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3주현욱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는 세상에 없는 로맨스를 써 내려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런 기분에 젖어 상대에게 모든 것을 주려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현타가 찾아온다. 연애하다 현타 오는 순간들 8.
연애를 하면 상대방에게 헌신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너무 과하게 상대방에게만 헌신하면서 연애를 해왔다면 어느새 현타가 찾아오게 된다. 바로 나를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다. 이런 경우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상대방을 우선적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를 깨닫는 순간 연애에 있어서 현타가 오고,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는 장점이라며 예쁘게 봐줬던 것도 갈수록 단점으로 여겨져 괜히 서운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검소한 면을 보고 반했다던 사람이 이제는 그런 면이 궁상맞다고 느끼는 것을 직감한 순간이다. 당하는 사람은 정말 기분이 처참해질 수밖에 없다. 나를 사랑해 주던 장점마저 이제는 예쁘게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갈수록 슬퍼지고 문득 예고 없이 현타가 찾아온다.
연애를 시작할 때는 과하다 싶게 연락하고 싶어 하고 전화나 카톡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한다. 조용한 스마트폰을 보면 한창 좋았던 그때가 생각이 나서 멍해지기도 한다. 게다가 내가 먼저 연락을 했는데도 시큰둥한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분명 예전에는 나보다 더 연락하고 싶어서 내가 다 번거로울 정도였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현타에 접어들게 된다.
연애하다가 가장 크게 현타가 오는 순간은 바로 눈치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다. ‘그 사람이 이제 나를 싫어하는 건가’, ‘내가 이렇게 말을 했다가 그 사람이 싫어하면 어쩌지’, ‘그 사람이 나의 이런 태도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등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을 졸이며 눈치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정말 처참한 심경이 들면서 현타가 온다.
연애 중 현타는 대화를 하다가도 찾아온다. 항상 나를 먼저 생각해 주던 사람이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해 줄 때 그렇다. 내 입장을 생각해 주고 내 생각에 가장 먼저 공감해 주던 사람이 문득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주고, 나에게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렇게 서운하게 느껴지는 것은 없다. 물론 이전의 태도와 비교해서 더욱 서운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이런 행동 자체만으로도 슬픈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커플들은 같은 이유로 반복해서 싸우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이 맞지 않는 포인트 명확하고, 갈등을 겪고 부딪히게 되는 포인트가 매번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도 현타가 온다. 처음 싸웠던 것은 어떻게 넘어갈지 몰라도 다음에, 또 다음에도 같은 것으로 싸우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이 연애에 회의감이 든다.
항상 데이트하며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고 하며 더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더 좋은 것도 보러 가곤 했던 사람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분명 우리가 함께 하는 데에는 돈이 아깝지 않은 것처럼 여겼었는데 이제는 돈이 아깝다는 뉘앙스를 필터 없이 드러낸다. 비록 직접적으로 돈이 아깝다 하지 않더라도 이미 얼굴 표정과 태도에서 티가 난다. 이런 태도만 봐도 이제는 연애가 끝나가다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그 사람을 포기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될 때가 있다.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정말 사랑해서인지, 아니면 이 관계 자체를 포기한다는 것인지는 잘 생각해 보면 알게 된다. 정말 사랑했던 그 사람을 포기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깊은 회의감과 현타가 오면서 이 관계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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