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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限風光在險峰

모든 일에 대한 槪念을 정확히 알고 살면 좋다. 개념은 세상만사 기본이고 핵심이며 생각과 사고와 사유 기준이다. 개념은 추상성과 상징성, 다의성과 위계성, 객관성과 일반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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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가서 볼까요?”(남자) “…좋아요.”(여자)

영화 ‘어바웃 타임’ 남녀 주인공은 어둠 속에서 처음 만난다. 시각이 차단된 암흑 속에서 식사를 내어주는 식당. 둘 사이엔 어떤 편견도 없다. 얼굴도, 체형도 모르지만 대화만으로 묘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제 머리, 너무 갈색이지 않아요?”(여자) “갈색 좋아해요.”(남자) “앞머리는 새로 한 거예요.”(여자) “완벽해요.”(남자) “다시 만나면 좋겠어요.”(여자) “그렇게 될 거예요.”(남자) 그렇게 밝은 곳에서 상대를 확인한 뒤에야 이들은 서로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설레는 사랑이 시작된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암흑 카페는 완벽한 어둠 속에서 소개팅을 주선한다. 사진은 촬영을 위해 빛을 밝힌 모습.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상대의 사진을 보고 ‘Yes or No’를 결정하는 시대. 영화 속 이야기일 뿐, “예쁘냐?” “키 크냐?” 묻는 게 당연해진 마당에 얼굴도 안 보고 호감을 느끼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있다. 시대에 역행하는 그런 장소가. 일명 ‘암흑 카페’다. 업체가 취향에 맞는 상대를 찾아 매칭해 주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암실에 마주 앉아 그와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눈다. 이후 밝은 곳에서 볼지, 연락처를 주고받을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요즘 청년들에게 인기 폭발이라는 ‘암흑 소개팅’.

◇쉬운 일은 아니지

“원하는 향수를 손목에 발라 주세요.” 오전 10시 30분. 서울대입구역 근처 한 암흑 소개팅 카페에 들어섰다. 나무·바다·과일 콘셉트 향수 중 하나를 골라 바르니 직원이 “제 어깨에 손을 올리고 따라오시라”고 한다. 암실로 들어섰다. 빛 한 점 없는 칠흑. 손을 더듬어 의자에 앉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상대가 맞은편에 앉았다는 사실은 인기척으로 느낀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가 말했다. 보이지 않아서일까, 저음의 목소리가 깊이 있게 들린다. “저도요. 목소리가 좋으시네요”라고 답했다. 이럴 수가, 설렌다. 고요함 속에 내 심장 소리와 그의 목소리만 들린다. 그게 더 떨린다. 이어 서로의 취미 등에 대해 묻는 탐색 시간이 시작된다.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암흑 소개팅 카페는 영화 ‘어바웃타임’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방문 전 앱으로 자신의 연애 성향 등을 우선 입력한다. 그 뒤 ‘여행’ ‘위스키’ ‘야구’ 등 관심 분야와 취미까지 고르면 준비 완료. 소개팅 앱마다 요구하는, 그 흔한 ‘셀카 사진’ 따위는 올리지 않는다. 만남을 갖기 전 채팅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없다. 인공지능(AI)이 비슷한 성향의 상대를 찾아 매칭해준다. 하루 만에 될 수도, 두 달이 걸릴 수도 있다. 하긴, 인연을 찾는 일이 어디 쉬운가.

◇본능적으로 느껴졌어

보이진 않지만 그를 맡을 수는 있다. 암흑 소개팅의 특징은 시각 대신 후각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후각은 시각보다 원시적이고 본능적이다. 소개팅 중간에 상대방 손목 향을 맡고 어떤 향수인지 알아맞히는 ‘미니 게임’은 본능을 극대화한다.

그야말로 목소리와 향으로 상대의 실루엣을 그리는 셈.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손을 잡게 될 수도 있다. “본능적으로/ 느껴졌어/ 넌 나의 사람이/ 된다는 걸… / 좋은 사람인진 모르겠어/ 미친 듯이 막 끌릴 뿐야…”(윤종신 ‘본능적으로‘)

퇴실 전 주어지는 옵션은 세 가지. ‘A. 지금 바로 만나고 싶어요.’ ‘B. 내일 연락처를 받고 싶어요.’ ‘C. 오늘의 추억으로 남길게요.’ 결과는? 놀랍게도 10명 중 9명이 A를 고른다고 한다. 주 연령대는 여성 25~29세, 남성 30~34세. 반응은 뜨겁다. 주말에는 하루 최대 15쌍이 이곳을 찾는다. 서영운(28) 대표는 “보통 소개를 받으면 상대의 스펙과 외면을 보고 편견을 가진 채 만나지 않느냐”며 “순서를 뒤집어 내면을 먼저 본 후, 외적인 조건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암흑 소개팅의 특징은 시각 대신 후각을 자극한다. 입장 전 향수를 골라 뿌리고, 소개팅 중간에 상대방 손목 향을 맡고 어떤 향수인지 알아맞히는 ‘미니 게임’은 본능에 충실하고자 하는 욕망을 극대화한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암흑 소개팅은 시대를 거스르는 만남을 추구한다. 요즘이 어떤 시댄가.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오후 6시 30분쯤, 파스타를 먹으며 1시간 반가량 대화를 나누고 마음에 들면 카페나 술집, 마음에 안 들면 각자의 집으로. “혹시 주말에 시간 되세요?”, 혹은 “좋은 사람 만나세요~.” 이런 소개팅의 정석(定石)마저 사라지는 추세.

최근 유행하는 ‘단체 소개팅’은 이런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6대6, 8대8, 많게는 각각 20명의 남녀가 한꺼번에 소개팅을 한다. 될지, 안 될지 모르는 한 사람에게 반나절도 내고 싶지 않다. 자기 소개 하는 시간도 아깝기 때문에, 각 테이블에는 자신의 직업, 학벌, 연봉까지 적힌 ‘네임 카드’를 올려둔다.

상대당 주어진 시간은 단 10~15분. 남자는 여자가 앉은 테이블을 ‘로테이션’으로 돌며 대화를 나눈다. 하긴 사랑에 빠지는데 시간이 무슨 상관이야. 직장인 원모(32)씨는 이런 소개팅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그는 “30대가 되면 서로 까다로워지는 게 많으니 소개팅을 해도 이어질 확률이 낮지 않으냐”며 “한 번에 12명과 소개팅을 하는 셈이라 빠르게 이상형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외모를 보지 않고 새로운 만남을 추구하는 이런 신(新)소개팅 추세가 짧은 연애에 질린 젊은 세대의 속마음을 반영한다고 본다. 조계종이 주최한 단체 소개팅 ‘나는 절로’ 등이 유행하는 이유도 서로의 종교를 바탕으로 가치관을 확인하는 장점 때문이라는 것.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신과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연애의 본질이다. ‘암흑 소개팅‘은 외모를 지나치게 따지는 세상에서 대안적 만남의 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어둠 속에서 '자만추'… 청년층서 유행하는 '암흑 소개팅' 카페

 

어둠 속에서 ‘자만추’… 청년층서 유행하는 ‘암흑 소개팅’ 카페

어둠 속에서 자만추 청년층서 유행하는 암흑 소개팅 카페 아무튼,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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