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동청 청운대 교수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김동청 교수의 ‘식품&바이오 이야기’입니다. 몸에 좋다는 음식, 그리고 특효가 있다는 각종 성분 이야기를 들으며 우린 무심결에 무언가를 입에 넣게 됩니다. 과연 모든게 맞는 말일까요? 식품과 바이오 분야에 해박한 김 교수가 ‘새로운’ 이야기를 격주로 풀어냅니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제이누리>에서 또다른 지평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누구나 아프지 않고 오래 살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기능은 떨어진다. 심지어 젊은 사람조차도 스트레스나 부적절한 식생활로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 신체적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약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식품을 통해 건강을 유지 또는 회복하고자 하는 경향이 더 많다. 이 때 찾는 게 ‘건강기능식품’이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을 일컫는다. 여기서 ‘기능성’이란 말은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하여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즉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식품이다. 하지만 건강에 좋은 성분이 들어갔다고 아무 식품이나 기능성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동물시험, 인체적용시험 등 과학적 근거를 평가하여 기능성 원료를 인정하고 있으며, 건강기능식품은 이런 기능성원료를 가지고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 절차를 거쳐 만든 제품만 인정을 받는다.
따라서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식품’, ‘자연식품’, ‘천연식품’, ‘건강보조식품’과는 다른 것으로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인정받아야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문구 또는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기능성 원료인 홍삼은 면역력 증진, 피로개선, 혈소판 응집억제를 통한 혈액흐름, 기억력 개선, 항산화,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과 같은 기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홍삼이 원료로 들어간 식품은 모두 건강에 좋은 ‘건강기능식품’일까?
머리가 아플 때 두통약을 먹게 되는데 두통약 한 알을 곱게 갈아서 밀가루와 섞어 두통약 10알을 만든 다음 그 중 한 알만 먹는다면 진통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다. 그렇듯이 홍삼의 유용한 효과를 얻으려면 홍삼의 기능성분이 일정량 이상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홍삼 성분을 조금 넣어서 기능성을 기대할 수 없는 제품은 설사 홍삼이 들어있더라도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이 되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에는 정해진 기준에 맞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의 기능성분이 들어있어야 한다. 이를 제품의 포장지에 있는 영양.기능정보에 표기하여 소비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소비자들은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때 포장지를 꼼꼼히 확인하여 ‘건강기능식품’ 인증마크가 있는지 기능성분(지표성분)은 얼마나 들어있는지 비교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의 직접적인 예방 및 치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체의 정상적 기능을 유지하거나 생리기능을 좋게 하여 건강의 유지 및 개선에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의약품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유산균 제제로 널리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성 내용’에는 ‘유산균 증식 및 유해균 억제×배변활동 원활×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표기되어 있듯이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예방에 효과적이다’, ‘치료에 도움을 준다’와 같은 단정적인 표현을 쓸 수 없고, ‘~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표기한다. 또한 ‘본 제품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입니다’는 문구로 의약품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서로 맞지 않는 식품 또는 약과 같이 먹게 되면 효능이 과도하게 나타나거나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혈전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에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면 유사 효과를 나타내는 ‘건강기능식품’을 같이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하듯이 평소에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다면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하는데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질병이 있어 약을 복용 중이라면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할 때 의사나 약사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로바이오틱스’와 그 친구들 ... 과연 장에 도움이 될까?
장이 좋지 않으면 유산균을 먹어야 한다고 상식처럼 알고 있다. 유산균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면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신바이오틱스(synbiotics), 포스트바이오틱스(postbiotics)와 같이 들어본듯한 어려운 용어를 접하게 된다. 이것들은 유산균과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지고 선택도 어렵다.
이 중 가장 익숙한 프로바이오틱스는 ‘체내에 들어왔을 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살아있는 유익한 미생물’을 뜻하고 락토바실러스균, 비피더스균과 같은 유산균이 프로바이오틱스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유산균 중에서도 섭취했을 때 위산에 살아남아 장에 도달해야 하고 잘 증식해서 장내 환경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프로바이오틱스로 인정받는 것이다. 살아있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소장에 부착.증식하여 젖산과 유익한 대사산물을 만듦으로써 유해 세균의 생육을 억제하고 건강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프로바이오틱스를 살아있는 채로 장까지 보내기 위해 위산에 잘 견디는 내산성 유산균을 이용하거나 캡슐 씌우기와 코팅을 통해 생존율을 높인 제품이 나오고 있다. 현재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한 종류의 유산균을 사용하기 보다는 한국인의 장 특성에 맞는 여러 종류의 유산균을 배합한 것이 주를 이룬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유산균 증식 및 유해균 억제, 배변활동 원활,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의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제품 1g 안에 살아있는 균이 1억마리 이상 들어있어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위장병, 과민성 대장증후군, 염증성 장 질환, 설사 예방에는 유익하다. 하지만 최근 과잉섭취 시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깸으로써 건강한 사람에게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에 문제가 전혀 없는 경우 프로바이오틱스의 섭취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소리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살아서 장에 도달하더라도 먹이가 없다면 굶어 죽어 유익균의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때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는 것이 프리바이오틱스인데 인체에서 소화.분해가 안되고 유해균은 이용할 수 없어 유익균의 생장에만 도움이 되는 물질이다. 즉 유익균인 프로바이틱스를 선택적으로 자라게 함으로써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물질로 프락토올리고당, 갈락토올리고당, 이눌린 등이 알려져 있다.
프리바이오틱스가 장 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하루 3~5g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유익균 증식 및 배변활동 원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의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프리바이오틱스 종류마다 정해진 기준 이상 함유해야 한다. 장내 유익균이 잘 자리잡고 있어 장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빼고 그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만 섭취하여도 장 건강 유지에 효과적일 수 있다.
신바이오틱스는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와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를 같이 넣은 제품을 말하는 용어다.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는 항목은 아니다. 따라서 신바이오틱스가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제품 안에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가 각각 정해진 기준 이상 들어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들은 함량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프리바이오틱스가 같이 들어있기 때문에 신바이오틱스와 프로바이틱스를 굳이 구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살아있는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만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프로바이오틱스의 죽은 사균체와 대사산물도 인체에 유익한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프로바이오틱스를 제품화하기 위해 균을 배양하면 살아있는 균 외에도 다양한 대사 산물(박테리오신, 유기산, 지방산 등)과 죽은 사균체도 배양물에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대사 산물과 사균체가 함께 들어있는 배양물을 포스트바이오틱스라 하고 ‘면역 증강 및 염증 조절’, ‘유해균 성장 억제 및 유익균 증진, 배변활동 도움’의 기능성을 가진다. 포스트바이오틱스는 살아있는 균이 아니기 때문에 위산과 담즙산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장에 잘 도달하여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시판되는 포스트바이오틱스 제품에는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가 같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입 시 성분과 함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소비자가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포스트바이오틱스 등으로 표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고지하고 있어 표시사항을 주의하여 들여다 봐야 할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와 그 친구들’은 잘못된 식습관과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장내 세균의 균형이 깨지거나 유익균이 부족한 경우 섭취 시 장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된다. 다만 심각한 장 질환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치료가 우선이고,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 항생제가 프로바이오틱스도 죽이기 때문에 같이 섭취할 필요는 없다.
식품 포장지의 많은 날짜들 ... 유통기한·소비기한·제조일자·품질유지기한
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 습관들이 있다. 진열장 뒤쪽에서 유통기한이 오래 남은 제품을 굳이 끄집어내는 행동이다. 하지만 유통기한 외에 포장이나 용기에 표시된 다른 내용에 그리 주의깊게 살피는 이는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도 식품표시제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식품표시제는 가공식품의 제조일자, 유통기한(소비기한), 원재료 및 성분, 원산지, 사용 및 보관방법, 영양정보, 인증내용 등에 관한 식품정보를 제품의 포장이나 용기에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식품표시제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적절한 보관방법 및 유통기한(소비기한) 등을 표시하여 소비자가 안전하게 식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영양정보를 표시하여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영양소 섭취를 용이하게 한다.
이렇듯 가공식품의 포장이나 용기에는 그 식품에 대한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그런데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가공식품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총 3회에 걸쳐 ‘가공식품 포장 속 숨은 그림찾기’를 해보고자 한다.
첫번째 숨은 그림찾기는 식품에 표시되는 날짜에 대한 것이다. 식품에 표시되는 날짜의 종류에는 유통기한, 소비기한, 제조일자 및 품질유지기한이 있다. 네가지 날짜가 의미하는 것이 전혀 다르지만 소비자들은 식품에 표시되어 있는 날짜를 모두 유통기한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온 유통기한은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이다. 식품의 품질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날짜보다 짧게 설정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해서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을 맹신, 여전히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날짜가 하루만 지나도 다량 폐기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큰 손실이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연초부터 소비기한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간 1조원 이상의 식품폐기물 처리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기한은 적절한 보관법을 준수하였을 때 소비자가 그 식품을 섭취하여도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없는 기한이다. 즉 유통기한은 제조사 입장에서 판매가 가능한 기한이라면 소비기한은 소비자 입장에서 먹을 수 있는 기한을 말한다.
따라서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은 먹어서는 안될 것이다. 소비기한 표시제는 이미 제작된 식품 포장지를 소진하여 자원의 낭비를 막고 제도의 정착을 돕기 위해 올해 12월 31일까지 계도기간을 두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제품 포장지나 용기에 표시된 내용을 잘 살펴 제품을 구입해야 할 것이다.
흰 우유의 경우 냉장보관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 쉽게 변질이 될 수 있어 현재 소비기한 표시에서 제외되었다. 제도가 안정화되는 2031년부터는 적용 대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흰 우유는 여전히 유통기한을 표시해야 한다. 다만 흰 우유에 제조일자를 같이 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가장 신선한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마케팅 전략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
흰 우유는 소비기한이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마셔도 될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흰 우유는 제조사에 따라 유통기한을 1~2주일 정도 설정하고 있고 가정에서 냉장보관을 철저하게 잘 지킬 경우 개봉하지 않은 우유는 45일까지 섭취해도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맛과 냄새 등을 잘 확인하여 이상이 없을 때만 먹어야 할 것이다.
제조일자는 제조.가공 후에 장시간 보관해도 부패나 변질의 우려가 적은 설탕, 소금, 아이스크림 등의 제품에 적용된다. 이러한 제품은 소비기한 표시 대상이 아니어서 제조일자로 표시하거나 또는 ‘제조일로부터 5년’과 같이 유통기한을 같이 표시하는 경우가 있다. 소금이나 설탕은 보관만 잘하면 오래 두어도 썩거나 변질되지 않고, 아이스크림도 냉동고에서 두고두고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큰 의미가 없어 대신에 제조일자(제조년월일)를 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장기간 유통이 가능한 식품에 대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최근에 제조된 제품을 선택할 권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도시락,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 상하기 쉬운 즉석식품도 제조일자.시간과 소비기한을 함께 표시, 소비자들이 식품을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품질의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유통기한과 품질이 유지되는 기간과의 차이가 큰 레토르트식품, 통조림, 꿀, 잼, 장류, 김치, 젓갈 등은 제조일자와 함께 소비기한 대신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할 수 있다. 품질유지기한은 식품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보존방법으로 보관할 경우 해당식품 고유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최종일을 말한다.
예를 들면 김치나 젓갈 같은 발효식품은 소비자에 따라 오래 묵힌 것을 좋아할 수 있고 또한 오래 두었다고 못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식품제조사에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품질유지기한을 설정함으로써 소비자들로 하여금 식품의 품질이 잘 유지된 상태에서 섭취가 가능하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식품의 포장지나 용기에는 다양한 날짜들이 표시되는데 이 날짜들이 유통기한인지 소비기한인지 또는 제조일자인지 품질유지기한인지 정확히 알아보고 제품을 구입하는게 좋다. 또한 이러한 날짜를 잘 지키더라도 유통과 보관이 잘못되면 변질될 수 있기 때문에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하려면 해당 제품의 보관 방법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다.
특히 냉동제품이 해동되었었거나 또는 냉장 제품이 0~10도의 온도 기준을 벗어났거나 개봉된 채로 보관되었다면 소비기한 이내라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에 표시된 보관 기준이 잘 지켜지도록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어떤 원재료? 제조공정? 안전은? ... 식품인증마크가 알려주는 정보
이번 ‘가공식품 포장 속 숨은 그림찾기’는 다양한 식품인증마크에 관한 것이다. 식품을 구입하다 보면 포장이나 용기의 한 켠에 동그라미나 네모 그림이 있고 그 안에 글자가 쓰여져 있는 인증마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인증마크의 정확한 의미를 잘 알지 못하고 막연하게 좋다고 여기면서 제품을 구입한다.
식품인증마크에는 그 식품에 어떤 원재료가 사용되는지, 제조 공정은 어떻게 관리되는지, 안전한지 등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에 똑똑한 소비를 위해서는 식품인증마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식품인증마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안전관리인증 HACCP이다. 우리 말로 해썹이라고 읽는 HACCP는 위해요소분석(Hazard Analysis)과 중요관리점(Critical Control Point)의 약자다. 원재료부터 생산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이르기까지 식품의 안전에 위협이 될만한 요소들을 미리 찾아내고 관리함으로써 식품의 안전을 확보하는 안전관리체계를 말한다. 즉 HACCP 마크를 달고 있다는 것은 원료에서부터 유통까지 까다로운 관리를 거친 안전하고 위생적인 제품이라고 보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HACCP 인증 식품에서 이물질이 나오거나 식중독균이 검출되는 등의 문제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HACCP 인증의 신뢰도 확보와 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이렇듯 문제가 없지 않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HACCP 인증 식품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는 엄격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여전히 믿을만하다고 볼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으로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만 건강기능식품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다. 이 때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은 원료 구입, 제조, 포장, 출하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체계적이고 위생적으로 제조 및 품질관리가 이루어지므로 안전하고 품질 관리가 잘 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GMP 인증은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및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인증으로 일반 식품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마트에서 구입하는 많은 일반 제품에서 이 마크를 찾을 수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 우수관리인증)는 생산에서 판매 단계까지 체계적으로 안전하게 관리되는 농산물 또는 농가에 주어지는 인증이다. 농산물은 재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농약, 중금속, 유해 미생물에 노출될 수 있는데, GAP는 최종 농산물에 위해 요소가 없거나 기준치 이하로 관리함으로써 농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인증제도다. GAP 인증마크가 있는 농산물은 그렇지 않은 것들에 비해 안전하다고 볼 수 있고 이력관리가 이루어져 추적이 가능하다.
GAP가 농산물의 안전한 관리에 대한 것이라면 농축산물을 어떻게 재배 또는 사육했는지를 나타내는 식품인증이 있다. 유기농(또는 유기농산물)은 최소 3년 동안 합성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퇴비와 같은 유기질 비료만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인증하는 것이다. 또한 무농약 인증은 합성 농약은 전혀 쓰지 않고 화학 비료를 소량(권장량의 1/3 이하) 사용하여 길러진 농산물에 해당된다.
매일 먹는 농산물의 잔류 농약이 걱정되고 환경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면 유기농이나 무농약 농산물을 애용함으로써 건강에 좋고, 친환경 농사 장려로 토양 오염을 막아 지속가능한 농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유기축산물과 무항생제 인증을 받으려면 둘 다 사료에 항생제, 합성 항균제, 성장촉진제, 구충제, 호르몬제를 첨가하지 않고 가축을 사육해야 한다. 이 때 유기농산물의 기준에 맞게 생산된 유기사료를 100% 먹여 키우고 인증 기준을 지키면 유기축산물로 인증 받을 수 있고, 일반사료를 먹이면서 인증 기준에 따라 생산한 축산물은 무항생제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유기축산물과 무항생제 인증이 어떤 사료를 먹여서 가축을 사육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해당 식품이 안전한지를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라면 동물복지 인증은 가축의 사육환경이나 시설을 인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동물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조류독감)의 원인이 좁은 우리에 가둬놓고 대량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으로 알려졌고, 인도적인 가축 사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동물복지 인증 제도가 마련되었다. 동물복지 인증은 농장에서 사육하는 동물이 쾌적한 환경에서 타고난 습성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도록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관리가 이루어지는 농장을 인증하는 제도다.
소, 돼지, 닭 및 오리고기, 우유와 달걀에 잔류하는 항생제가 걱정이라면 유기축산물 또는 무항생제 인증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고, 동물을 생명으로 존중하는 인도적인 차원과 국내 축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면 동물복지 인증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밖에 농축산물 생산 전 과정에 걸쳐 에너지 및 농자재의 사용량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저탄소 농축산기술이 적용되었다면 저탄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 위기가 걱정되고 환경보존에 관심이 많다면 제품 선택 시 고려해 볼만하다.
가공식품에 대한 인증으로는 유기가공식품, 전통식품,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이 있다. 유기가공식품은 유기농축수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하여 제조·가공·유통되는 식품을 말하는데 사용 원료부터 제조공정, 포장까지 관리체계가 기준에 부합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 유기가공식품 인증을 위해서는 물과 소금을 제외하고 유기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95% 이상이어야 한다. 유기가공식품 인증마크가 있다면 일단 믿을만한 원료를 사용하여 제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식품 품질인증은 국내산 농수산물을 주원료로 사용하여 제조·가공·조리되고 우리 고유의 맛·향·색을 내는 우수한 전통식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제도이다. 전통식품품질인증 제도는 전통식품의 계승·발전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우수한 품질의 전통식품을 선택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와 유사한 식품인증으로는 전통주의 품질을 인증해주는 술 품질 인증이 있고, 전통식품의 제조·가공·조리 분야에서 뛰어난 기능을 보유한 식품명인을 지정하여 육성함으로써 전통식품 산업의 활성화를 꾀하는 식품명인 인증제가 있다.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은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많이 찾는 기호식품 중에서 안전하고 영양을 고루 갖춘 가공식품의 제조·가공·유통·판매를 권장할 목적으로 만들어져 정해진 기준에 적합한 어린이 기호식품에 대해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다.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안전, 영양 및 식품첨가물 사용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일단 HACCP에 따라 관리되는 안전한 가공식품이어야 한다. 영양 측면에서 고열량·저영양 식품은 제외되고, 과채주스는 당류가 첨가되지 않아야 하며, 단백질,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 중 2가지 이상의 영양성분이 정해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식품첨가물로 식용타르색소(합성색소), 합성보존료 및 기타 화학적 합성품이 사용되지 않은 식품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어린이를 키우고 있는 집이라면 안전과 영양을 고려하여 어린이 기호식품 인증마크가 있는 식품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다뤄진 식품인증제 이외에도 다양한 인증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식품인증마크를 붙이고 있다고 해서 100% 믿을 수 있는 식품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인증 식품에 문제가 발생하여 인증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보완되고 있다.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고 안전하고 우수한 식품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대다. 소비자들은 세 편에 걸친 ‘식품 포장 속 숨은 그림찾기’를 잘 살펴봄으로써 식품 포장에 표시되는 다양한 정보를 이해하여 똑똑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의 안정성은?
식품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가공식품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식품첨가물은 식품을 가공하거나 조리할 때 식품의 품질 유지 및 향상, 변하거나 상하는 것 방지, 맛·향·색 향상, 조직감 부여 및 유지 등의 목적으로 식품 본래의 성분 이외에 첨가하는 물질을 말한다.
예부터 인류는 동·식물에서 얻은 천연 색소나 향료 등을 식품에 넣어왔다. 또한 우리 민족도 두부를 제조할 때 콩물에 간수를 첨가하고, 소석회로 곤약을 만드는 등 식품첨가물은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다.
자연으로부터 얻어진 식품첨가물은 현재까지도 다양한 가공식품에 사용되고 있고, 산업혁명 이후 과학의 발전으로 화학적으로 합성된 식품첨가물이 개발되어 이 중 국제적으로 전문가들에 의해 안전하다고 인정된 것들만 현재 식품에 허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매우 엄격한 평가과정을 거쳐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입증된 물질만 식품첨가물로 허가하고 있다. 또한 여러 종류의 식품들을 같이 먹다 보면 식품첨가물의 섭취량이 계속 누적되어 과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공식품마다 각 식품첨가물을 1일섭취허용량보다 훨씬 적은 양만 넣을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즉 안전하다고 과학적으로 인정받은 물질만 식품첨가물로 허가되고 사용량도 정해놓은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식품첨가물은 크게 천연 첨가물과 화학 합성물로 나눌 수 있다. 천연 첨가물이 자연의 동·식물이나 광물에서 유효 성분을 추출하고 분리·정제하여 얻어낸 물질이라면 화학 합성물은 화학반응을 통해 만든 것이다.
화학 합성물에는 원래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을 화학적으로 만든 것과 자연에 없던 물질을 새로이 화학 합성한 것이 있다. 그러면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을 왜 화학적으로 만들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피 음료는 커피 원두를 추출해서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향이 잘 날아가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커피향을 첨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천연 향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화학 합성한 향을 넣는 제품도 있다. 아는 커피 원두로부터 직접 커피향을 추출하려면 많은 재료비가 들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커피향의 화학 구조를 밝혀내고 이를 공장에서 합성하여 대량생산함으로써 비용을 크게 낮추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비타민 C의 경우에도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과 레몬 같은 천연 식물에서 추출하여 만든 것이 있는데 가격에서 차이가 난다. 이렇듯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을 합성하여 만든 것은 서로 화학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화학적으로 합성하였더라도 정제 과정에서 불순물이 잔류하지 않는다면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첨가물의 유해성 논란은 원래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들에서 많이 제기되고 있다. 즉 인류가 일상에서 접해오지 않았던 물질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식품첨가물의 사용으로 식품의 보존성이 향상되어 식품 재료가 버려지는 것을 많이 줄일 수 있었고, 가공식품의 기호(맛, 향, 색) 및 품질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안전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왔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우려로는 체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식품첨가물의 과다섭취에 의한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 식품첨가물에 함유되어 있는 불순물이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 식품 본래의 성분과 반응하여 유해 물질을 생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 가지 식품 첨가물은 문제가 없지만 두 종류 이상의 첨가물을 동시에 사용하면 화학 반응으로 유해 물질이 만들어 지는 경우가 드물게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합성 비타민 C와 식품의 부패를 막아주는 합성 보존료인 안식향산나트륨(벤조산나트륨)을 각각 사용했을 때는 독성이 없으나 둘을 혼합하면 조건에 따라 화학 반응을 통해 미량이지만 유독 물질인 벤젠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알려졌고, 실제로 두 물질이 함께 들어있는 제품이 회수된 적도 있어 기업에서도 합성 보존료의 사용을 줄여가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식품첨가물을 다량 함유한 초가공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염증, 심혈관 질환, 치매의 위험도를 높일 수 있고, 인지 능력도 저하될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를 둔 가정이나 화학 물질에 민감한 체질을 가진 가족이 있다면 가급적 식품첨가물이 들어있는 가공식품의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공식품을 먹더라도 자연에 없는 물질을 화학 합성한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는 제품은 피하고 천연 유래의 식품첨가물이 들어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식품 포장이나 용기에 표시되어 있는 원재료의 이름만 보고 식품첨가물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단 가정의 주방에서 전혀 볼 수 없는 재료이거나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 식품첨가물일 가능성이 높고, 원재료가 어려운 화학명으로 표시되어 있다면 화학 합성한 식품첨가물로 의심해 보아야 한다. 보다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해당 식품첨가물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좋겠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어떤 식품이든 많이 먹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식품첨가물의 과도한 섭취 역시 피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식품첨가물을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잘 활용하는 현명한 소비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콜라에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과 과당을 넣거나 또는 칼로리가 거의 없는 아세설팜칼륨,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을 첨가하는데 이들 모두 식품첨가물이다. 다만 설탕과 과당은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이고 아세설팜칼륨 등은 화학적으로 합성한 감미료라는 차이가 있다. 과도한 설탕 또는 과당의 섭취는 당뇨와 비만 등 대사증후군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당뇨가 있거나 다이어트가 필요한 경우 콜라를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꼭 먹어야겠다면 합성감미료가 들어있는 쪽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예전에 비해 기업들도 천연지향적인 소비 추세에 맞춰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을 천연 유래의 것들로 대체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캔디의 알록달록한 색소도 황색O호, 적색O호와 같은 합성 타르색소가 아니라 비트, 당근, 케일, 토마토 등의 식용 식물로부터 얻은 천연 색소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식품첨가물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의 양과 종류를 줄이는데 노력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우려를 해소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가공식품을 많이 먹게 되면 식품첨가물도 문제지만 나트륨, 당, 지방 등도 과잉 섭취하게 되어 영양불균형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자연친화적이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출처] 제이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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