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인정했다. 아직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공기 전파 가능성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다는 판단이다. 국내 방역당국도 공기 전파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가능성이 있더라도 마스크만 잘 착용한다면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기 전파란
공기 전파는 바이러스가 미세한 입자(에어로졸) 상태로 공기 중에 머물면서 2m 이상 먼 거리까지 퍼지며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는 방식을 통해 일어난다. 결핵균과 홍역바이러스가 대표적으로 공기 중 전파되는 병원체다. 반대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공기에서는 생존하지 못하는 병원체다. 공기 전파가 가능하다는 것은 감염자와 바로 옆에 있었던 사람 외에 식당이나 영화관, 기차 칸, 학교 교실 등 같은 공간 안에 있었던 사람이면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몸이 아닌 바깥 환경에서 많이 이동을 하거나 살아남을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방 하나를 가로질러 퍼질 수 있으며 바깥 환경에서도 3시간까지 살아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로졸은 침방울과 무엇이 다른가
흔히 코로나19는 침방울(비말)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내 방역당국을 포함해 전 세계 방역당국과 WHO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내뿜는 침방울을 통해 코로나19가 주로 전파된다고 보고 있다. 공기 전파는 바이러스가 미세한 입자(에어로졸) 상태로 공기 중에 머물면서 병이 퍼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에어로졸과 침방울은 동일한 개념이다. 에어로졸이 침방울이고, 침방울이 에어로졸이다.
다만 에어로졸과 침방울은 그 크기에서 차이를 보인다. 과학자들은 지름이 5 미크론(μ∙ 100만분의 1미터) 이하의 침방울을 에어로졸이라고 부른다. 적혈구의 직경이 약 5 미크론 정도고, 사람의 머리카락이 약 50 미크론 정도다. 문제는 에어로졸은 기침이나 재채기 없이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숨을 쉬거나 노래를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도 에어로졸이 방출된다. 다만 에어로졸은 그 크기가 작아 담을 수 있는 바이러스 양이 한정돼 있다. 에어로졸이 가진 감염력이 얼마인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19의 공기전파 논란이 재점화된 이유
그간 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는 주요 경로로 침방울을 언급해왔다. 공기 전파는 5미크론 이하의 비말을 생성시키는 의료시술이나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에게 삽관하는 등 일부 의학적 상황을 제외하고 공기 전파를 암시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공기 감염의 가능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의 경우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나온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 다른 이를 전염시킨 사례는 없었다. 공기전파의 가능성 여부를 두고 권위있는 과학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와 '네이처'도 엇갈린 입장을 내비쳤다. 사이언스는 지난 4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숨쉬는 것만으로도 전파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고, 네이처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로 전파될 수 없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한 차례 이런 소동이 벌어진 뒤 코로나19 감염자의 급격한 증가와 새로운 증상 및 후유증이 발견되며 공기전파 논란은 잠잠해졌다. 관련 논란은 지난 4일 전 세계 32개국 과학자 239명이 코로나19가 공기 전파를 통해 퍼질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WHO에 보내며 다시 시작됐다. 이들은 코로나19는 공기 전파가 가능하기에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수정해야한다고 촉구했다. WHO는 이날 공기 전파에 대한 증거를 모으는 데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공기 전파 가능성 낮추려면 마스크 꼭 쓰고 실내 환기 잘 해야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선 사람 간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고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공기 전파가 가능할 경우 이 두 가지 방법으론 충분치 않다. 마스크 착용과 실내 환기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공기 전파와 관련해) 방역수칙에서 강조했던 것은 환기”라며 “특히 창문을, 문과 창문을 개방해서 맞바람이 칠 수 있는 그런 자연환기를 수시로 시키는 것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공조시설을 통해서 환기를 하지만 이럴 때는 실내 오염된 공기가 재순환되지 않게 밖에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올 수 있게끔 공조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밀폐된 환경을 피하는 것도 이러한 위험을 줄이는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에 대한 부분들도 이런 부분들을 일정 정도 예방해줄 수 있기 때문에 생활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하다”고 밝혔다. |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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