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서 상호 비방·충돌
오스트리아 빈의 ‘빈 중앙묘지’의 장례식장 건물에서 1일(현지 시각)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빈의 최대 공동묘지인 이곳은 가톨릭·개신교·유대교 등 고인의 종교에 따라 구역이 나뉘어 있는데, 불이 난 곳은 유대교 구역의 장례식장 건물이었다. 이 건물 외벽엔 나치 독일 상징 문양인 스와스티카와 유대인을 비난하는 낙서가 빨간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전날 프랑스 파리 주택가 곳곳에서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박해와 학살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 낙서 60여 개가 발견됐다.
영국 런던의 한 팔레스타인 음식점은 지난달 7일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하루에 20여 건의 협박 전화를 받아 몸살을 앓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식당 주인은 “두려움에 일을 그만둔 직원도 있다”고 했다. 지난달 14일 미국 시카고 남서부 근교의 한 7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사는 6세 팔레스타인 소년을 여러 차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중동 관련 뉴스를 보고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미 최대 무슬림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가 전했다.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4주째에 접어드는 가운데, 세계 각지에서 반(反)이슬람·반유대인 정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며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이스라엘 민간인 1300여 명을 납치·학살한 하마스의 극악무도한 테러리즘에 쏠렸던 관심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민간인 인간 방패’ 전술에도 가자지구 지상전을 밀어붙이고, 이로 인해 9000명에 육박하는 민간인 사상자가 나면서 출신 민족(ethnicity)간, 이념 간, 세대 간 공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각 국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갈등이 전방위적 글로벌 ‘문화 전쟁(culture war)’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전쟁 이후 확인된 반유대주의 범죄는 영국과 프랑스 기준 각각 805건, 819건에 이른다. 이슬람 증오 범죄도 개전 후 일주일간 미국에서 집계된 건수만 774건에 달한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선 1일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연사로 나선 ‘평화 절차에 대한 여성의 참여’ 강의 중반에 300여 명 학생 중 30여 명이 일어나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일부 학생이 ‘전쟁과 사상자에 대한 책임은 이스라엘에 있다’며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이자, 이스라엘 지지 단체가 학교 앞에 전광판 트럭을 세워놓고 이들의 얼굴을 ‘반유대주의자’라며 공개해버리면서다. ‘퇴실 시위’를 벌인 이들은 “학교 측이 학생들의 개인 정보(사진)를 보호하지 않았고, 공개 단체에 법적 조치도 하지 않는다”며 비난했다. 하버드·코넬·펜실베이니아 등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유사한 충돌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문화 전쟁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유로 이코노미스트는 소셜미디어를 지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용자들이) 더 많은 조회 수와 ‘좋아요’를 얻기 위해 자극적 내용을 퍼나르며, 이용자가 선호하는 내용만 추천하는 소셜미디어 특성 탓에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자지구 지상전이 본격화하면서 민간인 사상자는 늘어나고 있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1일 “지난 이틀간 공습으로 가자 북부 자발리아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최소 195명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하마스 측이 집계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8796명으로 늘어났다. 하루 평균 338명꼴이다. 중동 국가들에 이어 유엔에서도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유럽연합(EU) 도 “인도주의적 참사 확대가 우려된다”고 했다. 요르단·콜롬비아·칠레는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볼리비아는 이스라엘과 단교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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