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1. 친척 및 관련인
조지 위컴
하트퍼드셔에 주둔한 민병대(民兵隊) 소속의 군인이다. 매우 잘 생기고 재치 있는 성격으로 많은 이들에게 신망(信望)을 얻었다. 리지와도 잠시 썸을 탔다. 그러나 사실 그의 정체는 협잡꾼이다. 리지에게는 다아시에 대한 모함(謀陷)을 해서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데 일조(一助)한 바 있다. 이후 리디아 베넷을 꼬여내 야반도주한다. 실은 이 작자는 1년 전 미성년(未成年; 겨우 15세)이었던 조지애나 다아시를 상대로 결혼사기(結婚詐欺)에 가까운 협잡을 부린 적이 있었고 그때 여동생을 보호(保護)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던 다아시에 대해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앙심을 품고서 엘리자베스에게 험담을 했던 것이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결국 리디아 상대로 비슷한 짓을 했는데 또 다아시가 끼어드는 바람에 적당히 놀고 버릴 생각이었던 리디아에게 코가 꿰이는 신세(身世)가 되었다.
캐서린 드 버그 영부인
다아시의 이모로 장원을 소유한 귀족계급(貴族階級)의 여성이다. 하지만 교양, 지성, 너그러움 모두 갖추지 못했다. 자신의 딸 레이디 앤 드 버그와 다아시를 결혼시키려고 생각하고 있다. 다아시가 리지와 약혼했다는 헛소문이 퍼지자 리지를 찾아와 결혼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전형적(典型的)인 악역이다. 그러나 영부인이 리지를 찾아간 사건이 오히려 리지와 다아시의 마음을 이어주는 가교역할(架橋役割)을 해버린다. 리지가 영부인에게 '약혼은 한 적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약혼을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는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나와 그 사람의 마음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반박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다아시 씨가 다시 한 번 리지에게 청혼할 용기를 내게 되었던 것이다. 리지가 다아시와 결혼한 후에는 조카에게 리지를 험담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지만 시간이 좀 지난 후 '화가 풀려 펨벌리에 몸소 찾아왔다'는 묘사가 있는 것을 보면 그럭저럭 사이가 괜찮아진 듯하다.
2005년 영화판에서는 M으로 유명한 주디 덴치가 연기(演技)했다. 귀부인 특유의 깐깐하고 오만한 억양과 경멸(輕蔑) 섞인 표정, 그리고 직설적이면서도 장황(張皇)한 화법을 제대로 살린 덕분에 소문의 진위를 추궁(追窮)하며 리지를 몰아붙이는 장면은 짧은 분량이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피츠윌리엄 대령
다아시의 외사촌 형이다. 다아시의 외삼촌인 피츠윌리엄 백작(伯爵)의 차남이다. 다아시와 함께 조지애나의 후견인(後見人)을 맡고 있다. 다아시 씨와 달리 유쾌하고 소탈(疏脫)한 성품을 지녔다. 헌스퍼드에 놀러온 리지와 상호간 호감을 품는다. 그러나 자신이 마음대로 결혼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사실을 말하여 리지에게 확실하게 선을 긋는다.
3.3. 빙리 家
찰스 빙리
다아시의 친구인데 연 수입은 4천 파운드이고 작고(作故)한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10만 파운드의 자산이 따로 있다. 다아시처럼 귀족 집안 출신은 아니고 사업으로 재산을 불린 중간계급(中間階級) 집안의 신사다. 다아시가 재수 없는 성격이라면 이쪽은 대놓고 선하고 배려 깊은 매너남이다. 베넷 집안과 멀지 않은 네더필드에 집을 사서 잠시 지내러 오자 작품 첫 구절처럼 생각한 인근의 모든 미혼녀(未婚女)들이 달려들어 은근히 구애를 한다. 우유부단한 성격에 다아시의 식견(識見)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탓에 제인과 사랑에 빠졌음에도 주변에서 제인 쪽은 호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곧이곧대로 믿고 제인을 떠나는 바람에 그녀를 상처(傷處)받게 만든다. 나중에 사실을 밝힌 다아시의 말을 듣고 돌아오긴 한다. 다아시가 자신이 일부러 둘을 떼놓았다고 실토(實吐)하자 화를 내긴 했지만 곧 용서했다는 것을 보면 다아시에게 상당히 깊은 우정(友情)을 지닌 모양이다.
캐롤라인 빙리
빙리의 여동생이다. 외모가 아름다우며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사립학교(私立學校)에서 교육받았고, 상류층들과 어울리면서 살아온 데다 본인 소유의 재산도 2만 파운드에 달하다보니 태도가 매우 거만(倨慢)하다. 언니는 시집갔고 집안에 남은 딸이라곤 본인밖에 없는 탓에 본명보단 '빙리 양'이란 호칭(呼稱)이 더 많이 나온다. 다아시를 좋아하는 탓에 엘리자베스를 경쟁상대(競爭相對)로 인식하고 다아시 앞에서 그녀를 깎아내리는 일이 다반사에다가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겐 예의 없이 구는 등 오만한 성격이다. 제인은 그래도 아름답고 상냥한 편이라 처음엔 친구로서 잘 해주었지만 나중엔 오빠를 다아시 양과 결혼시키려 제인을 오빠와 떨어트려 놓는 일에 동참(同參)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와 결혼하자 펨벌리의 정원(庭園)을 거니는 권리(權利)마저 잃는 건 즉, 상류층인 다아시 부부와의 인맥(人脈)을 잃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깔끔하게 다아시를 포기(抛棄)하고 엘리자베스에게 예의를 차린다.
허스트 부인(루이자 허스트)
빙리의 누나이고 결혼은 했지만 분가(分家)하지 못하고 같이 사는 중이다. 당연히 분가했다. 그저 결혼을 하고 나서도 남동생에게 참견(參見)을 많이 할 뿐이다. 허스트 부인은 돈보다는 지위를 보고 허스트 씨와 결혼했다. 성품은 여동생이랑 비슷하다. 캐롤라인과 함께 리지를 괴롭히기도 한다. 그래도 결혼한 탓인지 동생만큼 리지-다아시의 관계에 개입(介入)하진 않는 편이다. 남편 허스트 씨도 딱 한 번 묘사(描寫)되는데 카드놀이와 식도락(食道樂)이 인생의 유일한 낙이며 언니 병문안을 하러 빙리 가에 온 리지가 둘 다 그닥 즐기지 않는다는 말을 하자 관심을 끊었다는 게 전부다. 전형적인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상류층 영국 신사이다.
3.4. 루카스 家
샬럿 루카스
엘리자베스의 절친(切親)한 친구인데 27세로 작중 배경시대(背景時代) 기준으로는 노처녀 취급을 받는 나이지만 신중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所有者)다. 엘리자베스를 배려하면서 가끔씩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엘리자베스가 콜린스의 청혼을 거절했다는 걸 알고 콜린스에게 접근해 그의 관심을 끈다. 결국 콜린스와 결혼했기에 한때 엘리자베스의 실망과 연민(憐愍)을 샀다. 똑똑한 친구가 사랑보다는 재산(財産)을 보고 어리석은 신랑감을 선택한 셈이다. 하지만 실망(失望)을 표하는 엘리자베스에게 샬럿은 차분하게 현재의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리지는 샬럿의 선택을 수긍하긴 했으나 샬럿의 처지를 안쓰럽게 여긴다. 그리고 결혼 후 리지를 신혼집으로 초대해 다아시와 리지가 다시 만나는 계기를 제공(提供)해주었다. 눈치가 빠른 편이라 다아시가 리지에게 깊은 호감(好感)이 있다는 사실을 작중 인물들 중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윌리엄 루카스
루카스 가의 주인이자 샬럿 루카스의 아버지이다. 베넷 집안과는 각별한 사이로 장녀인 샬롯과 베넷의 차녀 엘리자베스가 단짝이고 아내인 루카스 부인도 베넷 부인과 친하다. 왕년엔 상인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시장에 재직(在職)하던 중 왕에게 소를 올렸고 기사작위(騎士爵位)를 받았다. 이후 마을을 떠나 메리턴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루카스 로지를 짓고 생활 중이다. 기사 작위를 받기 전부터 인성(人性)이 좋았고 수여받은 후에는 거만해 하지 않고 오히려 정중(鄭重)한 태도까지 갖추게 되었다. 다만 지적이거나 교양이 있는 사람은 아니며 어디까지나 돈으로 계급 상승을 시도한 중류 계급 이다보니 작중 풍자대상(諷刺對象)이기도 하다.
루카스 부인
루카스 가의 안주인인데 착하지만 영리(怜悧)하진 못해서 베넷 부인의 수다의 희생양(犧牲羊)이 되곤 한다. 그래도 둘이 사이는 좋고 자주 왕래(往來)하는 걸 보면 서로 잘 맞는 모양이다.
루카스가의 자식들
딸만 다섯인 베넷 가와는 달리 아들이 두 명 이상 딸이 세 명 이상 있다. 아들딸들이 총 몇 명인지는 불명(不明)이다. 이름이 제대로 나온 자식은 샬럿과 머라이어 뿐이다.
4. 영상화 및 2차 창작
시대가 흘러도 인기는 여전히 대폭발(大爆發)이라 영상물로 각색도 수차례 이루어졌다. 위키피디아나 IMDB에 검색을 해보면 1938년부터 10년에서 20년에 한 번 꼴로 각색물(脚色物)이 나온 걸 알 수 있다. 영미권 바깥(이탈리아와 네덜란드)에서 만든 버전도 있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1940년 영화판(映畫版)의 다아시는 자그마치 로렌스 올리비에 50년 영화판은 피터 쿠싱이다. 이 중 한국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건 콜린 퍼스가 다아시를 맡은 1995년 BBC 드라마와 키이라 나이틀리가 엘리자베스 베넷을 연기(演技)한 2005년 영화판이다.
95년 BBC 드라마는 6부작 전체 300분 정도의 길이로 부담 없이 완주가 가능하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남자주인공 다아시 역을 맡은 콜린 퍼스는 영국 여인들의 영원한 '미스터 다아시'이자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 드라마는 방영 시간(放映時間)에 거리에 여자들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공전의 히트를 쳐서 2005년 영화판에도 영향을 끼쳐서 다분히 이 드라마를 의식(意識)한 장면이 있다.
아이러니한 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유명한 '다아시의 젖은 셔츠 씬'은 원작에는 없고 창작(創作)해 집어넣은 장면이란 것이다. 하도 유명해서 영화판의 다아시 매튜 맥페이든은 홍보(弘報) 다닐 때 '당신도 젖은 셔츠를 입나' 같은 질문(質問)을 끊임없이 받아야 했고 '오만과 편견 다시 쓰기'에서 책 속으로 들어간 현대인 주인공은 다아시에게 소원(所願)을 들어달라면서 셔츠만 입은 다아시를 연못에 빠뜨려본다.
각본가 앤드루 데이비스는 영국에서 시대극 소설(時代劇小說)을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훌륭하게 각색해내는 각본가(脚本家)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런지 가장 원작에 충실(充實)하고 거의 스토리에 관여(關與)하는 바가 없어 각색할 때 많이들 쳐내는 빙리의 누나 부부나 샬럿의 아버지와 여동생이 중반부에 리지가 콜린스네와 로징스를 방문(訪問)하는 장면은 사실 친정아버지와 여동생에 리지가 꼽사리껴서 따라간 것 등의 캐릭터들도 빠짐없이 다 나온다. 로맨스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속물성(俗物性)과 허영에 대한 오스틴의 날카로운 풍자와 냉소가 잘 살아있어 골수팬들은 결정판(決定版)이라고들 많이 생각한다. 원작의 대사들을 크게 고치지 않고 각본에 옮긴 몇 안 되는 제인 오스틴 실사화 작품(實事化作品)이기도 하다.
2005년에 키이라 나이틀리가 엘리자베스 베넷 역을 맡은 영화가 개봉(開封)해서 오만과 편견이 한국에서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BBC판은 아는 사람들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有名)했지만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뜬 건 이 영화뿐이다. 아름다운 영상미(映像美)와 현대적인 해석으로 고전물에 대한 선입견(先入見)을 깨뜨려준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로맨스에 집중하는 바람에 오스틴 특유의 가차(假借) 없는 풍자가 줄어들고 인물묘사(人物描寫)나 대사가 너무 직설적(直說的)이고 '현대화'되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고증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은 구석도 있어 리전시 시대 묘사까지 즐기는 골수 제인 오스틴 오덕후들은 불평(不平)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워킹 타이틀다운 치밀함이 여러 군데에서 엿보이는데 특히 인물 클로즈업이 아닌 웬만한 원경 샷은 그 부분의 스틸컷만 뚝 잘라내도 마치 인상파 시기의 서양화(西洋畵)를 떠올리는 듯한 미장센을 선보인다. 또한 미스터 다아시가 처음 소개되는 마을 무도회 장면, 네더필드 무도회 장면(舞蹈會場面) 등의 롱테이크도 백미이다. 사실 오스틴의 작품은 신사숙녀들의 예절 바른 대화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보통 각색물(脚色物)에서도 대사가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이 영화판은 그보다는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고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계급 차이를 도입부(導入部)의 베넷 집안 소개 장면의 묘사로 한눈에 보여주거나 한다. 이런 스타일의 이유를 미술학(美術學)도 출신에 난독증(難讀症)으로 고생했다는 감독 조 라이트의 경력에서 찾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엔딩이 두 가지 버전인데 영국판 엔딩은 엘리자베스에게 결혼 허락(結婚許諾)을 해준 후 아버지가 "어느 청년이든 메리나 키티를 달라고 오면 들여보내렴"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끝나고 미국판 엔딩은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어떤 호칭(呼稱)으로 불러줄까 묻자 이런 날에는 이런 이름, 저런 날에는 저런 이름… 하고 늘어놓던 엘리자베스가 "가장 행복한 순간에는 나를 다아시 부인이라 불러줘요"라고 말하고 이에 다아시는 키스 한 번 하고 "다아시 부인", 또 키스 한 번 하고 "다아시 부인", 또 키스 한 번 하고… 하는 식으로 미국식으로 로맨스를 강화시킨 버전이다. 달달함을 위해 염장을 견딜 수 있다면 미국판 엔딩을 보는 것도 좋다. 참고로 한국 극장(韓國劇場)에서는 미국판 엔딩으로 개봉했다.
2005년판은 2014년 5월 31일 KBS에서 한국어 더빙으로 방영(放映)했다. 여기서에는 결말이 영국판 엔딩이다. 참고로 더빙판에선 성우진이 겨울왕국, 이누야샤, 닥터후 등지에서 저마다 인연(因緣)을 맺었던 사람들인지라 소연, 박지윤, 장민혁, 이장원, 홍시호, 김일, 설영범, 손정아 등 그쪽 성우개그가 꽤나 나왔다.
이 영화 개봉 1년 전 2004년에는 배경(背景)을 현대 인도로 옮긴 볼리우드 뮤지컬 풍의 신부와 편견(Bride & Prejudice)이 만들어졌다. 이 외에도 소설 '브리짓 존스의 일기'나 드라마 '오만과 편견 다시쓰기(Lost in Austen)' 등 많은 영화들과 드라마가 오만과 편견을 패러디했다. 혹은 2차 창작(創作)해서 만들어진 작품은 수도 없이 많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안 좋은 첫인상 + 질 나쁜 남자의 거짓말에 속아 남자주인공을 오해(誤解)했다가 풀려서 맺어진다는 줄거리부터 오만과 편견에서 따온 것이다. 그 남자주인공의 이름은 아예 마크 다아시, 캐릭터 성격도 다아시 그대로인데 원작의 다아시라기보단 BBC판의 콜린 퍼스 다아시에 더 가깝다. 이유는 작가 헬렌 필딩이 BBC 오만과 편견과 콜린 퍼스의 광팬이라서 영화판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아예 마크 다아시 역에 콜린 퍼스를 캐스팅했다. 소설판(小說版)에는 숫제 방송국 리포터가 된 주인공 브리짓 존스가 콜린 퍼스를 인터뷰하러 가서 일은 뒷전이고 팬심에 하악거리다가 개망신당하는 장면도 있다.
'오만과 편견 다시 쓰기(Lost in Austen)'은 2008년 영국 ITV에서 방영한 4부작 드라마인데 오만과 편견 소설에 푹 빠져 사는 (현실이 마음에 안 들어 도피(逃避)하는 성격이 짙다) 주인공 어맨다 프라이스가 자기 집 화장실에 책 속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발견하고 리지 베넷과 자리가 바뀌어 다아시와 사랑에 빠진다는 완전 노골적(露骨的)인 여성 독자들의 대리충족(代理充足) 판타지의 정점인 드라마다. 오만과 편견을 좋아하는 여성 팬들로 부터도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평을 들은 모양이다.
책이나 영화에는 안 나오는 리전시 시대의 생활에 대한 묘사(예를 들어 그 시절 양치질 방법이라든가), 그 시절 예법(禮法)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의 주인공이 온갖 사고를 다 치고 다니는 모습, 엘리자베스 베넷과 주인공의 위치가 바뀌는 바람에 소설의 사건들이 다 틀어져서 주인공은 그걸 원래 줄거리대로 돌려놓으려고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원작의 캐릭터들을 예상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뒤집어버리는 전개 등이 나름대로 깨알 같은 재미를 주기는 한다. 이 뒤집기 부분이 특히 대박 웃긴다.
빙리는 제인에게 반하는 게 아니라 주인공에게 관심(關心)을 표하고 그래서 주인공은 자기가 레즈비언이라고 뻥을 쳐서 빙리의 관심을 제인에게 돌려놓지만 일이 꼬여서 제인은 콜린스에게 시집가버리고 상심한 빙리는 술에 쩐 폐인(廢人)이 되어 자포자기로 리디아를 유혹(誘惑)해 도주한다. 그 결과 집안을 수습할 생각은 안 하고 넌더리만 내다가 이 꼴이 나버렸다고 생각한 베넷 씨는 빙리에게 결투 신청(決鬪申請)했다가 사고로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고 만다. 그래서 현대에서 머리까지 자르고 잘 적응(適應)하고 살고 있던 엘리자베스가 아버지를 보러 책 속으로 돌아와 다아시를 만났으나 원래 내용의 처음처럼 다아시가 오만무례(傲慢無禮)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해 풀 사이도 없이 자기는 현대가 더 좋다며 가버리고 다아시는 주인공과 해피엔딩한다.
캐서린 영부인이 주인공에게 와서 다아시와 헤어지는 조건으로 제인과 콜린스의 결혼을 무효화(無效化)시켜주고 콜린스는 신앙을 이유로 초야도 안 치르고 있었다. 당시 관념으로는 결혼 무효가 가능한 사유라고 한다. 제인은 콜린스에게서는 벗어났지만 이제 자기 평판은 땅에 떨어졌으니 어떡하면 좋냐고 울고 있는데 빙리가 나타나 자기랑 아메리카로 가자고 해서 이 커플도 해피엔딩한다. 베넷 부인은 주책스런 속물이지만 딸을 너무너무 사랑하기에 결국 캐서린 영부인 앞에서 딸 편을 들며 제대로 된 멋진 어머니 노릇도 하고 남편과도 화해(和解)한다. 그리고 아마 이 드라마가 오만과 편견 2차 창작들 중 가장 위컴이 괜찮게 나오는 작품일 텐데 위컴은 여자 꼬셔 한 몫 잡으려는 놈팽이가 아니라 조지애나 다아시가 오빠에 대한 반항심(反抗心)에 자신에게 들이대는 걸 거절(拒絶)하고 오히려 그녀를 위해 다아시에겐 진실을 숨기고 자기가 나쁜 놈이 되기로 한 개념남(槪念男)이다. 또한 캐롤라인 빙리는 레즈비언이다.
주인공이 빙리를 거절하려고 레즈비언이라고 뻥친 걸 빙리가 캐롤라인에게 말하고 캐롤라인 빙리는 그래서 주인공(主人公)에게 접근해 '나는 사회적 지위 유지를 위해 다아시와 결혼(結婚)할 필요가 있지만 그러고 나면 당신과 나 둘이서 열정(熱情)을 불태워보지 않겠느냐'는 작업을 건다. 막판에 위컴과 눈이 맞고 끝낸다. 레즈비언인데, 양성애자(兩性愛者)라든가, 연애감정보다는 서로 이득과 죽이 잘 맞는 친구(親舊) 같은 커플이 되는 걸 수도 있다. 여러 모로 원작보다 좋게 나온 여러 캐릭터들 가운데 끝까지 구제(救濟) 못 받은 건 콜린스 정도이다.
2013년 BBC에서 펨벌리에 살인사건(殺人事件)이 일어났다는 설정으로 만들어진 시퀄 드라마 '데스 컴스 투 펨벌리(Death Comes to Pemberly)'를 제작, 방영했다. 오리지널 제작은 아니고 P. D. 제임스의 소설이 원작이다. 오만과 편견에서 6년 후 펨벌리에서 개최하는 무도회를 앞두고 원작소설(原作小說)에도 등장해 리디아와 어울리던 캡틴 데니라는 캐릭터가 살해당해 그 용의자로 위컴이 지목되고 위컴은 다아시의 동서이니 그가 유죄판결(有罪判決)이라도 받았다간 펨벌리와 다아시 가문의 명예까지 땅에 떨어질지도 모를 상황에서 다아시, 엘리자베스, 조지애나 등이 얽힌 갈등과 진범(眞犯) 찾기 추리가 주요 줄거리이다. 원작에선 얄팍했던 위컴과 리디아 부부 캐릭터에 입체감(立體感)을 넣어주려는 시도도 있다. 그래봤자 민폐 커플이지만 원작의 로맨틱한 면보다는 원작이 마냥 로맨틱하고 달달한 이야기라는 건 아니지만 계급사회와 현실적(現實的)인 부부 갈등에 초점을 맞춘 좀 차가운 톤의 드라마라 캐스팅도 미화가 덜 되어있어 배우들의 외모를 키이라 나이틀리나 콜린 퍼스와 비교하면 좀 실망(失望)할 수도 있다. 원작소설의 작가 P. D. 제임스가 범죄 스릴러, 디스토피아 장르를 주로 다루는 작가라 그 성향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
2012년 펨벌리 디지털이라는 웹 프로덕션 컴퍼니에서 소설을 현대로 옮겨 각색한 '리지 베넷 다이어리(lizzie bennet diaries)'를 제작했다. 한 편이 5분 내외인 웹 드라마 형식(形式)으로 12년 4월 9일부터 13년 3월 28일까지 약 1년간 유튜브에 연재되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이 블로그용으로 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린다는 컨셉이다. 엘리자베스는 대중 전달(大衆傳達; 매스 커뮤니케이션) 전공의 대학원생(大學院生)이고, 다아시는 미디어 회사 펨벌리 디지털의 CEO인 설정으로 현대화되었다. 캐릭터들이 현대화(現代化)되며 생긴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差異點)이라면 역시 찰스 빙리가 성이 '리'고 이름이 '빙'인 동양계(東洋系) 미국인 '빙 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원작에서는 답 없는 성격으로 나와 위컴과 결혼하게 되는 리디아를 훌륭히 재해석해서 매력적(魅力的)인 인물로 조명하고 샬럿이 콜린스의 청혼을 받는 장면을 직업 제안(職業提案)을 받는 장면으로 바꾸는 등의 각색을 했다. 이러한 차이점(差異點)은 오만과 편견의 시대와 현대 시대의 차이로 인해 와닿지 않았던 부분들을 독자 내지 시청자들에게 효과적(效果的)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고 이런 부분 때문에 오만과 편견을 읽은 팬들은 각색 부분에 대해 대체로 호평(好評)한다. 시대가 현대이니만큼 커플들이 결혼하지 않고 연애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다만 리디아와 위컴은 당연하게도 이어지지 않는다. 위컴이 리디아와 도망(逃亡)치려 했던 장면이 둘의 섹스 테이프를 팔았던 것으로 바뀐 점이다. 또 그 테이프를 공개하려 했던 사이트를 리디아가 알아버린 점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이어질 가능성(可能性)은 없던 커플이었다.
패러디 소설로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가 있다. 표지(表紙)의 띠지를 벗겨보면 깜놀이다. 완전히 고어다. 한국 번역의 질이 낮고 영화화(映畫化)했지만 흥행(興行)하지는 못했다.
이렇게까지 사골로 우려 먹히는 건 역시 각색물(脚色物)을 너무 자주 내놓을 수는 없지만 하늘을 찌르는 인기를 그냥 내버려두긴 아깝기 때문이다. 꽤 호평을 들은 2005년 영화판(映畫版)을 제작할 때도 이미 잘 만든 드라마판이 있는데 뭘 하러 만드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아마 제작자(製作者)들은 제인 오스틴이 요절해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만한 장편소설(長篇小說)을 여섯 편밖에 안 남겼다는 게 천추의 한(恨)일 듯하다.
카드 게임으로도 나와 있다. 이름하여 쫌"미스터 다아시와 결혼(結婚)하기(Marrying Mr. Darcy)"이다. 플레이어들이 본작(本作)에 등장하는 결혼 가능한 여성들 캐릭터 카드를 하나씩 뽑고 자질(資質) 카드를 뽑음으로 원하는 남성 캐릭터에게 프로포즈 받을 수 있는 스펙이 되든가 노처녀로 늙든가…라는 것이 주 내용인데 상황(狀況) 카드를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스펙을 맞춰놓고도 스캔들에 휘말려 결혼 못 하는 사태 등등이 백미(白眉)이다. 2인으로 진행하는 연극(충무아트센터, 2019)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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