀엽게 생각하고,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젊은층 가운데 노인이 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인답지 못한 점이 우리 점수를 깎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대한노인회도 ‘노인답기’를 앞으로 더 열심히 강조하겠다. 노인회장 입장에서는 모두 장래 회원들이고 또 우리 국민이다.”
―취임 공약 중 재가임종제도 아이디어는 어떻게 내게 됐나.
“옛날에 시골에서 어른이 돌아가시면 가족 모두 모여 손잡고 대부분 임종을 지켰다. 요즘은 중환자실에서 혼자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나중에 시신 찾아가라는 통지밖에 못 받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런 상황이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생각한다. 요양원이나 병원에 진심으로 가기를 원하는 노인은 거의 없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면 심리적으로 버려졌다는 소외감 때문에 우울함에 쉽게 빠진다고 한다. 하지만 자녀들이 힘들어하니까 할 수 없이 가는 거다. 인생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살던 집에서 죽고 싶다는 게 노인들의 본심 같다. 집에서 임종하는 게 본인도 가족들에게 먼저 간다 말할 수 있고 가족들도 아쉬움이 덜하다고 생각한다. 예산이 문제인데 현재 요양원에서 숨지는 경우도 국가에서 일정한 비용 지원이 있다. 국가에서 요양원 지원 대신 가구당 재가간병인을 지원하고 정기방문을 통해 기초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간병인 인력 확보를 위해 외국 간호조무사들의 노인요양 및 호스피스 담당을 위한 국내취업을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만약 100만 명을 받는다면 한 사람당 노인 10명씩 1000만 명의 노인을 관리할 수 있다.”
―대한노인회의 회원 수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한데.
“회원 수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2017년 처음 회장을 맡았을 때 회원 수가 350만 명이었는데 현재 회원 수는 280만 명 정도밖에 안 된다. 노인 수는 1000만 명으로 늘었는데 국가 지원은 똑같이 경로당 단위로 30만 원씩 나온다. 회원 수에 비례해 지원하는 게 아니라 똑같이 주니까 회원 수가 적으면 1인당 지원액은 더 많아져 신규 회원을 안 받는 것이다. 단체라는 것이 전체 구성원의 50% 이상은 가입해야 대표성이 있다고 본다. 노인 수가 1000만 명이면 500만~600만 명은 돼야 최소한 대표성이 있는 거다. 그래서 회원 확대 운동을 아주 강력하게 진행하려고 한다. 가입회비를 내지 않아도 신청서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회원 수를 더 확대해야 대한노인회가 활성화할 수 있고 제대로 된 역할과 국가에 대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임기 동안 회원 수를 600만 명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초 부영그룹에서 2021년 이후 태어난 직원 자녀 1인당 1억 원의 파격적 출산 지원으로 큰 화제를 모았는데.
“출산장려 방안을 만들어 2~3년 전부터 이곳저곳 전달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랑 협의해 2월 5일 시무식을 하면서 줘버렸다. 정책에 상대 반응이 필요할 때는 더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회사와 논의 과정에서 3000만 원, 5000만 원 등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그래도 1억 원은 줘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감흥을 느낄 것 같았다. 한국사회에서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1억 원 갖고도 어렵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줘야 조금이나마 만족할 수 있겠다 싶어서 선택한 것이다.”
―출산지원 정책 시행 후 직원 사기나 출산율에 영향은 있나.
“아직 제도 시행하고 1년이 안 됐으니 정확히 확인은 안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 출산율이) 상당히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원 공개채용에도 전보다 지원자가 많이 몰린 것으로 알고 있다(지난 6월 부영그룹 경력·신입사원 공개모집 지원자는 이전 마지막으로 공개채용을 한 2017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다행으로 생각한다. 출산지원이 다른 기업에도 나비효과를 발휘해 그 회사도 많이 지원하고 우리 회사도 많이 왔으면 좋겠다. 다만 1억 원을 주는 회사는 아직 없고 5000만 원 정도를 주는 기업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고향 주민들과 초·중·고 동창, 군 동기·전우들에게도 큰돈을 기부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
“내 고향 순천에 김사천(1860~1925)이라는 부자가 있었다. 그분이 순천농업학교(현 순천대), 순천고, 순천여고를 다 세웠고 큰 재산을 장학기금 등으로 내놓았는데 지금은 학교만 남고 흔적이 없다. 문득 그런 부자 바로 옆집에 살던 사람들은 어떤 심정인지 생각해봤다. 밥은 몇 번 얻어먹었을지 몰라도 별 영향은 없었을 거다. 옛말에 이웃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들 했다. 그런 아픔은 병원에서도 낫게 하지 못한다. 약은 돈으로 보상하는 ‘금융치료’밖에 없다. 그래서 돈을 나눠주기로 한 거다. 사실 미웠던 사람들에게 주는 것은 아깝긴 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빼놓고 주면 그건 영원히 척지는 거다. 금전은 예쁘고 밉고를 구별해서는 안 된다.”
―개인 기부뿐 아니라 부영그룹도 누적 사회공헌액이 1조1800억 원에 달하는데 사회공헌에 힘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냥 사는 요령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순천·여수에 초등학교를 지어 기부한 게 처음이었다. 처음부터 마음씨가 좋아 기부한 게 아니라 사업 초기에 임대주택을 도시 변두리에 지었는데 가장 중요한 초등학교를 교육청에서 안 지어줬다. 그래서 ‘땅만 달라. 내가 학교를 지어 기부하겠다’고 했더니 들어주겠다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형편 되는 대로 하나둘씩 기부를 하게 됐다. 전국에 기숙사 지어준 것도 100개가 넘는다. 장사꾼 머리로 시작했지만 기업 경영을 하면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자는 생각으로 계속하게 됐다.”
―‘세발자전거론’이라는 경영 철학을 갖고 계시는데.
“철학까지는 아니고 기업 운영 방식이나 사고가 그렇다. 두발자전거를 타면 넘어지지 않기 위해 거꾸로라도 가야 한다. 기동력이 좋아 빠른 대신 앞으로 못 가면 뒤로 가야 한다. 반면 세발자전거는 앞으로 못 가면 아무 때나 멈춰서 쉴 수 있다. 기업 경영이 빠르지는 못해도 안전과 전진을 조화롭게 하기에는 세발자전거가 더 낫다는 생각이다.”
■ 이 회장은…
△1941년 출생 △고려대 대학원 법학·행정학 박사 △학교법인 우정학원 이사장 △건국대 이사장 △한국주택협회 회장 △주택산업연구원 이사장 △세계태권도 평화봉사재단 총재 △부영그룹 회장 △재단법인 우정교육문화재단 이사장 △한국행정학회·한국헌법학회 회원 △제17·19대 대한노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