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글에 인용을 사용하여 문장으로 만들기
인용문을 활용해서 실제로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이것은 어떤 종류(種類)의 글을 쓰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작품이나 논문 또는 책 등을 소재(素材)로 글을 쓸 때에는 자신의 글에 인용하고 싶은 부분을 컴퓨터에 3개 정도 입력(入力)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인용을 많이 하면 주객이 전도되어 자기 문장이 아닌 인용문(引用文)이 주가 되어버립니다.
내용(內容)이 서로 다른 3가지 인용문을 고르는데 읽는 사람이 그 인용부분만 읽어도 만족(滿足)할 만큼 흥미로운 것을 고르는 것이 비결(祕訣)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인용구에서 독자의 시선을 끌 만한 주된 개념(槪念)을 이끌어 냅니다. 즉 인용문을 핵심으로 3개의 주요 컨셉을 완성합니다. 그런 다음 그 3가지를 연결하는 문장을 간단히 메모합니다. 이것이 나중에 생각을 정리(整理)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3개의 인용구를 연결(連結)하면 글이 술술 잘 풀릴 것입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쓰려고 하면 중압감(重壓感) 때문에 무엇을 써야할지 난감(難堪)해집니다. 새하얀 원고지가 눈앞에 있으면 누구든지 강박관념(强迫觀念)에 시달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인용문을 중심으로 미리 조금씩 메모를 해두면 어느 정도 준비(準備)한 문장이 있으니까 양적으로 어느 정도 진척(進陟)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러한 안도감(安堵感)은 글을 쓰는 추진력(推進力)이 됩니다.
흔히 ‘인용(引用)’하면 다른 사람의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용구는 글쓴이 자신이 쓴 문장이 아니지만 그 부분을 선택(選擇)함으로써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나타낼 수 있습니다. 또 글쓴이의 문장만 늘어놓으면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반복(反復)해서 쓰게 되기 때문에 읽는 사람은 싫증이 납니다. 글쓴이 역시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발산(發散)하기만 하면 공부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부한 문장을 남발(濫發)하기 일쑤입니다. 자신의 언어와 문장으로만 표현한다고 해서 반드시 독창적(獨創的)인 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사실 우리가 ‘자신의 말’이라고 믿고 있는 말이나 문장은 지금까지 누군가가 많이 사용해온 말입니다. 말 그 자체로 독창성을 나타내는 일은 어지간히 재능이 있는 시인 같은 사람 외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좋습니다. 결국 독창성(獨創性)은 언어 그 자체에 있지 않고 내용에 있습니다. 인용문(引用文)을 사용함으로써 그 인용문의 문맥(文脈)과 자신의 문맥이 배합되어 또 다른 의미가 발생하고 독창성이 탄생합니다. 인용문을 어떻게 조화롭게 문맥 안에 넣느냐에 따라 글쓴이의 개성(個性)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독자에게 흥미로운 글은 새로운 깨달음과 재미를 자극
인용할 때 내용이 서로 비슷한 것들을 나열(羅列)하면 독자를 그다지 자극시키지 못하므로 주의합니다. 독자에게 흥미로운 글은 무언가를 깨닫도록 도와주고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흥미(興味)로운 글을 읽으면 그때까지 머릿속에서 서로 연결되지 않았던 것이 어느 순간 이어집니다. 이렇게 독자에게 자극(刺戟) 받을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글쓰기의 묘미(妙味) 중 하나입니다.
머릿속에서 서로 연결되지 않았던 것들이 전파를 통하면서 서로 연결되는 듯한 쾌감이 독자들이 갖는 ‘깨달음의 기쁨’입니다. 순간 글쓴이는 독자에게 ‘아, 그랬었구나!’하는 터득의 기쁨을 줄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서로 상관(相關)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서로 통할 것 같은 예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깨달음의 순간(瞬間)입니다. 뇌 속에서 선이 연결되는 순간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대개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것들을 잘도 찾아내서 듣는 사람에게 ‘아아, 그렇구나!’하는 깨달음의 기쁨을 안겨줍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는 그것들이 어떤 상관이 있는지 느긋하게 생각할 수는 없지만 글로 쓸 경우에는 찬찬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 그 연결선(連結線)이 명확해지므로 글 쓰는 훈련은 끈질긴 사고력(思考力)을 길러줍니다.
처음에는 글쓰기를 통해 서로 무관(無關)해 보이는 것들을 연결시키겠다는 의식(意識)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것들이 서로 연관(聯關)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독자도 ‘아 이것과 그것이 상관있었다니! 흥미롭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때까지 머릿속에 분리(分離)되어 있던 것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전류(電流)가 흐르는 듯한 짜릿한 쾌감(快感)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글 쓴 사람이 깨달음의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독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해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을 통해 독자가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다면 그다지 읽을 만한 가치(價値)가 없는 글입니다. 새로운 사고방식(思考方式)이나 표현을 창조해내기는 매우 힘듭니다. 하지만 이미 존재(存在)하는 것을 다른 각도에서 연결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논리(論理)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요약(要約). 적요(摘要). 대략(大略). 개요 능력(槪要能力) 기르기
문장이 잘 연결되는 키워드를 설정하고 습관적으로 메모
학교에서 수업(授業)할 때 작문 과제를 내주면 곧바로 쓰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초등학교나 대학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글을 쓰면 틀림없이 얼마 못 가서 막히게 됩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우선 무엇을 쓸 것인지 메모해야 합니다. 메모하는 습관(習慣)이 없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냥 갑자기 쓰기 시작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나중에 사회에 진출해 회사에서 기획안(企劃案) 같은 것을 써야하는 상황이 닥치면 매우 난감(難堪)해 합니다.
한 줄을 쓰면서 그 다음에 무엇을 써야 할지 생각하면 문장이 잘 연결(連結)되지 않고 도중에 막혀버립니다. 결과적(結果的)으로 시간이 더 걸릴 뿐만 아니라 내용이나 글의 취지(趣旨)도 확실치 않게 됩니다. 그러므로 글을 쓰기 전에는 우선 키워드를 설정(設定)한 뒤에 메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소재가 무엇인지를 명확(明確)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재미없고 내용(內容)도 없는 글을 쓰게 됩니다.
누구든지 중요하다고 생각할 만한 핵심(核心)을 파악함과 동시에 자신이 흥미롭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내면 자신만의 색은 저절로 표출(表出)됩니다. 요컨대 그 키워드를 기초로 전체 글을 구성하고 자신의 독자성(獨自性)도 표현해나가면 더욱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프로 작가 중에는 아무런 계획(計劃) 없이 갑자기 글을 쓰기 시작하고 도중에 영감(靈感)을 얻어 계속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글쓰기에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재능(才能) 있는 작가라도 장편소설(長篇小說)을 쓰기 전에 전체적인 구성(構成)을 꼼꼼히 기록합니다.
예컨대 도스토예프스키도 장대한 소설을 쓰기 전에 그 구성을 세밀(細密)하게 정리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소설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단편소설을 쓸 때는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장편소설인 경우에는 아무리 프로 작가일지라도 이런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장편소설을 쓴다는 것은 무모(無謀)합니다. 하물며 일반인이 원고지 10장 분량의 글을 아무런 계획 없이 쓴다면 과연 그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그런데 글쓰기를 말하기의 연장선 정도로 안이(安易)하게 생각해서 사전에 전체적(全體的)으로 구성하는 필수 작업을 경시(輕視)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곧 구성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면 아무리 연습해도 문장력(文章力)은 향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키워드를 설정하는 것이 그러한 구성력(構成力)의 전제조건입니다.
글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요점을 전달하는 메모 요령
학생이나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쓰는 리포트나 논문, 보고서, 기획서 등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상대에게 전달해야 하는 글입니다. 따라서 요점(要點)을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합니다. 즉 글이 하나의 건물이라면 거기에는 당연히 토대(土臺)가 필요합니다. 그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메모입니다. 우선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모든 재료를 종이 위에 꺼내 놓는 것이 첫 번째 작업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따른 세부사항(細部事項)도 생각날 때마다 수시로 메모합니다.
다른 사람이 정해준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주제(主題)로 글을 쓸 때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했다면 일단 그것에 대해 일정한 형태로 정돈(整頓)해둡니다. 즉 문장제목(文章題目)뿐만 아니라 소제목까지도 메모해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글을 쓰다가 막혀도 처음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글을 쓰지 않고 방치(放置)해두어도 한 달 후나 두 달 후에 그 메모만 보면 그때의 생각이나 절차(節次)가 되살아납니다. 즉 언제든지 글을 다시 쓸 수 있습니다. 결론적(結論的)으로 글을 작성하는 중간에 생각이 백지(白紙)가 되어버리지 않도록 시작 단계에서 글을 면밀(綿密)하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제를 전개해나갈 성격이 다른 세 개 키 컨셉을 만들기
가령 어떤 주제(主題)로 하나의 논문을 쓴다고 가정(假定)해봅니다. 먼저 메모 중에서 꼭 사용할 빨간 부분과 내 의견이 적힌 녹색 부분을 봅니다. 그것을 참고(參考)하여 주제를 전개해나갈 키 컨셉(concept)을 만듭니다. 메모된 많은 항목(項目) 중에서 키 컨셉을 3가지로 좁히는 것입니다. 원고지 한 장에서 다섯 장 분량(分量)의 짧은 글을 쓰겠다면 키 컨셉은 하나만 있어도 됩니다. 그러나 10장 이상의 글을 쓸 때는 그것만으로 부족(不足)합니다. 한편 키 컨셉은 각각 다른 것을 3개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키 컨셉 3개를 연결하는 논리를 구축(構築)해 나가야 합니다. 이때 자신의 생각은 점점 더 분명(分明)해집니다. 그래서 생각하는 힘이 필요하고 또한 그 힘이 점차 향상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개성(個性)도 표출됩니다.
요컨대 3개 키 컨셉은 그 문장 전체를 구성(構成)하는 3개의 다리입니다. 그런데 만약 키 컨셉들이 너무 비슷하면 다리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안정적(安定的)인 형태가 되지 못합니다. 서로 적당히 떨어진 3개의 다리를 세워서 글의 중심(中心)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완벽한 정삼각형(正三角形)이 아니더라도 3개 키 컨셉 종류(種類)가 서로 다르면 각각의 거리가 멀어서 안정적(安定的)입니다. 삼각형으로 되어 있는 의자나 테이블이 다리 간의 거리가 서로 멀수록 안정적이듯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키 컨셉이 완전히 다른 것일수록 완성도(完成度)가 높은 글이 됩니다.
만일 키 컨셉이 두 개밖에 없는 경우에는 그것이 직선(直線)으로 연결되어 버립니다. 그러면 키 컨셉 간의 논리(論理)가 동일한 것처럼 보이고 독창성(獨創性)도 살지 않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리가 두 개만 있는 의자를 연상(聯想)해본다면 그것이 얼마나 허술할지를 알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3개 키 컨셉을 연결해야 좀 더 구성력(構成力)이 있고 독창적인 글이 됩니다.
만담 중에 산다이바니시(桑达伊巴尼什; 관객이 내는 제목 3개로 즉석에서 일장의 만담을 만들어내는 만담의 일종)라는 것이 있습니다. 서로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3개의 단어나 소재(素材)를 가지고 하나의 스토리를 만드는 재미있는 놀이입니다. 이 놀이를 하는 데는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즉 쓰는 사람의 개성(個性)이 자연스레 드러납니다. 그래서 출판사(出版社) 같은 곳의 입사 시험에 자주 출제(出題)됩니다.
이렇게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인 3개의 주제나 키 컨셉을 연결하는 데에는 저자의 역량(力量)과 독창성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근성(根性)’과 ‘기력(氣力)’ 그리고 ‘의욕(意欲)’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제시(提示)하고 글을 쓰게 했다고 가정합니다. 이 3개의 단어는 의미상 거의 비슷해서 글을 폭넓게 쓸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3가지로 글을 쓰면 글의 구성이 안정적이지 않으며 내용상으로도 하나의 정신론(精神論)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 쉽습니다. 한편 ‘마음’과 ‘기술’과 ‘몸’이라고 키 컨셉을 설정하면 3개가 완전히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간단히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사람마다 키 컨셉을 연결하는 방법도 전혀 달라지고 나아가 신선(新鮮)하고 가치 있는 글이 탄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글의 방향성을 좌우지하는 키 컨셉을 이정표로 정하기
키 컨셉을 확실히 정해두면 글쓰기가 쉬워집니다. 그 키 컨셉을 기본으로 다른 요소들을 연결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이야기가 도중에 다른 곳으로 흘러도 키 컨셉으로 되돌아오면 되므로 잘 정돈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이정표 없는 길을 갈 때에 얼마나 헤맬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글의 내용이 지리멸렬(支離滅裂)해져서 읽어봐도 도대체 무엇에 대해 쓴 것인지 알 수 없다면 곤란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키 컨셉은 테마나 주제(主題)와는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환경문제(環境問題)에 관해 쓸 경우 ‘환경문제’는 테마이지 키 컨셉은 아닙니다. 키 컨셉은 환경문제에 관해 자신이 궁극적으로 쓰고 싶은 말입니다. 일단 그 키 컨셉을 정하면 어느 정도 글의 모양새가 잡힙니다. 따라서 키 컨셉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따라 글의 방향성(方向性)이 좌우됩니다. 예를 들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진국(先進國)과 개발도상국의 경제 격차(隔差)를 해결해야 한다는 키 컨셉과 ‘미국의 독단성(獨斷性)이 환경문제 해결에 큰 장해가 된다’는 키 컨셉은 글의 방향성이 전혀 다릅니다. 전자가 경제적인 차원에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이라면 후자는 정치나 문화적인 차원의 해결법(解決法)입니다. 그러므로 키 컨셉이 참신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에서 키 컨셉을 찾는 것이 글쓰기의 첫걸음입니다.
문장 골격과 근육을 만들어주는 레쥬메는 글의 설계도
키워드나 키 컨셉을 메모한 다음에는 레쥬메를 작성(作成)합니다. 이것을 글쓰기 전 단계로 글의 구성이나 글 안에 들어갈 항목 등을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반드시 이 레쥬메를 작성해야 합니다. 레쥬메를 만들 때는 각 항목(項目)마다 무엇을 대해 쓸 것인지 100자 이하로 미리 적어둡니다. 이렇게 해두면 나중에 본격적(本格的)으로 글을 쓸 때 많은 도움이 되며 전체적(全體的)으로 보았을 때에도 내용을 쉽게 파악(把握)할 수 있습니다. 레쥬메를 사용해서 장과 절을 나눌 곳을 생각한 다음 항목을 재배치(再配置)하면 글을 쉽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전체적인 구성(構成)을 보면 어느 부분을 더 많이 써야할지 알 수 있습니다.
레쥬메를 글쓰기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글쓰기의 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레쥬메가 완성되면 글쓰기의 골격(骨格)과 기본적인 근육(筋肉)이 다 만들어집니다. 그런 다음 나중에 거기에 살을 붙여주면 됩니다. 살이란 내가 글에 넣고 싶은 자료들입니다. 레쥬메의 작성으로 어떤 자료를 어느 목적에 사용할지 이미 파악한 상태(狀態)이므로 자료도 더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무작정 자료를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그 자료를 쓰지도 못하게 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레쥬메를 만들어놓으면 한정(限定)된 범위 안에서 자료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자료의 어느 부분이 필요한지도 명확(明確)해집니다.
예전에 NKK방송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던 적이 있습니다. 나는 다큐멘터리 방송하면 일단 영상을 되도록 많이 찍은 후에 그 영상을 재구성(再構成)해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에서는 처음부터 구성을 철저히 하고 거기에 맞추어서 영상을 촬영(撮影)하는 방법을 쓰고 있었습니다. 물론 프로그램의 내용에 따라 제작방법(製作方法)도 여러 가지 있겠지만 처음에 제대로 계획(計劃)해놓으면 쓸데없는 영상을 촬영할 필요 없이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다큐멘터리 제작이 논문(論文)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테마가 잘 나타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꼼꼼히 계획하는 작업(作業)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어떤 것을 제작할 때의 기본단계(基本段階)입니다.
전체를 확인할 수 있는 설계도를 만들어 긴 글을 쓰는 훈련
글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키워드를 찾아서 각각의 키워드에 대한 요점(要點)만을 미리 짧은 문장으로 적어둡니다. 그러면 일단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설계도(設計圖)가 만들어집니다. 다음으로 그 빈틈을 채워나가듯이 구체적(具體的)인 자료를 넣는 작업을 합니다. 나중에 삭제(削除)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생각나는 문장을 있는 대로 다 입력(入力)합니다. 그러면 양적으로 점점 풍부해집니다. 즉 처음에 구성단계(構成段階)에서는 짧았던 글을 점점 늘려나가는 것입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글을 길게 쓰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생각난 것이나 마음속에 떠오른 것을 자꾸 적어나가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에는 생각나는 대로 쓰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체적인 구성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 대신 자기가 가진 사고의 생명력(生命力)을 바탕으로 추진해나갑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나중에 글을 다시 정리(整理)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전자는 양적으로 점차 더욱 늘리는 것에 비해 후자는 다 쓴 후에 줄여가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후자의 경우는 생각나는 대로 중구난방(衆口難防) 적어놓은 글이기 때문에 마무리를 잘하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사실 글을 쓸 때 갑자기 생각난 것을 그대로 적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컴퓨터가 대량으로 보급(普及)된 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면 종이 위에 글을 직접 쓰는 것보다 간단해서 자기도 모르게 장황(張皇)한 글을 쓰기 마련입니다. 그런 식으로는 좋은 글을 쓸 수 없습니다. 물론 컴퓨터를 이용(利用)해서 누구나 손쉽게 글을 쓸 수 있게 된 일은 반가운 일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쓰기’하면 원고지에 제대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너무 긴장(緊張)해서 한 줄도 쓰지 못한다든지 썼다가 찢어버리는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傾向)이 있었습니다. 글쓰기를 두려워하면 글쓰기 훈련(訓練)을 하기도 전에 포기(抛棄)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컴퓨터 덕분에 큰 두려움 없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어서 글의 양을 조절(調節)하는 훈련을 하기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글쓰기에서 분량을 자유자재(自由自在)로 조절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삼는 것이 문장력 향상(向上)의 지름길입니다. 글을 잘 못 쓰는 이유는 대부분 긴 글을 쓰는 훈련(訓練)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글을 길게 쓸 수 있는 사람은 쓰다가 도중(途中)에 막히거나 하지 않습니다. 일단 목표(目標)량만큼 글을 쓴 다음에 편집(編輯)을 통해 양을 줄입니다. 그런 다음 글의 수준(水準)을 끌어올리는 훈련에 들어갑니다. 즉 원고지 10장 이상의 글을 쓴 후에 글의 내용과 질적(質的)인 면을 신경 쓰면 됩니다.
내 직업은 논문(論文)이나 책을 쓰는 일이 아닙니다. 그저 취미(趣味)로 글을 쓸 뿐입니다. 그런데 나는 일단 글을 쓸 때 무척 뜸을 들이는 타입인지라 첫 줄을 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간혹 장문(長文)을 쓸 때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苦悶)에 빠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일 년 동안 거의 아무것도 쓰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처음부터 거창(巨創)한 것을 쓰려고 하다 보니 너무 긴장(緊張)해서 쉽게 글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큰 그림을 한 번에 다 그리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일단 작은 그림을 많이 그려서 그것을 연결(連結)해자는 방법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장문을 한꺼번에 다 쓰려는 무모(無謀)한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이것도 글쓰기의 비법(祕法)이라면 비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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