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던 40대 여성이 주택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불을 지른 후 신고도 하지 않고 화재 현장을 지켜보다가 현행범 체포됐다. 이 여성은 방화 후 화재를 지켜본 이유를 묻는 수사관의 질문에 "불이 꺼지면 안 되니까. 그 불이 꺼졌다면 제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정성민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2)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5월 11일 오전 3시쯤 전북 군산시의 한 단독주택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 B 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함께 술을 마시던 중 B 씨로부터 폭행당하자 앙심을 품고 술에 취한 B 씨가 잠든 사이 범행을 저질렀다. A 씨는 불이 번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신고하지 않고 화재 현장을 지켜봤다. 경찰은 주택 근처에 만취 상태로 앉아 있던 A 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2019년부터 5년간 사귄 B 씨의 반복된 폭력에 시달렸다고 진술했다. 범행 당일에도 B 씨에게 얼굴 등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누구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절대성을 지녔으므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면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든 사실을 알면서도 집에 불을 질렀으므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고 그 유족 또한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었다"면서 "피고인이 유족에게 용서받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