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릴 때 학교(學校)에서 이미 작문 작성법(作成法)을 배웠다. 그런데 바쁜 일상에 맴돌다 보니 글짓기에 대한 기억(記憶)이 삭막(索莫)해졌다. 그래서 오늘 다시 복습(復習)하려고 지난날의 작문법(作文法)을 되살려본다. 잘 알다시피 글을 쓰기 위해서는 순차적(順次的) 과정(過程)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아래에 주제(主題), 재료(材料), 구성(構成), 단락(段落), 기교(技巧) 등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겠다. 그에 앞서 우선 작문(作文)하는 절차(節次)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주제 설정(主題設定): 우리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주목(注目)하게 되는 것은 그 글이 무엇에 관하여 쓰여진 글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이 글을 쓸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도 바로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필자가 독자에게 전달(傳達)하고자 하는 내용(內容) 중 가장 핵심적(核心的)인 부분을 그 글의 주제(主題)라고 할 때 주제를 결정한다는 일은 곧 자신이 어떠한 이유(理由)로 이 글을 쓰는가 하는 사실을 재확인(再確認)하는 과정도 된다.
글의 성격(性格)에 따라 글의 주제가 겉으로 명백(明白)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단지 상징적(象徵的)으로만 제시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주제가 없는 글이란 없다. 주제 선정(選定)은 글 쓰는 일에서 가장 중요(重要)한 첫 번째 단계가 된다.
이러한 주제가 갖는 의미(意味), 주제 선택(主題選擇)의 방법과 기준, 주제가 갖추어야 할 요건(要件), 주제문(主題文)의 작성 등에 관한 구체적(具體的)인 서술은 다음 장 주제에 관한 항목(項目)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계획하기(計劃): 주제가 결정(決定)된 다음에는 그러한 주제를 어떻게 구체적(具體的)인 글로써 전달(傳達)할 것인가에 관해 세부적인 계획(計劃)을 세워야 한다.
이때 필자(筆者)는 먼저 글을 쓰는 목적(目的)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글은 목적(目的)하는 바에 따라 쓰여지는 것이므로 글을 쓰는 목적을 뚜렷이 할 필요(必要)가 있다.
또한 필자는 '누구를 위해서 쓰는 글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독자(讀者)들의 지적 수준(知的水準) 및 그 주제(主題)에 대한 이해도(理解度)를 염두(念頭)에 두고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그 글을 쓸 수 있는 여건(與件)을 고려(考慮)해서 계획(計劃)을 세워야 한다. 즉 그 글이 수업시간의 과제물(課題物)인가, 한가(閑暇)한 때에 그저 쓰는 글인가, 원고 청탁(原稿請託)을 받고 쓰는 글인가에 따라 원고의 분량(分量), 제출 기일(提出期日) 등에 여러 가지 제약(制約)이 따르므로 이에 맞는 원고(原稿) 작성 계획을 세우는 일이 중요(重要)하다.
이러한 사항(事項)을 염두에 둔 후, 구체적(具體的)인 작문을 위한 계획으로는 먼저 그 글의 세목(細目)을 확정하고 개요를 작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글의 세목 확정(確定)은, 처음에는 순서(順序)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그 글에 포함(包含)시켜야 할 세목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모두 써보는 과정(過程)이다.
개요(槪要)의 작성은 그 글의 재료로 사용하기로 선정(選定)된 세부 항목들을 체계적으로 구성(構成)해 보는 과정이다. 이것으로 주제(主題)에 대해 얘기할 계획은 대략(大略) 세워진 것으로, 글은 이제 어느 정도 골격(骨格)을 갖추고 자신의 모습(模襲)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집필하기(執筆): 주제가 결정(決定)되고, 그것을 말할 세목의 순서(順序)가 정해지고, 그것을 짜 맞출 골격으로서의 개요(槪要)가 작성되면, 다음은 그것을 글로 써나가게 된다. 앞의 두 단계, 즉 주제의 결정과 계획의 작성(作成)이 준비 및 설계 단계(設計段階)라면 초고 작성부터는 실제 집필(實際執筆) 단계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글을 잘 쓰는 사람일지라도 자기가 글로 표현(表現)하고자 하는 바를 단 한 번에 원고(原稿)로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글은 원고가 완성(完成)되기 이전에 대개 초고 집필(草稿執筆)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최초의 초고는 미완성(未完成)의, 결점이 많은 글이라도 무방(無妨)하므로, 생각이 바뀌기 전에 과감(果敢)하게 써나가는 것이 좋다. 초고를 쓰기 시작한 이후 중도에서 오랫동안 중단(中斷)하다가 쓰게 되면 글에 통일성(統一性)이 결여될 염려(念慮)가 있으며, 또 초고의 작성에서 너무 세부적(細部的)인 표현에 얽매이다 보면 글의 큰 줄기를 놓치고 오히려 논지(論旨)를 흐리게 하는 수가 있다. 따라서 초고를 쓸 때에는 너무 세련(洗練)된 말을 쓰려 한다거나 지엽적(枝葉的)인 문제에 집착(執着)한다거나 하지 말고 일단 개요(槪要)를 잘 살려서 마음의 동요(動搖) 없이 과감하게 글을 써나간 후 원고지(原稿紙)에 옮기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사항을 수정(修整), 보완(補完)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야 생생(生生)한 생각을 정직하게 침체(沈滯)됨이 없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초고를 쓸 때에도 항상 문장 표현상(表現上)의 기본요건은 충실히 이행(履行)해야 하며, 특히 쓰고자 하는 글이 논문류(論文類)일 경우에는 처음부터 논문작성법(論文作成法)에 맞추어 쓰도록 유념(留念)해야 할 것이다.
이때 각 구성 단계(構成段階)의 유기적 연결(有機的連結)을 염두(念頭)에 두면서 서두(序頭)쓰기, 본문(本文)쓰기, 결말(結末)쓰기 요령(要領)에 맞게 집필(執筆)하여 한 편의 완결(完結)된 글이 되어야 한다.
또한 초고(草稿)는 보통 노트에 쓰는 일이 많은데, 이때 노트의 양면(兩面) 가운데 한 면은 수정(修整)을 위하여 완전히 비워두는 것이 좋으며, 또 쓰는 면도 한 줄씩은 비워두고 쓰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야 고쳐 쓸 일이 있을 때 충분(充分)한 여백(餘白)을 이용(利用)하여 고쳐 쓰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한 초고(草稿)를 원고지가 아닌 다른 용지(用紙)에 작성할 때는 글의 분량(分量)이 어느 정도 되는가를 염두(念頭)에 두고 써야 한다.
이렇게 하여 초고(草稿)가 만들어졌다고 하여도 초고는 여러 가지 결점(缺點)이 많으므로 반드시 퇴고(推敲)하여 고쳐 써야 한다.
퇴고하여 고쳐 쓰기(推敲): 초고(草稿)가 만들어졌다고 글이 완성(完成)된 것은 아니다. 초고를 바탕으로 수정(修整), 보완(補完)하고 정리하는 작업(作業)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퇴고(推敲)라고 한다.
정확(正確)하고 올바른 퇴고(推敲)를 위해서는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 원칙(原則)을 따르는 것이 좋다.
첫째, 쓰여진 글에서 빠진 부분(部分)과 부족(不足)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찾아 보완(補完)해야 한다.
둘째, 불필요(不必要)한 부분이 들어가 있거나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것들을 찾아 삭제(削除)해야 한다.
셋째, 쓰여진 글의 순서(順序)를 바꾸었을 때 더욱 효과적(效果的)일 부분은 없는가를 살펴보고, 문장 구성을 변경(變更)하여 주제 전개(主題展開)의 양상(樣相)을 부분적으로 고친다.
이런 세 가지 원칙(原則)을 바탕으로 퇴고를 하면서 보다 구체적(具體的)으로 살펴보아야 할 세부사항(細部事項)들을 정리(整理)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전체의 검토: ① 주제는 확실(確實)히 자신이 말하고자 했던 것인가. 좀 더 정확하게 주제문(主題文)을 나타낼 수는 없는가. ② 자기가 쓰고자 했던 내용(內容)이 충분히 표현되었는가. 다른 생각이나 부분적인 생각이 두드러져 있지 않은가. ③ 세부적인 항목(項目)은 모두 주제와 조화(調和)되어 있는가. 중심(中心) 되는 줄거리에 어긋나는 세목(細目)이 들어 있지는 않은가.
부분의 검토: ① 모든 단락이 유기적(有機的)으로 조화되어 있는가. 강조는 적절(適切)한가. 각 부분은 중요도(重要度)에 따라 적절한 비율(比率)로 쓰여져 있는가. ② 부분과 부분(部分)의 관계는 논리적(論理的)으로 명료(明了)한가. 어떤 의견(意見)에서 다음 의견(意見)으로 옮아갈 때, 그 발전(發展)을 명확하게 지적할 수 있는가.
문장의 검토: ① 문장은 내용을 정확(正確)하게 나타내고 있는가. ② 문법적(文法的)인 관계는 적절(適切)한가.
낱말 등 용어의 검토: ① 낱말은 옳게 사용(使用)되고 있는가. 내용을 효과적(效果的)으로 전달(傳達)하고 있는가. ② 독자가 이해(理解)하기 힘든 용어(用語)는 없는가.③ 잘못 쓴 글자나 빠진 글자는 없는가.
최종적 검토: ① 낭독(朗讀)을 하면서 어색한 곳이 없나를 살핀다. ②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한 번 읽어본다.
위의 항목(項目)을 중시(重視)하면서 함께 생각하여야 할 문장평가의 기준(基準)은 다음과 같다. ① 알기 쉽게 쓰여 졌는가. ② 주제는 주제(主題)로서의 가치가 있는가. ③ 주제에 의한 통일(統一)은 이루어졌는가. ④ 구체적이며 설득력(說得力) 있는 소재(素材)를 다루었는가. ⑤ 논리적이며 효과적(效果的)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⑥ 단락은 긴밀(緊密)하게 구성되어 있는가. ⑦ 내용은 정확하게 표현(表現)되어 있는가. ⑧ 정확하고 구체적이며 명확(明確)한 용어를 사용했는가. ⑨ 문법과 서식(書式)에 맞추어 썼는가. ⑩ 독창성(獨創性)이 있는가.
상술한 몇 가지 기본 작문법(作文法)을 잘 지키면 훌륭한 문장을 완성(完成)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注意)할 점은 여러 가지 다양한 문법(文法)을 죄다 알려고 하면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그리고 문장작성(文章作成)에서 수습할 수 없는 혼란(混亂)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자기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평범(平凡)한 지식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깊고 유용한 지식을 선택(選擇)하라. 가령 현재 남보다 글을 못 짓는다고 하더라도 노력하면은 어느 때인가 남을 초월(超越)할 수 있다는 자신감(自信感)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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