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과잉…전형적 인권침해” “제 2세월호 만들어 악용하나” SNS·온라인 등 비난 봇물 명단 입수 과정 불법성 의혹 법조계 “민·형사 책임 가능성” 경찰 고발 접수해 수사 착수
“이번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이 개탄스럽습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딸을 잃은 아버지 A 씨는 온라인 매체 ‘민들레’가 홈페이지에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한 것과 관련, “유족 입장에서 슬픔이 가중된다”며 15일 이같이 밝혔다. 일부 유족은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리면서도, “일방적으로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명단 공개와 관련해 사전에 유족을 대상으로 동의를 구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고, 공개 자체도 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희생자 명단 공개에 관한 정부의 명확한 방침을 지켜보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명단 공개 자체보다는 책임 소지를 명확히 하고, 적합한 배상 절차가 이뤄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참사로 아들이 숨진 B 씨는 “희생자 명단 공개 결정은 매체가 아닌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부터 살피고, 협의 여부를 결정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온라인 매체 ‘민들레’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 ‘더탐사’와 협업을 거쳤다며, 인터넷 홈페이지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이 적힌 포스터를 게재했다. 민들레는 명단을 공개하며 “이름도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반영토록 하겠다”고 했고, 사망자 명단을 공개한 이후 일부 희생자 이름이 ‘김OO’ ‘권OO’처럼 익명으로 전환됐다.
최근 출범한 민들레 준비위원 명단에는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등이 이름을 올렸으며, 칼럼진으로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
SNS에서는 희생자 실명 공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SNS에는 “유가족과 망자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자들이 진보를 참칭하는 세상이 됐다” “(명단 공개는) 이태원 사고를 제2의 세월호로 만들려는 어처구니없는 범죄” “매우 전형적인 인권 침해, 정치 과잉”이라는 등의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해 경찰도 즉각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민들레와 더탐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날 경찰에 고발했다. 민들레 측은 친야 성향 유튜브 채널 ‘더탐사’와 협업으로 명단을 취득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취득 경로는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향후 ‘취득 경로의 불법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양태정 변호사는 “만약 형사처벌이 되지 않더라도,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한 것 자체가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어 민사상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번 참사와 관련, 국가배상이 가능한지에 대해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 현재 일부 유족과 피해자 등은 손해배상 소송을 위해 법률기관과 상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배상 청구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연대해서 손해를 책임지는 것으로, △재난 및 안전관리법 제20조와 제25조 2 위반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위반 △국가배상법 제2조 등이 핵심 법 조항으로 꼽힌다. / 김대영·김보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