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소개
1. 버들잎 외로운 이정표밑에
말을메는 나그네야 해가졌는냐
쉬지말고 쉬지를 말고 달빛에 길을물어
꿈에어리는 꿈에어리는 항구찾아 가거라
2. 흐르는 주마등 동서라 남북
피리부는 나그네야 봄이왔느냐
쉬지말고 쉬지를 말고 꽃 잡고 길을물어
물에빛이는 물에빛이는 항구찾아 가거라
3. 구름도 낯서른 영을 넘어서
정처없는 반봇짐에(만) 꽃비가 온다
쉬지말고 쉬지를 말고 바람을 앞세우고
유자 꽃피는 유자 꽃피는 항구 찾아가거라
이 시간에 소개하는 노래 "대지의 항구"의 노랫말을 지은 김영수는 1911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김영수는 예명으로 남해림과 부평초라는 이름을 따로 썼습니다. 그는 원래가 극작가로 출세했는데 단편소설과 장편소설도 썼습니다. 그가 발표한 희곡으로는 "혈맥"과 "사육신"이 있고 단편소설로는 "돼지"와 "병실"이 있습니다.
장편소설로는 "품조"와 "격정의 뜰"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김영춘이 부른 노래 "버들잎신세", 이규남이 부른 "연평도 앞바다", 남일연이 부른 "비오는 부두" 그리고 "옥잠화가 부른 "아리숭고개"와 오늘 소개하는 백년설의 노래 "대지의 항구"등의 가사를 지었습니다. 이 유성기판은 1941년에 태평레코드사가 발매한 것을 다시 복제한 것입니다. 이 노래를 부른 백년설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가요계를 대표하는 가숩니다.
일제시대 조선민족의 노래였던 "나그네설움"과 번지 없는 주막"도 백년설이 부른 노랩니다. 백년설은 1915년 경상북도 성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원래이름은 이창민입니다. 백년설은 처음에는 문학지망생이었는데 조선사람으로서는 최초의 테너로 알려진 안기영이 그의 음악적인 소질을 인정해서 콜롬비아레코드사에 취직했다고 합니다.
백년설은 1939년에 부른 노래 "유랑극단"으로 출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그가 부른 노래들은 전국으로, 강과 바다를 건너 만주와 중국일대 그리고 미국과 일본 등 외국으로 번져갔습니다. 당시 "전등불이 없는 동네는 있어도 백년설의 노래가 없는 마을은 없다"는 말이 돌았다고 합니다. 물론 조선민족이 몰려 사는 동네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백년설은 후에 노래 "바우고개"를 부른 심연옥과 재혼하고 1978년에 미국으로 건너왔는데 1980년에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먼저 소개한 노래 "대지의 항구"를 작곡한 이재호에게는 < ; 조선의 슈베르트 > ; 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대중가요의 선율을 아름답게 가다듬고 풍요하게 장식한 천재작곡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역시 백년설이 부른 "나그네 설움"과 "번지 없는 주막" 그리고 권혜경이 부른 "산장의 여인"등도 이재호의 작품입니다.
이재호는 1914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났는데 1960년 마흔여섯살의 나이에 일찍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까지 일제시대 유성기로 듣던 한민족의 노래들을, 그 노래에 얽힌 사연들과 함께 들어보는 < ; 남북이 다같이 부르는 노래 > ; , 자료제공에 남한의 신나라레코드사, 그리고 이 시간 진행에 RFA 심재호입니다.
이 노래는 중일전쟁(1937년)과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1939년)한 극한 속에서 탄생했다. 이 시기 일제는 조선인 육군 징집령과 조선어 사용 금지령을 동시에 내리며, 한민족 문화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창씨개명과 황국신민정책을 확대하면서 대중가요에 대한 검열을 강화한다. 민족 핍박 최고조의 시기.
이때 일제는 모든 외국 노래의 가창을 금지시켰고, 전시체제와 관련한 노래만 허용했다. 따라서 일본군가와 새로 만든 애국가요·국민가요 등이 전쟁 독려 목적으로 불리게 됐으며, 1절 이상은 일본어로 부르도록 강요했다.
이 황망한 시기에 남해림이 작사하고 이재호가 곡을 붙인 노래가 34세 백년설의 입을 통해 세속에 나온다. 식민 치하 문화말살이 판을 치던 시절, 이 노래는 핍박받는 백성의 감성을 얽어놓은 시대적 사생아다. 일본의 대륙 진출을 묵시(默視)한 노래 ‘대지의 항구’.
버들잎 외로운 이정표 밑에
말을 매는 나그네야 해가 졌느냐
쉬지 말고 쉬지를 말고 달빛에 길을 물어
꿈에 어리는 꿈에 어리는 항구 찾아가거라
(백년설의 ‘대지의 항구’ 1절)
이 곡은 겉으로는 희망을 안고 일터를 찾아 중국대륙으로 나서는 조선인들의 감상을 엮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면에는 일본의 음흉한 계략이 담겨 있었다. 이러한 속내로 만주 이민을 장려한 친일 영화의 삽입곡이 되기도 했다. 여기서 만주는 ‘꿈에 어리는 항구’ ‘유자꽃 피는 항구’로 은유되고 있는데, 실제 만주로 가기 위해 배를 타던 항구는 발해만에 있는 다롄항이다.
이 노래는 고국을 떠나 황량한 만주벌판을 방랑하던 조선 나그네들이 고향 하늘을 바라보며 더 많이 불렀다. 그들은 일제의 음흉함보다 순수가사 자체를 감성적으로 음유했을 것이다. 그래서 대중가요에 역사의 옷을 입히는 일이 더욱 절실하다.
백년설은 1915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성주농업보습학교를 졸업하고, 가수로 활동하면서 ‘나그네 설움’과 ‘번지 없는 주막’ 등을 불렀다. 그는 일제강점기 친일을 노래한 경력으로 시비에 휩싸이기도 했으며, 1952년 ‘한강’을 부른 심연옥의 남편이기도 하다. | 유차영 <솔깃감동스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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