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을 만나면 검은 먹물을 내뿜는 오징어는 왜 가로로 잘 찢길까?
도적을 만나면 검은 먹물을 내뿜는 오징어는 왜 가로로 잘 찢길까? 오늘 밤에도 저 동해안 끄트머리 수평선에는 오징어 배들이 떼지어 몰려들었을 것이다. 하여 대낮같이 밝은 불을 켜놓고 있다. 집어등(集魚燈)의 불빛을 어화(漁火)라고 하는데, 좀 낭만적으로 ‘고기잡이의 꽃(漁花)’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휘황찬란한 광경에 눈을 떼기 아쉬운 여름밤 불바다! 밤바다도 이렇게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하지만 숨이 턱에 닿도록 낚싯줄 끌어올리는 어부는 죽을 맛이다. 여름밤 가로등에 달려드는 부나비처럼 오징어도 밝은 불빛 쪽으로 몰려온다. 실은 빛이 좋아서가 아니다. 빛을 보고 플랑크톤이 수면으로 떠오르고, 그걸 먹겠다고 새우와 작은 물고기가 따르고, 따라서 오징어가 그 놈들을 잡아먹으러 모여드는 것이다. 오징어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