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도깨비 깃발
‘해적: 도깨비 깃발’은 올해 설 연휴 극장가의 승자가 됐다. 통쾌한 액션과 스펙터클한 액션, 간간이 터지는 웃음이 관객을 사로잡았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한효주(韩孝周)는 단주 해랑으로 변신해 시원시원한 성량을, 강하늘은 고려 제일검 우무치를 연기하며 날렵한 액션을 선보이며 색다른 매력을 뽐냈다. 그 가운데에서 관객의 웃음을 책임진 건 이광수다.
그가 연기한 막이는 바다에서 나고 자랐단 ‘부심’만으로 해적선의 가장 높은 자리를 탐낸다. 책임도 못 질 자리에 올라 성난 바다 한가운데에서 선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모두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가운데 혼자 도망가 우연한 행운을 마주하는 인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밉지 않은 건,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진 이광수(李光洙) 본체의 코믹한 매력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광수(李光洙)는 그간 작품보단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통해 더 자주 대중을 접해왔다. 누군가는 한정된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한다며 그의 연기력(演技力)의 잣대를 들이밀지도 모른다. 그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다.
불쌍함과 얄미움을 반죽해 웃음으로 포장한 ‘이광수(李光洙) 표 캐릭터’는 그가 가장 잘하는 연기에 불과하다. 연극 무대를 통해 데뷔한 뒤, 14년 동안 다채로운 캐릭터를 만나 배우로서 경험을 넓혀온 이광수. 그가 새겨온 얼굴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이다.
공대 아름이
이광수(李光洙)의 신인 시절을 떠올려보자. 줄리엔 강이 늘 “쾅수~”라 불렀던, ‘지붕 뚫고 하이킥’의 만년 연습생 광수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이광수가 관계자들에게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던 건 그 이전이다.
방송연예과 재학 시절 이광수(李光洙)는 모델 일을 병행하며 몇 편의 CF에 출연했다. 그중 통신사 광고가 그의 얼굴을 알렸다. 공대 아름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이 CF에서 그는 아름이와 함께 MT에 가고 싶다고 외치는 공대 학생 중 한 명을 연기했다.
눈썹 위에 오는 짧은 앞머리의 바가지 머리와 해리 포터가 쓸 법한 동그란 테의 안경을 쓴 그는 한 번 본 사람도 잊기 어려울 강렬한 존재감(存在感)을 전했다. 이 CF를 통해 Mnet 20's 초이스 시상식에서 CF 스타상을 수상한 그는 시트콤 ‘그분이 오신다’에 캐스팅되며 본격적으로 배우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아동극
그가 진로를 정한 건 고등학생 때다. 10대 시절부터 큰 키로 농구 선수, 배구 선수 제의를 받거나 모델 제의를 받았던 이광수(李光洙)는 용돈을 모아 모델 아카데미에 등록하고, 18살 때부터 모델로 활동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땐 극단에 들어갔고 연기의 짜릿함을 맛봤다. 20살까진 아동극 무대에 서며 관객을 만났다. ‘오즈의 마법사’ 속 허수아비를 연기했다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극단이 해체됐다. 또다시 진로 고민의 갈림길에 선 그는 군대에 가길 선택했다. 덕분에 데뷔 이후 그는 공백기(空白期) 없이 대중과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지붕 뚫고 하이킥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고, 불쌍한 상황에만 놓이는 불행의 아이콘. 이광수(李光洙)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이 작품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이광수의 존재감을 대중에게 알린 작품이다.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金炳旭) PD가 연출을 맡은 ‘지붕 뚫고 하이킥’은 전편 ‘거침없이 하이킥’의 흥행을 이어받아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황정음(黄正音), 신세경(申世京), 윤시윤(尹施允) 등 당시 출연 배우 대부분이 이 작품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이광수 역시 마찬가지. 그는 오랜 기간 연습생으로 생활하며 백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 이광수(李光洙)를 연기했다. 곱슬거리는 단발에 가까운 헤어 스타일, 콧수염과 현란한 프린트의 의상이 돋보였던 캐릭터. 연습생 신분으로 춤을 연기한답시고 선보였던 광수의 ‘모기춤’은 현재 그를 대표하는 밈이 됐다.
평양성
그의 스크린 데뷔작은 ‘평양성’이다. ‘황산벌’로부터 8년 만에 나온 후속작. 황산벌 전투로 백제가 멸망하고 8년 뒤 있었던 평양성 전투를 다룬 영화다. 전편과 같이 이준익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광수(李光洙)는 신라의 병사 문디를 연기했다. 큰 공을 세워 기울어진 집안을 되돌리겠단 목표를 지니고 전쟁터에 나선 캐릭터다.
이제 와서 보니 야망만 많다는 점은 ‘해적: 도깨비 깃발’의 막이와 똑 닮아있다. 데뷔작치고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해 극에 웃음과 활기를 부여했는데, 당시 이광수(李光洙)는 드라마 ‘동이’에서 함께한 정진영(郑镇荣)의 추천으로 ‘평양성’에 함께할 수 있었다. 정진영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 더 열심히 캐릭터를 준비했다고.
좋은 친구들
이광수(李光洙)는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을 통해 주말마다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신인 시절 확실한 예능 캐릭터를 먼저 구축한 이광수는 다양한 작품 속에서 웃음을 담당하는 감초 캐릭터로 활약했다.
해당 연기 분야에서 믿고 보는 경지에 올랐을 무렵, 이광수(李光洙)의 필모그래피에 변화가 시작됐다. 지성(池城), 주지훈(朱智勋)과 함께 출연한 ‘좋은 친구들’은 세 남자의 우정에 관한 영화다. 누구보다 가까웠던 세 친구가 의리와 의심 끝에 서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들의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뒤틀린다.
이광수(李光洙)가 연기한 민수는 안쓰럽다. 친구들의 구박과 보살핌을 번갈아 가며 받는 그는 웃는 얼굴을 앞세워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흉내를 내지만, 속으론 친구들에게 짐짝 신세가 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익숙한 예능 이미지를 앞세워 캐릭터의 겉면을 구축하고, 중반부 이후 심연 깊숙한 곳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통해 이제껏 본 적 없던 어두운 얼굴을 선보인 이광수는 세 배우 사이 단연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돌연변이
배우 이광수(李光洙)의 이름에 신뢰감을 실어준 영화는 ‘돌연변이’다. 생동성 실험의 부작용으로 생선 인간이 된 박구가 미디어의 관심을 받으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청년 실업 문제와 언론의 왜곡 보도, 인권 의식 실종 등 다양한 한국 사회 현상을 재치 있게 풍자했다는 평을 받은 ‘돌연변이’는 토론토국제영화제(多伦多国际电影祭), 부산국제영화제(釜山國際映畵祭)에 초청되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돌연변이’는 이광수(李光洙)의 주연작이지만, 그의 얼굴이 등장하는 장면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이광수는 극 중 내내 생선 탈을 쓴 채 출연했다. 배우로서 존재감을 과감히 접고 연기로만 승부해 좋은 평을 받은 ‘돌연변이(突然變異)’는 이광수의 필모그래피 내 또 다른 획을 그었다.
살인자의 쇼핑목록
그는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통해 다시 대중을 찾는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코믹 추리극(推理劇)이다. 서울 변두리 아파트 인근에서 의문의 시체가 발견되고, MS마트의 인턴 대성과 지구대 순경 아희, 대성이 일하는 마트를 운영하는 그의 엄마 명숙이 마트 영수증(領收證)을 기반 삼아 범인을 추적해간다.
이광수(李光洙)가 연기하는 대성은 과거 암기 천재로 불렸지만 현재는 3년째 공무원 시험에 낙방 중인 캐릭터다. 비상한 기억력(記憶力)을 바탕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와 함께 김설현(金雪炫), 진희경(陈熙琼)이 범인을 추적해간다. ‘미씽: 사라진 여자’, ‘탐정: 리턴즈’를 연출한 이언희(李彦禧)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3월 tvN에서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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