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일정으로 러시아를 찾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8일(현지 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비공개 ‘일대일 대화’를 나눴다. 공식 정상회담은 다음날로 예정돼 있는데도 하루 전 별도로 시간을 내 밀착을 과시한 것이다.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고립을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심감을 보여주려는 푸틴 대통령과 중국을 견제하려는 모디 총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노보-오가료보에 있는 관저로 모디 총리를 초대했다. 푸틴 대통령이 모디 총리를 태우고 전기 카트를 직접 운전해가며 관저를 소개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푸틴 대통령은 모디 총리를 “인도와 인도 국민의 이익을 달성할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크렘린궁은 이번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지역 및 세계 안보 문제가 상위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이 다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국 간 무역 불균형 해소 등 경제 분야 협력 의제도 광범위하게 논의될 것이라고 인도 외무부는 전했다.
이번 방러는 모디 총리가 지난달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후 첫 해외 순방이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래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둘은 전쟁 직후인 2022년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린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디 총리가 직접 모스크바로 날아갔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
옛 소련 시절부터 긴밀했던 인도와 러시아는 최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현재 양국 무역액 규모는 전년 대비 76% 늘어난 연간 650억 달러(89조 원) 수준이다. 서방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유럽 대신 인도에 원유 등 에너지를 대거 수출하면서다.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 보르텍사에 따르면 지난달 인도 석유 수입량 중 43%가 러시아산이었다.
미국 일본 호주와 안보협의체 쿼드(Quad) 일원인 인도가 서방의 눈초리를 감수하고 러시아와 밀착하는 이유는 중국 견제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히말라야 국경, 인도양 등에서 신경전을 지속하고 있는 모디 총리로선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는 중러관계가 불편했으리라는 해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5월 정상회담 이후 한 달 반 만인 지난 3일 카자흐스탄 SCO 정상회의에서 또 만나 ‘제한 없는 우정’을 선언한 상태다.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언제든 국제사회 포위망을 탈피하고 서방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번 양자회담을 통해 과시할 수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는 이 회담을 영향력 있는 친구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줄 기회로 여긴다”고 분석했다.
서방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디 총리의 공개 발언을 봐야겠지만, 우리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우려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도) 지도자가 피비린내 나는 범죄자(푸틴)를 껴안는 것에 대해 엄청난 실망”이라고 했다. |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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