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과학상은 인공지능(AI)이 휩쓸고 있다. 세계 AI ‘4대 천왕’ 중 한 명인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와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난 8일 노벨 물리학상을 받게 된 데 이어, 9일 노벨 화학상도 바둑 AI인 알파고의 아버지인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와 연구원인 존 점퍼 박사, 미국 워싱턴대의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가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특히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의 선정 배경이 놀랍다. 베이커 교수는 새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AI(로제타폴드)를 개발했고, 허사비스 CEO와 점퍼 박사는 단백질 구조 예측·설계 AI(알파폴드)를 개발한 공로였다. 더구나 알파폴드는 개발된 지 4년밖에 안 된 분석 도구다. 노벨상위원회가 과학에서 AI의 역할을 공인했다는 의미다. 과학계에서 “노벨 물리학상은 AI의 대부가 수상했고, 화학상은 사실상 AI가 받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AI의 진화가 예상을 뛰어넘는다. 현재 AI는 미국·중국의 빅테크들이 주도한다. 한국은 반도체 등 극히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선두권에서 밀려나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인재 유출에서는 인도·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3위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노벨 물리학 수상자인 힌턴 교수의 권고를 경청하게 된다. 그는 한국이 미·중과의 AI 격차를 따라잡을 길은 기초연구 강화뿐이라고 강조했다. 힌턴 교수는 인재 유출에 대해 한국은 호기심 중심의 기초연구 지원으로 우수 인재를 유지하는 캐나다를 본받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초과학 연구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최고급 인재는 그 안에서도 의욕이 넘친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노벨상에 관한 한 후진국이다. 정치색이 짙은 평화상 이외엔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초과학 분야는 너무 취약해 후보자도 못 내는 정도다. 이런 판에 정쟁뿐인 국회는 여태 AI기본법조차 못 만들고 있다. 당장 국회 국정감사는 본연의 취지와 동떨어져 3류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거대 야당은 연일 폭주하고, 여당은 무기력하다. 한심한 퇴행 정치가 국가 미래를 망친다. 이대로 가면 또 구한말처럼 변방 국가로 추락할지 모른다.