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찬하고 온화하게 달려달라며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네 곳의 길
찬찬하고 온화하게 달려달라며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네 곳의 길 충주호 내비게이션은 언제나 옳을까? 최단 거리로 유도해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일 수 있지만, 질주하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릴 뿐이다. 경로 안내에 몰두하는 동안 운전을 통해 부가되는 우연한 경험과 소소한 기쁨은 조금씩 배재된다. 충주호를 알게 된 계기도 내비게이션의 부재에 따른 공교로운 과정 때문이었다. 내비게이션이 매립되지 않은 차를 타고 스마트폰에 의지한 채 월악산으로 향하던 길이었지만, 충주시로 접어드는 길에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고 말았다. 멀찌감치 보이는 봉우리의 기암을 향해 무작정 차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얼마간의 가파른 오르막을 거듭하고, 숲 사이로 소심하게 난 길을 통과하자 예정에 없던 전경이 나타났다. 그릇에 소담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