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해 산 시계야. 나도 가끔 이 시계를 함께 차며 당신과의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라는 핑계로 내 시계를 하나 더 살 수 있는 교활한 방법.
여성이 착용했을 때 여성스러워 보이고, 남성이 착용했을 때 남자답게 보이는 것이 함께 찰 시계를 고르는 것의 핵심이라면 이 시계는 100점이다. 가로 폭은 23mm로 날씬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내는 반면, 세로 길이 46.3mm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150점밖에 만들지 않아 희소성이 높다는 것도 아내의 환불 요구에 든든한 방패막이 될 것이다.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아내가 착용하는 횟수가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솔직히 남자가 핑크색 시계를 100만 원 넘게 주고 사긴 어렵다. 하지만 문스와치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핑크색 컨버스 척테일러를 신고 이 시계를 찬 모습을 상상해 보라. 상당히 스타일리시해 보일 거다. 그리고 핑크색 시계를 아내에게 선물하면 눈곱만큼도 당신이 뺏을 거라 짐작하지 못할 거다. 그리고 처음으로 남편이 착용한 모습을 보면 “당신이 차도 귀엽네!”하고 놀라며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다. 나의 행복이 곧 아내의 행복이 되는 순간이다.
“이 빨간 시계 당신이 차면 멋지겠더라고” 라며 JLC의 박스를 건네면 아내는 10년 후에도 그 순간을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할지 모르겠다. 물론 이 시계는 밝은 회색 수트를 입고, 날렵한 라스트의 레이스업 슈즈를 신은 당신이 “여보! 오늘 당신 빨간 시계 좀 빌려 찰게”라고 말하며 차고 나가게 될 거겠지만.
이 시계는 구입 후 허락을 구하려면 진짜로 맞아 죽을지 모르지만, 다행히 여성에게도 대단히 근사하게 어울리는 시계로 유명하다. “내가 자꾸 시계 사 모으는 거 별로 맘에 들었지? 그래서 당신을 위한 시계는 최고의 브랜드가 만든 것으로 골랐어. 당신도 파텍 필립은 알잖아? 나도 아직 파텍은 없어. 이 시계 하나가 내 시계 3개 값어치라고”라며 너스레를 떨면 아내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보일 거다. 너무 비싼 시계라 서랍장에 보관한다면 더욱 ‘나이스’. 걸리지 않을 정도의 빈도로만 착용하자.
모든 남성의 드림 워치인 오데마 피게의 로얄 오크다. 이 불세출의 명작은 다행히도 사이즈 베리에이션이 다양하다. 15550은 37mm의 케이스 지름을 갖춰 볼드한여성 시계로도 많은 사람이 선택한다. “이건 좀 남성적이지 않아?”라고 아내가 난색을 보인다면 “여보! 요즘 카일리 제너랑 밀리 바비 브라운 같은 여자들도 다 이거 차”라고 알려줘라. “더 작은 사이즈는 없어?”라고 하면 그냥 없다고 해라. 실제로 거의 다 품절이라 거짓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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