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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限風光在險峰

모든 일에 대한 槪念을 정확히 알고 살면 좋다. 개념은 세상만사 기본이고 핵심이며 생각과 사고와 사유 기준이다. 개념은 추상성과 상징성, 다의성과 위계성, 객관성과 일반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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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문화에서 본 분홍색 어원

 

 

분홍(粉紅)’은 본래 가루로 만든 과 볼입술을 돋보이게 하는 연지를 통칭(統稱)하는 말이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여인들은 분말(粉末)과 염료(染料)로 얼굴을 살짝 붉게 칠해 미모를 꾸몄으니 여기에서 화장(化粧)’이란 뜻과 아울러 엷고 고운 붉은빛이란 의미가 나왔다.

 

이에 비해 영어 ‘pink(핑크)’는 원래 패랭이꽃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지중해(地中海) 연안지역에 널리 분포(分布)하는 패랭이꽃은 주로 분홍색(粉紅色)에서 짙은 붉은색을 띠고 자극적(刺戟的)인 향기를 내뿜어 여인들에게 사랑받았다. 후에 핑크는 패랭이꽃 색깔에 관계없이 독자적(獨自的)인 색 이름으로 굳어졌지만 패랭이꽃에 갈라져 나온 꽃에게는 아직도 pink라는 말을 붙이고 있다. 예컨대 ‘clove pink’라고도 불리는 카네이션이 그렇다. 1907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애너 자비스가 어머니날의 상징(象徵)으로 삼은 꽃도 분홍 카네이션이었다.

 

분홍에는 여러 가지 상징이 들어있는데 가장 대중적(大衆的)인 것은 여자 아기 옷이다. 대부분 문화권(文化圈)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흔히 남아에게는 하늘색, 여아에게는 분홍색 아기용품을 선물하며 축하해주는 관습(慣習)이 있다. 그렇지만 갓난아이들은 성별대로 하늘색 혹은 분홍색을 좋아하지 않으며 성별 가리지 않고 본능적(本能的)으로 노란색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화가 생겼을까?

 

그 유래는 서양(西洋)에서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 풍속에서는 남녀 성별(男女性別)을 가리지 않고 흰 옷을 입혔기 때문이다.

 

옛날 서양에서 갓난아기 옷은 흰색이 대부분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하늘색이나 분홍색을 입히기도 했다. 하늘색을 하늘에 있는 선한 신을 상징하는 강력(强力)한 색깔로 여겨 신의 보호를 받기 위함이었다. 성모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그림을 보면 하늘색 천이 깔려 있는데, 여기서의 하늘색도 같은 상징이다.

 

이에 비해 분홍색 옷을 입힌 경우는 열정적 색깔 빨강의 작은 색으로 악마(惡魔)를 물리치려는데 그 이유가 있었다. 빨강이 부적(符籍)의 색으로 통하던 시절에는 아이, 특히 남자아기가 조금 자라면 빨강이나 분홍 옷을 입혀 길렀다. 바로크시대에 분홍 드레스를 입은 귀족(貴族) 가문 아이는 대개 소녀가 아니라 소년이었다.

 

요컨대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아기 옷은 성별에 상관없이 대부분 흰색이었고, 일부 귀족 가문에서만 분홍 혹은 하늘색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1차 세계대전(世界大戰)이 끝난 1920년대에 미국에서 웃옷과 바지가 연결된 유아복(乳兒服)이 처음 상품으로 나왔는데, 이때 분홍이 여아복 색깔로 처음 선보였다. 또한 하늘색은 남아복(男兒服) 색깔로 정해졌다. 당시 해군복(海軍服)이 크게 유행한 데 영향을 받아 남아복 색깔을 파랑 계열의 하늘색으로 하면서 여아복(女兒服)을 반대색인 분홍으로 한 것이다.

 

이런 색깔 지정은 미국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서양 전설(西洋傳說)에 따르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아기는 황새가 가져다준다고 하는데, 남자아이는 푸른 양배추 속에서, 여자아이는 분홍 장미꽃 속에서 물어서 사람들에게 데려다준다는 전설의 영향이 컸다.

 

이 전설은 본래 유럽에 있는 이야기로서 아메리카대륙으로 건너온 백인에 의해 미국에도 퍼졌고, 남녀 아기의 물품 색은 이런 과정을 거쳐 굳어졌다. 이런 맥락(脈絡)에서 아기용품의 분홍은 영어로 베이비 핑크(baby pink)’라고도 말한다.

 

한편 18세기 유럽에서는 분홍이 상류층 남자들의 셔츠 색깔로 크게 유행했다. 반면에 여성들은 하늘색 드레스를 입고 우아(優雅)함을 과시하는 등 이 시기는 파스텔색의 전성시대(全盛時代)였다. 남자의 분홍(pastel pink)은 강한 빨강의 순한 색이기도 하거니와 분홍색이 어울리려면 얼굴이 희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때나 지금이나 남자의 분홍 셔츠는 육체적 일을 하지 않는 고귀(高貴)한 신분을 상징한다. 흥미롭게도 조선시대 문관들 역시 분홍색 예복(禮服)을 입었다. 조선 후기에 그려진 초상화(肖像畵)들을 보면 분홍색 바탕에 학이 새겨진 흉배 달린 예복 입은 문관이 많다. 분홍은 때때로 상류층 남자의 색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분홍은 부드럽고 다정한 특성이 있는 까닭에 20세기 이후 여성의 색깔로 바뀌었다. 이 경우 분홍은 발그레 달아오른 여성의 얼굴, 나아가 섹시한 피부 색깔과 연결된다. 은근히 추파 던지는 색정적(色情的) 여인의 얼굴색을 비유적으로 도화색(桃花色: 복숭아꽃빛)이라 표현하는 것과 같은 이치(理致). 프랑스 화가 르누아르는 만년에 따뜻한 느낌을 풍기는 밝은 핑크색으로 농염(濃艶)한 여성 육체를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색채학적(色彩學的)으로 볼 때 붉은색 명도(明度)가 높아지고 색조(色調)가 약해지면 분홍계열이 되는데 이 때는 강렬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게 된다. 또한 분홍색은 은근하게 두뇌를 자극(刺戟)하고 몸에 울림을 준다. 때문에 분홍색 속옷은 남성에게 섹스어필하는 기능을 한다. 분홍색이 여성용품에 많이 활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가하면 핑크색은 미각(味覺)에서 달콤한 맛을 연상시킨다. 이래저래 분홍은 은근한 유혹(誘惑)의 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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