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다른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8일(현지 시간) 나왔다. 전날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더듬는 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표심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는 이날 미국 성인 2,648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민주당이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면 누구를 후보로 지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9%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을 택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을 택한 응답자는 30%였고 '잘 모르겠다'는 22%였다.
이에 비해 공화당 후보를 대상으로 한 같은 질문에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응답 비율이 44%로 가장 높았다. '다른 사람'은 38%, '잘 모르겠다'는 18%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전날 열린 첫 대선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직후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내내 쉰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고, 때로는 제대로 말을 끝맺지 못하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81세 고령에 따른 건강과 인지력 논란이 불거졌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후보 교체론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미국의 대표적 진보 매체인 뉴욕타임스(NYT)조차 후보 교체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NYT는 이날 '조국에 봉사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경선에서 하차해야 한다' 제목의 사설에서 "유권자들이 '바이든은 4년 전의 그가 아니다'라는 명백히 드러난 사실을 못 본 척할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2기 집권에 맞서 명확하고 강력하며 에너지 넘치는 대안을 제시할 준비가 더 잘 갖춰진 (다른) 민주당 지도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게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피터 부티지지 교통부장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 등이 대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미 대선 후보 교체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본인이 스스로 하차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론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민주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요건을 훌쩍 넘긴 상태여서다. 무엇보다 이제와서 후보를 바꾼다고 해서 대선 승리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그전에 바이든 대통령은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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