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들이 소셜미디어 상에 유출돼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중국과 중동 관련 문건이 추가 유포됐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온라인 공간에서 발견된 문건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전황을 보여주는 지도를 비롯해 중국과 인도태평양 군사 기지 정보 등을 포함합니다.
아울러 중동 정세와 테러 관련 민감한 브리핑 자료도 있습니다.
미국 정부 당국은 유출된 문건 규모가 100개 이상이며 민감성이 높아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본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습니다.
미국 고위 정보 당국자는 추가 유출 건을 "파이브아이즈의 악몽"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파이브아이즈(Five Eyes)'는 미국과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 정보 공유 동맹입니다.
미 법무부는 관련 사태 조사에 착수했고 국방부와 소통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국·나토 정보
전날(6일) 미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세부 계획이 담긴 기밀 문건 유포 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문건들에는 우크라이나군 운용 무기와 병력 보충, 훈련 현황을 비롯해 러시아군에 유용할 수 있는 군사 정보가 포함됐습니다.
특히 '1급 기밀'로 분류된 '3월1일 현재 전쟁 상황' 자료에는 우크라이나와 미군 수뇌부의 동선이 담겼습니다.
문서에 명시된 3월 1일 당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기동훈련을 위해 독일 비스바덴 미군 기지에 있었습니다. 다음날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과 크리스토퍼 카볼리 유럽 연합군 최고 사령관이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또 다른 자료에는 1월부터 4월까지 예정된 우크라이나군 훈련 목록과 참여 부대, 장비 목록이 포함돼 있습니다.
훈련을 준비 중이던 12개 전투여단에 대한 요약 정보입니다. 이 가운데 9개 여단은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이 훈련을 지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9개 중 6개 여단은 3월 31일, 나머지 3개 여단은 4월30일까지 준비될 것이라고 문서에 명시돼 있습니다. 9개 여단에 필요한 총 장비는 탱크 250대 이상, 기계화차량 350대 이상이란 내용도 있습니다.
다만 훈련 단계를 넘어서는 공세 시기와 장소, 방법과 같은 구체적 전투 계획은 유출 문건에 담겨 있지 않습니다.
■ 유포 경로 추적 중
이같은 정보들이 흘러나온 것으로 미 당국이 확인한 다음날(7일), 중국과 중동 관련 문서 유출 사태가 이어서 불거진 것입니다.
뉴욕타임스는 7일자 보도에서 "소셜미디어에 새로운 기밀문서가 등장해 미 국방부에 경종을 울리고 바이든 정부가 허를 찔린 듯한 상황에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해설했습니다.
미 안보 당국 관계자 일부는 이번 기밀문서 유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아울러 유포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상황과 관련, 로이터통신은 미 당국자 3명을 인용해, 기밀 유출 배후에 러시아 또는 친러시아 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유출된 문건에 러시아군 사상자수를 줄이기 위해 수정된 정황이 있으며 이 수치는 비공식적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의 소행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부와 남부 영토 수복을 위해 대반격을 예고한 자국군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러시아가 허위 정보를 유출했다고 평가합니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바흐무트 대반격 예고 "러시아군 지친 상태...크이우 지켰듯 기회 잡겠다"
■ '가짜 자료' 평가도
또한 러시아의 '역정보' 공작이 이번 사태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안드리 유소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원조를 지연하고 방해하기 위해 위조 문건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크이우인디펜던트에 밝혔습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된 문건들에는 진정성이 없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실제 계획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특히 유출 자료에 언급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 사망자수가 모두 잘못돼있다면서 "최근 수십 년간 러시아 특수부대의 가장 성공적인 작전이 포토샵을 통해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아직 이 사안에 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