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 비밀합의…러에 포탄 제공한 북한과 ‘남북 포탄 대리전’
푸틴, 지난달 무기와 탄약 지원하면 한러 관계 파탄 경고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비밀 합의를 통해 한국산 포탄이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제공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환을 보낸다면 한러 관계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비밀 합의에 대해 잘 아는 미국의 관리들은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155㎜ 포탄 10만 발을 구매한 뒤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WSJ에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포병부대가 최소 수 주간 집중적인 전투를 치르기에 충분한 분량이다.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포탄을 제공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군사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지킬 수 있게 해준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러한 합의는 대북 억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동맹국인 미국을 돕는 의미도 있다.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 장관과 만나 이러한 포탄 제공을 진행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WSJ은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포탄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미국으로서도 한국의 간접 제공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8월 현재 미국의 155㎜ 포탄 재고는 미 국방부가 우려할 정도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미 정부 관계자들은 밝혔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142대의 155mm 곡사포와 함께 155mm 포탄 92만4000발을 지원했거나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포탄 제공 합의는 최근 북한이 중동과 아프리카를 통해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했다는 백악관 발표 이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와 별도로 주한미군도 이달 초 포탄 재고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미군 측은 WSJ에 “주한미군은 일부 장비 지원을 요청받았다”면서 “이는 우리의 작전과 동맹인 한국 방어에 전념하겠다는 철통같은 약속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이번 포탄 제공 역시 북한의 도발 수위 고조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군사 준비태세를 약화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미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국방부는 “미국 내 부족해진 탄약 재고량을 보충하기 위해 미국과 우리 업체간 탄약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이는 미국을 최종 사용자로 한다는 것이 전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상황과 국제 정세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한국의 결정은 한국과 러시아 관계를 파탄낼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살상 무기나 이런 것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사실이 없다”며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우리 주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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