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구, 전년보다 85만명 감소…인구보너스 시대 종언
노동인구 비중 전체 62%로 떨어져 中경제 활력 크게 하락
노인인구 1%포인트 증가하면 성장률 0.1~0.5%포인트 감소
2049년 세계 최대강국 도약 시진핑 야심찬 목표 무산 위기
중국이 결국 ‘인구오너스(demographic onuss) 시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중국 인구가 1961년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운동 실패로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미국을 제치고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끌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구오너스’는 출생률 하락으로 노동인구(16~59세)가 감소하고 부양인구는 오히려 증가하는 탓에 경제성장이 발목을 잡히는 현상을 말한다. 노동인구가 증가하고 부양인구가 적은 덕에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인구보너스’(Demographic Bonus)의 반대 개념이다.
중국인구는 지난해 14억 1175만명으로 집계돼 2021년보다 85만명이 줄었다고 국가통계국이 지난 17일 밝혔다. 이는 14억명이 넘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노동력과 광활한 시장에 힘입어 고도성장을 지속해온 중국의 경제발전에 일단 제동이 걸렸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사건’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단순한 인구감소 수준이 아니라 해마다 500만~1000만명의 노동인구가 사라지고 그 만큼의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인구학적 위기(crisis)’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지난해 출생인구수는 1000만명선이 무너지며 956만명으로 내려앉았다. 전년보다 106만명이나 급감했다. 출생인구는 2016년 1883만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까지 6년 내리 감소한 까닭에 반토막 났다. 반면 지난해 사망인구는 1041만명으로 전년보다 27만명이 늘어났다. 사망률은 1970년대 이후 가장 높은 0.737%를 기록했다.
장즈웨이(張智威)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인
구는 앞으로 수년간 감소할 것"이라며 "중국이 더는 경제성장에서 '인구배당(demographic dividend) 효과'에 기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구배당 효과는 노동인구가 많고 부양부담은 적어 경제성장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중국의 성장동력이었다. '인구보너스'와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오는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을 2020년의 2배로 키워 미국을 추월하고 사회주의 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는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화 속도마저 빨라지는 데다 성장률마저 3%로 곤두박질치면서 목표달성에 의문부호가 달렸다. 미 CNN방송은 인구감소에 따른 성장둔화가 최대 경제대국이 발돋움하려는 중국의 야심을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1978년 개혁·개방과 함께 다자녀 규제에 들어간 중국은 1982년 ‘인구계획생육법’(人口計劃生育法·산아제한법)을 국가정책으로 정하고 본격적으로 '한자녀정책' 시행에 들어갔다. 이로써 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인 조(租)출생률((crude birth rate)은 1987년 23.3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2010년대 들어 노동인구 감소 조짐이 현실화하자 중국 정부는 2013년 부부 중 한쪽이라도 독자일 경우 두 자녀 출산을 허용하고, 2016년에는 두 자녀 정책을 전면 도입했다. 그렇지만 2011년 70%를 기록한 뒤 감소세로 돌아선 노동인구 비중을 되돌려 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급해진 중국은 2021년 인구계획생육법을 완전 철폐하고 세 자녀를 허용하는 한편 다양한 출산지원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저출산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조출생률은 6.77명으로 2021년(7.52명)은 물론 인구통계를 집계한 194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인구감소는 성장둔화세를 보이는 중국경제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동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하는 까닭이다. 노동인구는 2013년 10억 1000만명으로 정점을, 그 비중도 2010년 74.5%로 최고점을 각각 찍은 뒤 쭉 떨어졌다. 지난해 노동인구는 8억 7556만명으로 그 비중이 전체 62.0%를 차지한 반면 노인인구(60세 이상)는 2억 8004만명으로 그 비중도 19.8%로 급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여년 전 70%였던 중국의 노동인구는 지난해 62%로 줄어든 만큼 국가 연금체계가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14억명이 넘는 엄청난 인구가 중국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는데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이젠 인구감소로 내수·세수가 쪼그라들고 국가의 연금지급 부담도 가중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노인 부양문제는 심각하다. 과중한 부양부담은 중국의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주요인이다. 유엔은 노인인구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나면, GDP 대비 정부지출은 0.1%포인트 증가하고 정부세수는 1.8%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노인인구는 2035년까지 인구의 3분의 1인 4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노동인구 대비 노인인구 비율인 노인부양비율은 2001년 10.1%에서 2011년 12.3%로, 2021년에는 20.8%로 급등했다. 때문에 2050년에는 노동인구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처지다. 2000년대 노동인구 10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한 점을 감안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중국의 노인인구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때 성장률은 0.1~0.5%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유엔은 중국의 단순한 인구 구조 변화만으로도 성장률이 2021년 대비 2025년 0.1~0.5%포인트, 2030년 0.3~1.2%포인트, 2035년 0.6~3.0%포인트 각각 하락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 GDP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인구가 줄어들면 주택수요가 감소하는 만큼 가뜩이나 어려운 부동산 시장을 더 깊은 침체의 수렁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왕펑(王豊) 미국 UC어바인대 사회학 교수는 “세계는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중국을 보게 될 것이다. 중국은 더 이상 젊고 활기차지 않다. 인구 측면에서 중국은 늙고 쪼그라든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2022년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인구위기를 주목해야 할 주요 문제 중 하나라고 꼽으며 퇴직연령 높이기 등을 포함한 정책 지원을 통해 출생률 감소와 인구고령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사교육 억제와 집값 대책 등을 잇따라 발표하고 한자녀정책으로 낙태가 ‘자유로웠던’ 중국에서 낙태제한정책까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 연장도 추진 중이다. 중국의 정년은 현재 남성이 60세, 여성은 50세 기본에 간부급 또는 사무직이 55세다. 지난해부터 남성과 여성을 통일해 65세로 늘리자는 주장이 나온다.
지방정부도 두팔을 걷고 나섰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위생건강위원회는 13일 '인구 및 계획출산 우대 규정'을 발표했다. 부모 육아휴가·한자녀 돌봄휴가가 추가되고 탁아서비스 체계구축 등이 포함된 이 규정은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규정에 따르면 출산 여성은 국가가 정한 98일 간의 출산휴가 외에 80일 간의 장려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남성은 15일 간의 출산 돌봄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자녀가 만 3세가 되기 전까지 부모 모두 각각 연간 10일 간의 육아휴가를 쓸 수 있다. 두 자녀 가정의 생애 최초 내집 마련에 대해서도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공공임대주택을 배정할 때도 세 자녀가정에 우선 배려할 것을 주문했다.
광둥성 선전(深圳)시는 올해부터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에게 각각 7500위안(약 138만원), 1만 1000위안을 3년간 지원하고, 셋째 아이에는 1만 9000위안을 3년간 지급하기로 했다.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도 올해부터 둘째 또는 셋째를 낳으면 보육지원금으로 매달 600위안을 지급한다. 어머니에겐 육아휴직 158일을 약속하고, 아버지도 최소 15일의 육아휴직일을 준다. 3살 이하의 유아를 둔 부모에겐 해마다 10일 이상의 연차를 제공하기로 했다. |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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