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6월 25일 국회 앞에서 전국 17개 광역지회 회원과 업종 단체 회원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업종별 구분 적용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23명은 6월 2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건물 안에서 최저임금 인상, 업종별 최저임금 차별 적용 폐지 등을 외치며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는 기습 집회를 벌였다.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을 완화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근로조건부 급여(우리나라의 근로장려금) 지출을 조금 더 늘리는 것이다. 근로조건부 급여는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노동자 가구에 대하여 가구원 구성과 총급여액 등에 따라 산정된 '근로장려금'을 지급함으로써 근로를 장려하고 실질소득을 지원하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 제도를 말한다.
최저임금으로 인한 노동비용 상승은 일자리 창출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늘 뒤따른다. 미국에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1,492개 논문을 리뷰한 논문에 따르면, 최저임금 10% 인상으로 청년노동자의 고용률은 1~2%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이 가족 빈곤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최저임금 적용대상 노동자들의 다수는 평균 이상의 소득을 갖는 가구에 소속되어 있다. 최저임금은 빈곤가구 및 저소득가구를 지원하는 데에는 덜 효과적이다. 시간제 일자리와 여성고용,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저임금 노동자가 곧 저소득층은 아니게 되었다.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노동자가 빈곤층에 속할 확률은 30% 정도다.
근로조건부 급여는 최저임금 인상 압력을 피하면서 노동자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다. 자격 없는 집단에 대한 지출을 증가시키기보다 근로빈곤층의 소득 증가에 기여하므로 정치적으로도 매력적이다.
근로조건부 급여 제도는 197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도입되었다가 1980년대 후반 이후 확산되었다. 각국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보다 근로조건부 급여 제도를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중도우파와 중도좌파 집권정당 모두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좌파는 근로빈곤을 완화하는 조치로서 환영했고, 우파는 근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동의했다. 사용자 조직도 저생산성 일자리에 대한 지출이 줄어들고 노동유연화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환영했다. 반(反)빈곤 조직도 이 제도의 도입에 찬성했다.
최근 데이터를 본다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근로장려금 지출 비중은 0.07%(1조2,000억 원)이다. 미국(0.38%), 영국(0.36%), 뉴질랜드(0.2%)와 비교해 한참 뒤지는 수준이다. 지급가구를 전체 가구로 나눈 지급률은 8.1%(157만 가구)이다. 이는 미국(21.7%, 2,766만 가구), 영국(8.6%, 224만 가구), 뉴질랜드(11.5%, 21만 가구)와 비교해 매우 낮다. 근로장려금 지출을 더 늘릴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유하는 것처럼 관대한 근로조건부 급여와 적정 최저임금의 결합이 가장 좋은 분배 효과를 초래한다. 최저임금제도를 둘러싼 긴장과 갈등을 줄이기 위한 정책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정승국 고려대 노동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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