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 지옥이 된 바다 1부]
②늙은 어부의 고백
하와이 몽크물범 괴롭힌 범인 추적기
모든 증거가 한중일 어민들을 향했다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피 흘리는 바다거북, 뱃속에 찬 쓰레기 탓에 죽은 향유고래. 먼바다 해양 생물들의 비극은 뉴스를 통해 잘 알려졌죠. 우리 바다와 우리 몸은 안전할까요? 한국일보는 3개월간 쓰레기로 가득 찬 바다를 찾아 다녔습니다. 동해와 서해, 남해와 제주에서 어부와 해녀 63명을 만나 엉망이 된 현장 얘기를 들었고, 우리 바다와 통하는 중국, 일본, 필리핀, 미국 하와이를 현지 취재했습니다. 지옥이 된 바다. 그 가해자와 피해자를 추적했습니다.
미국 하와이 카우아이섬의 포이푸 해변 모래사장에 누워있는 몽크물범. 보통 오전 7시부터 해 질 녘까지 자는 야행성이다. 멸종위기종인 이 동물은 외모와 행동이 귀여운 데다 영적인 존재로 여겨져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하와이=원다라 기자
시커먼 사체 한 구가 하와이 해변 위로 떠밀려 왔다. 지난해 1월 27일 늦은 저녁, 미국 연방정부 직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해 ‘SOS’를 요청했을 때 하와이대 교수 크리스티 웨스트(50)는 조금의 감정 동요도 없었다. 죽은 몸뚱이를 보는 일에 이골이 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날 하와이제도 북단의 카우아이섬 리드게이트 해안에서 사체를 마주했을 때 경험 많은 부검 전문가인 그조차 묘한 떨림과 두려움을 느꼈다. 그곳에는 길이가 6층 아파트(17m)만 한 수컷 향유고래가 배를 드러낸 채 누워 있었다.
‘이 거대한 생명체는 왜 죽었을까.’
몸길이가 17m에 달하는 거대한 수컷 향유고래 한 마리가 2023년 1월 27일 카우아이 해안에 죽은 채 밀려왔다. 굴삭기 몇 대가 동원돼야 할 만큼 무거웠다. 부검을 맡은 하와이대 고래 좌초 연구소 연구팀은 바이러스 탓에 죽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배를 갈라보니 전혀 다른 이유가 발견됐다. 미국해양대기청
뚜렷한 외상이 없고 노쇠하지도 않았다. 아마도 요즘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걸렸을 것으로 추측했다. 고래 몸에 칼끝을 푹 찔러 넣어 체내 가스를 빼낸 뒤 피부와 두꺼운 지방층부터 벗겨내고는 근육을 가르자 내장이 드러났다. 웨스트의 예상이 빗나갔다. 장기에서는 바이러스 감염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풍선처럼 부푼 위에 소화시키지 못한 생선과 오징어가 남아 있었고, 대장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똘똘 뭉친 낡은 그물 더미 등 폐어구로 가로 막혀 있었다. 죽기 직전 극심한 복통을 앓았던 것이 틀림없었다. 웨스트는 15시간의 부검을 마친 뒤 함께 참여한 30여 명의 동료들에게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인은 위장 폐색(장이 막혀 음식물과 소화액 등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질환)으로 보입니다.”
향유고래 사체 배 속에서 발견됐던 먹장어 통발 등 폐어구 더미. 사진에 담긴 건 실제 발견된 쓰레기 중 극히 일부다. 원다라 기자
18년 동안 대형 향유고래만 15마리나 부검해 온 그에게 나일론 그물이나 낚시줄, 비닐봉지 따위의 플라스틱 제품을 체내에서 발견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고래 배 속은 해저 상황을 축소해 보여준다. 입을 쩍 벌리고 들어오는 건 닥치는 대로 삼키는 습성 때문이다. 향유고래가 죽으며 남긴 '다잉메시지(살해당한 대상이 마지막 순간에 남기는 힌트)'는 명확했다. 자신들이 사냥터로 삼아온 태평양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탓에 소화불량에 걸린 지 오래이며, 피해 동물들이 계속 나올 것이라는 경고였다.
더욱 불길한 신호는 플라스틱이 위장관을 막은 게 폐사한 고래의 직접 사인으로 밝혀지기는 처음이라는 점이다. 2~3m 길이의 대왕오징어와 상어까지 먹어 치우는 54톤짜리 거대 고래가 이 작은 쓰레기들 탓에 죽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고래를 죽음으로 몰고간 쓰레기 중 웨스트와 동료들의 눈에 유독 띈 건 끝이 뾰족한 6개의 검은 빗살무늬 고깔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원뿔 모양의 플라스틱이 향유고래가 유영할 때 장기를 콕콕 질렀을 것이다. 웨스트는 순간 동료 해양생물학자인 칼 버그(80)가 어렴풋이 들려줬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유명 해변에 고래 사체가 떠내려왔다는 소식은 하와이에서 제법 큰 뉴스거리였다. 환경보호단체인 서프라이더 재단의 수석 과학자 칼 버그 박사는 TV 화면을 통해 고래 배 속에서 나왔다는 쓰레기들을 유심히 살폈다. 순간 검은 고깔이 보이자 긴 한숨을 내뱉었다. 자신이 벌써 수년째 발원지를 추적하던 물건이었다.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향유고래마저 죽이다니…”
본지 원다라 기자가 지난 7월 하와이 카우아이섬의 해변에서 검은 고깔 등을 주워 자루에 담고 있다. 하와이=원다라 기자
검은 고깔은 이미 하와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그만큼 흔한 쓰레기였다. 실제로 기자가 7월 2일 환경단체 직원들과 함께 카우아이섬의 동쪽 해변을 30분쯤 걸었더니 버려진 고깔 9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매달 제주도보다 조금 작은 이 섬에서만 120개의 고깔이 수거된다. 버그가 말했다.
“2017년부터 정체 모를 플라스틱 원뿔이 해변에 급증했죠. 주민들도 처음엔 그저 흔한 폐기물 중 하나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그런데 그놈이 하와이의 상징을 공격한 거죠.”
그가 말한 ‘상징’은 하와이 몽크물범이다. 몸 길이가 2m, 몸무게는 150㎏을 훌쩍 넘지만 눈을 끔뻑이며 짧은 앞지느러미로 몸을 벅벅 긁는 모습이 귀여워 사랑받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조상의 영혼이 물범에 들어가 있다고 믿을 정도로 영물로 여긴다.
하지만 물범들이 길쭉한 주둥이에 검은 고깔이 꽉 껴서 굶어죽을 뻔하다가 가까스로 구조되는 일이 늘었다. 특히 새끼들이 당했다. 2020년까지 검은 고깔에 피해를 본 물범은 모두 열다섯 마리였는데, 이 가운데 열세 마리가 이제 막 어미 젖을 뗀 아기들이었다. 장난기 많은 새끼 물범은 바위 틈에서 먹이를 찾다가 검은 고깔을 발견하고는 이를 물어뜯으며 놀다가 다쳤다. 특히, 카우아이 해변에서 발견된 어린 물범의 사진 한 장은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고깔 탓에 입이 막혀 며칠을 굶었는지 겨우 숨만 붙어 있었다.
몽크물범은 지구상에서 언제 사라져도 이상할 게 없는 동물이다. 1,600마리만 남은 멸종위기종인 탓이다. 별 탈 없이 삶을 보낸다면 스물일곱 살까지 살 수 있지만 행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몽크물범이 성체(5세 이상)가 될 때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고작 50%다. 서프라이더 재단 직원인 스캇 맥커빈스(54)는 기자와 함께 카우아이섬의 포이푸 해변을 걷다가 검은 고깔을 발견하고는 집어 들며 말했다.
“물범을 사지로 내몬 이 고약한 놈이 어디서 왔는지 알아내기 위해 6년을 쫓았어요. 이제 거의 다 왔죠. 추적의 중심엔 버그 박사님이 있었습니다.”
하와이 몽크물범의 입에 장어통발 유도구가 끼어 있는 모습(왼쪽). 지역 동물구호단체와 수의사들이 이 물범들을 구조하고 있지만 이미 입 주변이 크게 다친 상태였다(오른쪽). 서프라이더재단 제공
미국 하와이주 카우아이섬 해안가 곳곳에는 검은 고깔이 널려 있다. 하와이=원다라 기자
하와이 생태를 평생 연구해온 버그는 주민들의 분노에 답해야 했다. 검은 고깔이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부터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하와이 어민들이 버린 쓰레기는 아닐까. 하지만 그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하와이섬과 미국 본토 뱃사람들은 그물과 낚시줄을 쓸 뿐 고깔 모양의 어구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버그는 시선을 해외로 돌렸다. 친분 있던 외국 학자들에게 사진을 공유해 의미 있는 답을 들었다. ‘바다에서 붕장어나 먹장어를 잡을 때 쓰는 통발 앞부분인 유도구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래도 의문은 여전히 남았다. 도대체 어느 지역에서 떠내려 왔는지 알 길이 없었다. 추적자들이 미궁에서 헤매는 사이 몽크물범의 피해는 계속 늘어갔다. 고깔 탓에 굶어죽는 물범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버그와 동료들의 어깨를 짓눌렀다.
턱이 없고 눈이 피부 속에 묻혀 있는 먹장어. 식품의약품안전처 유튜브 캡처
2021년 여름, 버그는 그날도 평소처럼 카우아이섬 해변에서 새로 수거해온 검은 고깔을 살펴봤다. 검은 껍질로 쌓인 무언가가 안에 들어 있었다. 홍합이었다. 해양생물학자의 눈에 이는 용의자를 크게 좁힐 결정적 단서였다. 홍합은 중국과 일본, 대만, 그리고 한국이 감싸고 있는 동중국해에서만 살기 때문이다. 통발을 활용한 붕장어와 먹장어 잡이가 동북아 4국에서 가장 활발하다는 기존 조사 결과와도 맞아 떨어졌다.
'그래, 태평양에 거대 쓰레기 지대(GPGP)가 있었지.'
순간 버그의 머릿속에 지명 하나가 스쳤다. GPGP는 동북아시아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하와이 방향으로 흘러가다가 태평양에 모여 쌓인 곳이다. 한국보다 15배(155만㎢)나 커서 '쓰레기섬'으로 불린다. 버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이 고깔도 동중국해에서 떠내려와 GPGP를 경유해 하와이까지 7,500㎞를 떠내려 왔다는 가설을 세웠죠. 문제는 동북아 국가 중 어느 나라에서 주로 왔는지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게 마지막 퍼즐이었죠."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인 '오션클린업'이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PGP)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쓰레기들. 좌측 상단에 장어 통발 유도구가 보인다. 오션클린업 제공
2020년, 지명수배 전단이 하와이 전역에 뿌려졌다. 전단에는 검은 고깔 탓에 고통스러워하는 몽크물범의 사진이 담겼다. 버그와 서프라이더 재단이 고깔 발원국을 찾기 위해 제작한 것이었다.
‘해안에서 검은 고깔을 발견한다면 우리에게 신고해주세요."
서프라이더 재단이 하와이 전역에 뿌린 장어통발 수거 요청 전단지. 서프라이더 재단 제공
하와이 주민들은 자기 일처럼 나섰다. 1년 만에 무려 5,286개가 모였다. 버그는 이를 모양별로 분류하며 실마리를 찾았다. 한참을 헤맨 끝에 한 고깔에 새겨진 영문자를 발견했다.
‘made in Korea’(한국에서 제조함)
바다 물살에 깎여 알파벳은 흐릿했지만 분명히 한국산 제품이었다. 버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글자가 새겨진 통발 136개를 추려 분석했는데 이 가운데 80% 정도에 한국의 통발 생산업체 이름이 한국어로 적혀 있었다. 심증이 커졌다. 하지만, 한국 어민들이 통발을 버린 범인이라고 단정하긴 일렀다. 한국업체가 해외에 수출해 외국 어민들이 사용했을 가능성도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일 기자가 찾은 미국 하와이주 카우아이섬의 쓰레기 처리장. 서프라이더 재단 활동가들이 해안가에서 수거한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한글로 '친환경 부표' '실용신안특허' 'OO산업' 등이 적힌 쓰레기가 많았다. 하와이=원다라 기자
기자도 범인 추적에 나섰다. 카우아이섬의 서프라이더 재단 쓰레기 분류장을 찾아갔더니,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가 적힌 부표 더미 옆에 먹장어 통발이 쌓여 있었다. 섬 동쪽 해안에서 봤던 검은 고깔과 같은 모양이었다. 부서지거나 쪼개지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이 섬까지 흘러온 통발만 544㎏ 자루 두 개를 가득 채웠다. 맥커빈스는 "하와이 전역에서 검은 고깔이 급증하기 시작했을 때 어떤 물건인지 몰라서 일단 모아둔 것"이라면서 "이제는 너무 많아져서 따로 분류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했다.
카우아이 해변에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향유고래가 떠내려온 지난해, 버그는 더 이상 책상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하와이 생태 전역이 검은 고깔의 공격에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와이의 미드웨이섬에 사는 거대한 새인 알바트로스 둥지 입구를 이 물체가 막고 있는 모습도 관찰됐다.
버그는 2022년 9월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그는 서울에서 한국 연구단체의 소개로 조력자인 대학원생 손어진(29)씨을 만났다. 손자뻘인 이 젊은 연구자는 먹장어잡이 실태를 파악하는 일을 도울 참이었다. 두 사람은 2023년 7월 한국에서 장어 통발 어선이 가장 많은 경남 통영으로 향했다. 그곳 풍경은 예상대로였다. 고기잡이 배들이 검은 고깔을 바다에 숱하게 뿌리고 있었다. 하와이 해변을 뒤덮은 고깔과 같아 보였다.
지난 5월 경남 통영 바다에서 조업 중인 한 먹장어잡이 어선이 장어통발을 바다에 던지고 있다. 환경 정책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손어진씨는 이 배에 선원으로 취업해 장어 조업 과정과 통발 유기·유실 과정을 꼼꼼히 살펴봤다. 손어진씨 제공
버그는 하와이로 돌아갔지만, 손씨는 올해 5월 선주들에게 간청해 직접 배에 올라타기로 했다. 어쩌면 우리 어민들을 위한 알리바이를 찾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지도 모른다. 어민들이 실수로 바다에 빠뜨리거나 고의로 버린 장어 통발이 수천㎞를 흘러 하와이 생태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주장은 믿고 싶지 않았다.
어렵게 승선한 먹장어 어선에서 조업 과정을 지켜보던 손씨의 마음은 착잡해졌다. 버그가 세운 가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선원들은 2,500개에 달하는 통발을 바다에 던졌다. 약 3시간 뒤 이를 끌어올려 통발 속에 갇힌 장어만 순식간에 빼냈다. 한 번 쓴 통발은 정리를 맡은 다른 선원에게 전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놓쳐 바다로 빠지는 일이 빈번했다. 모양이 망가진 통발도 여지없이 바다에 버려졌다. 손씨는 기자에게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의도치 않게 유실하는 통발도 있었지만 고의로 버리는 일들도 있었죠. 어민들은 새 통발을 써야 장어가 잘 잡힌다고 했어요. 한 번 쓰면 모양이 휠 수 있는데 그러면 장어가 벌어진 틈 사이로 빠져나가요. 특히 고깔 모양의 통발 유도구는 가격이 싸서 또 사면 되니까요."
일본과 중국 어부들도 엄청난 양의 장어를 잡는다. 만약 그들이 우리 업체가 만든 통발을 대량 수입해 썼다면 우리 어민들은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 마지막 가능성은 기자가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하와이에서 발견한 장어 통발 제조사 2곳에 연락해 '해외 수출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지체없이 답이 돌아왔다.
"아니요. 전혀 없어요. 국내에서만 팔았습니다."
결국 범인은 동북아 어민들이었다. 이 가운데 한국 어부들도 분명히 있다는 게 확인됐다. 버그의 연구와 한국일보 기자들의 취재를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바다에 버려지는 장어 통발은 해마다 400만 개에 달한다. 다만, 우리 어민의 책임으로만 몰아붙일 수 없는 측면도 있다. 버그는 "중국 어민들이 쓰는 장어 통발도 엄청나다고 알려졌는데 구체적인 통계는 알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통발이 어디서 흘러오는지 알아냈지만 하와이 생태 전문가들의 걱정이 줄어든 건 아니다. 동북아 어부들에게 "통발을 버리거나 흘려보내지 말라"고 강제할 방법이 없는 탓이다. 하와이에서 해양쓰레기 수거와 몽크물범 구조 활동을 하는 단체인 'PMDP'의 제임스 모리오카(36)는 "배타적 경제수역인 200해리(약 370㎞) 밖에서 흘러온 쓰레기는 법적으로 막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결국 동북아 국가 정부와 어민들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버그는 한국에서 만난 해양수산부 직원으로부터 "물에 녹는 생분해 통발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생분해 어구는 비싸서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어민들에게 통발을 버리지 말 것을 계도하고 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극적인 변화가 없다.
카우아이에서 만난 버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왜 하와이에서 벌어진 일까지 걱정해야 하느냐'고. 여든 살 해양생물학자의 답이 돌아왔다.
"해양 쓰레기 문제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딱 잘라 나눌 수 없어요. 우리가 태평양에 쓰레기를 버리면 해류를 타고 당신 나라로 흘러 갈 수도 있죠. 포유류인 고래와 몽크물범이 겪은 일은 언제든 인간에게도 닥칠 수 있어요."
그래픽=박구원 기자
■한국일보 특별취재팀
팀장 : 유대근 기자 취재 : 진달래·원다라·이서현 기자(엑설런스랩), 조영빈(베이징)·허경주(하노이)특파원, 한채연 인턴기자
사진 : 이한호·최주연·정다빈 기자
영상 : 박고은·김용식·박채원 PD, 제선영 작가, 이란희 인턴PD
※<제보받습니다> 한국일보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집중 취재해 보도해 나갈 예정입니다. 해양 쓰레기 예산의 잘못된 사용(예산 유용, 용역 기관 선정 과정의 문제 등)이나 심각한 쓰레기 투기 관행, 정책 결정 과정의 난맥상과 실효성 없는 정책, 그 외에 각종 부조리 등을 직접 경험했거나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면 제보(dynamic@hankookilbo.com) 부탁드립니다. 제보한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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