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리더십 - 브라질 첫 3선 대통령 되는 룰라
2003 ∼ 2010년 집권 당시 교육 지원하자 극빈층 줄어 GDP 8년만에 2.7 → 7.5% 세계6위 경제강국 끌어올려 정치입문 초반 ‘청바지 연설’ “일부계층만 대변” 지적받고 정장 차림으로 복식 바꿔 좌파지만 보수와 손잡기도
“황야의 남자는 그 누구보다 강하다. 이 문장은, 룰라가 태어날 때부터 그를 위한 것이었다. ”땅콩 팔이 소년, 구두닦이, 그리고 ‘오징어(룰라(Lula)의 포르투갈어 뜻)’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 브라질 전 대통령이 10월 30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하며 다시 정권을 잡는다. 그가 설립한 비영리단체 ‘인스티투토 룰라’에 서술된 전기 첫 문장이 소개하듯, 문맹 농부 부부의 7번째 자식으로 태어난 그는 그야말로 황무지 같은 삶을 거쳤다. 그리고 브라질 역사상 최초의 3선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됐다. 브라질 경제 붕괴 상황 속 11년 만에 귀환한 룰라는 첫 일성으로 “국민 통합과 경제 성장”을 외쳤다. 재선 당시 퇴임 직전까지 지지율 80%대를 유지했던 그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다시 얻게 될지 주목된다.
◇‘복지가 아니라 투자다’…브라질 경제를 이끈 실용주의 리더십 = 룰라 집권 시 그가 과거 시행했던 ‘보우사 파밀리아’ 정책이 가장 먼저 부활할 전망이다. 저소득층에 생활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이나, 실제 핵심은 ‘학교 교육’이다. 자녀 출석률이 85%에 달해야만 보조금을 지급한다. 국내외에선 그가 노동운동가 출신이라 급진 좌파 정책을 실현한다며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왜 부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투자’라 하고, 가난한 이들을 지원하는 건 ‘비용’이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결과로서 이를 증명했다.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보조금이 일정 부분 지급되자 극빈층이 줄어들고, 중산층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 룰라 취임 이전인 2002년 2.7%에 불과했던 국내총생산(GDP) 실질 성장률은 2010년 7.5%까지 치솟았다. 실업률도 12%대에서 6%대까지 떨어졌고, 결국 브라질을 세계 6위에 달하는 경제 강국 자리에 올려뒀다.
룰라의 신념은 과거 그의 경험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빈농 이민자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구두닦이와 노점상을 전전하다 열일곱의 나이에 산업재해로 왼손 새끼손가락을 잃었다. 23세의 나이에 결혼했지만, 임신 8개월 차에 아내가 간염에 걸리며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비극도 겪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 이는 ‘보통의 삶’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가난한 이들에게 교육과 재도약의 기회를 주면, 자신처럼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것이다. 룰라는 “어머니는 내게 ‘나아질 것’이라고 끊임없이 말했다”고 말했다.
◇청바지에서 정장까지, 모든 계층의 지지를 얻은 소통의 리더십 = 좌파 정치인이지만 최대한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2002년 대선에 뛰어들며 보수 성향 섬유 재벌 조제 알렌카를 러닝메이트로 지목한 것 역시 그 일환이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비판도 즉각 수용했다. 정치 입문 초반에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상징과도 같은 야구모자와 청바지 차림으로 연설을 하곤 했지만, 정장 차림으로 복식을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옷차림이 자신을 ‘일부 계층’만 대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받아들인 것. ‘극좌’ 스펙트럼에서 시작했지만, 그는 재임 중 온건 좌파 행보를 보였다.
필요할 때는 이념을 가리지 않고 소통하는 행보도 보였다. 정치적으로 반대 노선을 걸었던 조제 사르네이 전 대통령에게 결국 지지를 얻어내기도 했다. 사르네이는 룰라에 대해 “룰라의 말에는 진정성이 있다. 진정한 브라질의 대통령”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통령 중심제이지만 한 정당이 과반을 확보하기 힘들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브라질 특성상, 그의 소통 리더십이 없었다면 ‘80%대 지지율’은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선 임기 최대 걸림돌, ‘1.8%포인트’ 격차 = 과거 재임 시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라는 찬사도 들었지만, 현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대선 결선투표에서 50.9%를 얻으며 ‘신승’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해 결국 2차 대선을 치렀고, 2차에서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49.1%)과 1.8%포인트 격차밖에 내지 못했다. 2018년부터 중남미 지역에 불어오는 제2의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지지를 얻지 못한 셈이다.
브라질 경제 상황도 만만치 않다. 룰라 재임 시절 세계 6위에 달했던 브라질 GDP 규모는 현재 12위다. 메르세데스 벤츠, 포드, 토요타 등 유명 세계 제조기업들이 브라질 공장을 속속 정리하며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재임 시절 보였던 ‘기후 악당’적 행보도 해결해야 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을 방관하며 오히려 기후위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룰라 대통령이 당선 연설에서 “브라질이 돌아왔다는 것을 세계에 알린다. 기후위기, 특히 아마존에 대한 싸움에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미 훼손된 아마존을 되살리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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