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에 대해 외국인을 혐오하기 때문에 경제가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는 이같은 발언을 두고 백악관이 해명에 나섰지만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에서는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각)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혐오 발언이 의도적이었는지, 일본에 사과할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미국이 이민자로 이뤄진 국가고 그것이 미국의 DNA임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답했다.
앞서 1일 바이든 대통령은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열린 모금행사에서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이유가 이민자 때문이라면서 "중국이 왜 경제가 그렇게 나빠졌나? 일본은 왜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나? 러시아와 인도는? 그들이 외국인을 혐오(xenophobic)하기 때문이다. 이민자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인 일본을 중국‧러시아와 함께 외국인을 혐오하는 국가로 규정한 셈인데, 이는 일본과 관계에 해를 입힐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장-피에르 대변인은 "우리의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은 대통령이 얼마나 그들을 존중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최근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국빈 방문이 있었다. 미일 관계는 매우 중요한 관계다. 깊고 지속적인 동맹"이라며 "우리는 민주적 가치와 양국 국민들 간의 강력한 친선 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이는 최근 국빈 방문을 통해 입증됐다"고 말했다.
장 피에르 대변인은 "우방과 관계에 관해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분명히 우리는 일본, 인도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대통령은 지난 3년간 그 외교관계에 초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커비 전략소통조정관도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과 관련해 2일 "일본이나 인도에서 연락이 온 것을 듣지 못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안보 분야뿐만 아니라 양국 간 협력관계와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고 일본 <아사히 TV>가 전했다.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 발언 수습에 애를 쓰고 있지만, 동맹국인 일본에서는 이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3일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4월 기시다 수상의 국빈 방미로 긴밀함을 강조한 일미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장-피에르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일본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면서 백악관에 해당 발언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내용과 의도를 문의한 뒤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 관계자가 "황당한 내용"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에도 말실수가 많았다면서 "비공개이고 영상을 촬영하지 않는 행사에서는 특히 말실수가 많은 추세"라고 비꼬기도 했다.
<도쿄신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배경에 대해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민 정책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